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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쭐 나 볼 테야? 응?

11. 남편말 번역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곱씹어보니 참 현명한 말이었다.
작은 행동 하나로 나도, 상대도 마음이 조금 더 나아진다면, 그 어떤 말보다 값진 게 아닐까.


며칠간 일이 생겨 남편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말수가 줄어든 건 생각이 많아졌다는 뜻일 거다. 남자들은 가끔 ‘동굴’로 들어간다고 하더니 아마도 그곳에 들어간 듯했다. 가만히 두자니 답답하고, 억지로 꺼내자니 더 깊이 숨을 것 같았다.


‘그만 잊고 털어버리라고 확 소리칠까?’
‘아니면 막 까불면서 웃겨줄까?’

생각만 하다 나도 지쳐버렸다.


이른 저녁 4시, 퇴근한 남편이 들어왔다.
배가 고픈지 냉장고를 여닫는 소리에 부엌으로 향했다. 저녁은 늘 6시 이후라 준비된 게 없어 후다닥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김치 + 스팸 + 밥 + 버터 조금 + 간장 조금 + 설탕 조금 + 조미료 약간 = 완성!

너무 답답해서! 참기름 졸졸 두르고, 계속 말없이 화나있는 게 미워서! 통깨 솔솔솔 뿌렸다.


“저녁 먹어~”

“당신은 안 먹어?” 1인분만 놓인 식탁을 보며 남편이 물었다.

'후훗, 조용히 말을 꺼낸 걸 보니 마음이 조금은 풀린 모양이군, 참기름과 통깨에 혼쭐난 거지!'
남편은 김치볶음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더 있어. 더 먹어~”

“아니야, 괜찮아.”

아쉽게도 한 번 더 혼쭐 내줄 기회는 없었다.


생각해 보면, 밥 한 그릇이야말로 가장 큰 위로이자 사랑이다.
“힘 내”, “기운 내”라는 말보다 뜨끈하고 맛있는 밥이 마음을 어루만져 줄 때가 있다. 우리 엄마들이 하루 종일 부엌에 서 계셨던 이유도 결국 그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남편도 동굴 밖 입구쯤에서 조금씩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를 풀어갔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담담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갔다.


'속상한 마음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다독이는 시간을 잘 찾길.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김치볶음밥 위에 반숙한 계란프라이 한 장 더 올리고, 동굴 앞에서 삼겹살 구우며 부채질한다! 조심해라!' 그렇게 나는 미운 놈 떡 하나 아니, 김치볶음밥 한 그릇을 주고 그 속담의 뜻을 몸 소 느꼈다.


부부는 서로를 바꾸려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지켜주는 사람이다.


번역 결과

말을 별로 하지 않아 번역할 내용이 없음.

IMG_4904 3.JPG 나도 고생했으니까 참기름 졸졸, 통깨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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