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남편말 번역가
이름: 에밀리
나이: 4개월 차
먹는 음식: 살아있는 곤충
처음엔 친구네가 키워보라며 준 사마귀 잭을 받아왔다.
사마귀는 살아있는 곤충만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마당에 풀어줬다. 그런데 한 달 뒤, 아주 작은 새끼 사마귀를 발견했고, 결국 데려와 키우는 중이다. 초파리만 겨우 먹던 에밀리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 허물을 벗었고, 이제는 파리와 작은 거미, 나방까지 잡아먹는다.
우리는… 아니, 사실은 남편이 잘 돌보고 있다.
에밀리는 아들의 권유로 키우게 됐다.
처음엔 "밖이 더 안전하다"며 풀어주려 했지만, 아들은 새나 도마뱀에게 잡아먹힌다며 눈물로 막아섰다. 설득은 소용이 없었고, 에밀리는 집에서 우리와 함께 지냈다. 하지만, 예상대로 아이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남편이 먹이를 챙겨주며 정성을 쏟기 시작했다.
그의 열정은 점점 커졌다.
마당에 페트병으로 초파리 덫을 설치하고, 손으로 파리를 잡아넣어주기도 했다. 직장 동료들까지 에밀리의 존재를 알 정도였다. 어느 날은 퇴근 후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마당을 돌아다니며 한참 먹이를 잡고 들어왔다.
"아빠 어디 가셨어?" 내가 묻자 아이들이 대답했다.
"에밀리 먹이 찾으러 나가셨어요."
순간, 웃음 반 의문 반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굉장한 정성이네…?
며칠 전 친구네 집에서 남편이 에밀리 얘기를 꺼냈다.
"귀찮을 텐데 이제 풀어주면 안 돼?"라는 친구의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제 정들었어"
"..................???"
정? 무뚝뚝하고 표현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그 입에서 나온 "정"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동물에게 이렇게 마음을 쓰는 사람이라니.'
갑자기 번역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혹시 가족에게 받는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가? 아니면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만 몰랐던 건가?'
나는 여전히 에밀리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정성을 다하는 남편이 더 낯설게 보였다. 오늘도 에밀리는 배불리 저녁을 먹었고, 남편은 곧 큰 집으로 이사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좋겠다, 에밀리. 좋은 주인 만나서.'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설마… 내가 지금 사마귀를 질투하는 거야?'
"여보, 에밀리는 이제 저녁 다 먹었으니까 그만 돌보고, 우리 저녁부터 먹자.
그리고… 우리가 먼저 큰 집으로 이사 가야지."
에밀리를 향한 남편의 정성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부부란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어쩌면 사마귀 한 마리도, 우리 사이를 새롭게 비춰주는 작은 거울일지 모른다.
번역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가족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