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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Aug 17. 2024

영어보다 그녀를 기억하라

기억과 메모의 도움닫기


어깨너머로 내려오는 금발 웨이브, 파란 눈동자, 큰 키의 마른 몸. 마고 로비(바비 여자 주인공)를 닮았다.


허리만큼 긴 검은 머리, 커다란 눈동자와 적극적인 말투. 나오미 스콧(알라딘 여자 주인공)을 닮았다.


내 눈에는 한국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닮았다. 인도 사람들은 다 똑같은 인도 사람, 유러피안은 다 똑같은 유러피안. 어려서부터 뉴질랜드에 살았던 친구들이 인종을 구분해 내는 걸 보면 단일민족인 한국에서 자란 영향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혹시,

내가 손님들을 기억하고 단골 고객을 만든다면 고객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을뿐더러 매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기억력도 좋지 않다. 우리 엄마시대가 그랬듯이 단어 이름이 빨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거… 뭐지? 그걸로 저거 해야지..”라며 지시 대명사가 자주 튀어나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증세는 점점 심해진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마포대교’라고 말하거나 ‘Nina’인 이름을 ’Lina’ 또는 ‘Jina’라고 말한다.



나는 고객을 기억하고 싶은데…



고민 끝에 특징을 찾아보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의 위치, 목소리나 말투 등의 특징, 구매한 주얼리 등 포인트를 잡았다. 스몰토크로 날씨나 옷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그런 표면적인 것들로 기억할 수가 없다. 안경 안 썼던 고객이 안경을 쓰고 온다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2번 이상 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이름을 물었다가 고객이 나가면 바로 메모장에 기록을 해두었다.


인사할 때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것만큼 특별한 인사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니 그녀들도 나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매장에 들어오지 않아도 매장 앞을 지나갈 때면 손을 흔들어줬고,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너 아직도 서있어? 옆에 의자 좀 놓으라니까-’

‘오늘 어때? 바쁘니? 다음에 딸이랑 같이 올게-’

‘우리 회사에서 이벤트해. oo일부터니까 와서 구경해~’


매출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는 얼굴이 많아졌고, 그 자리가 편해졌고, 웃는 일이 잦아졌다.


‘이 일… 생각보다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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