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
똑같은 내 배 속에서 나와 똑같은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지금도 매일 똑같은 식사를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너무 다르다. 특히나 음식은 더욱더.
첫째는 맥도널드 치즈버거가 기본 2개이다. 칩스와 음료까지 먹으니 2개만 주문해서 2개이지 마음껏 먹어보라고 하면 3개 이상 될지도 모른다. 밥은 보통 2그릇이고, 간식시간에도 한 끼와 다름없는 양의 음식을 먹는다. 레스토랑에 가면 첫째만을 위한 메인 1개와 사이드 메뉴 1개 정도 즉 1.5인분을 주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첫째가 9살이 넘어가면서 잘 먹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야채도, 고기도 '맛' 자체에 흥미가 없었다. 이유식도 좀 먹다 말았고, 밥도 언제나 반공기만 먹었다. 그런 아이가 조금 크면서 맛의 새로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엄마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음식에 눈을 뜨니 이 세상이 재미있을 수밖에.
맵다며 안 먹던 내 음식의 반 이상을 먹어버리는 이제는 첫째만을 위해서라도 큰 냄비, 큰 프라이팬을 사용해야 한다.
잘 먹으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똑같은 음식으로 런치를 싸주지만 텅텅 비워오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과자만 몇 개 집어먹고 하루를 버틴다. 도대체 어디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런치를 싸는 엄마로서 설거지하려고 런치박스를 꺼낼 때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늘도 둘째는 혼이 났다.
런치에 맛있는 치킨 랩을 싸줬다며 아침에 신나서 나갔던 아이가 싸줬던 모습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분명 친구들과 노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못 먹었을 거다. "다는 못 먹더라도 빵은 꼭 먹고 와."라며 혼내는데도 마음이 영 좋지가 않다.
잘 먹어서 '그만 좀 먹어라' 하는 것보다 너무 안 먹어서 '조금만 더 먹어라'라고 말하는 상황이 힘든 건 사실이다. 잘 안 먹으면 체력적인 면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둘째도 조금 더 크면 잘 먹겠지. 싶다가도 런치를 안 먹고 오는 날은 마음이 심란해진다. 그렇다고 저녁도 많이 먹는 게 아니어서 한국에 갔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께 걱정 하나를 안겨드렸더랬다.
야채도, 고기도 맛이 없다는 너는 뭐가 맛있니? 도대체?!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의외로 식탐도 많고, 음식 자체를 사랑한다.
결혼 전에는 혼자서 삼겹살 3인분과 볶음밥을 먹었고 김밥천국 같은 분식집에서는 밥 종류로 2개는 시켜 먹었다. 지금도 맛있는 것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그러니 엄마는 안 먹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가 생기고, 나이가 들면서 식탐은 줄어갔다. 먹는 양도 줄었고, 회사에서 한 끼 정도는 '즐기기'보다 '때우기'로 넘어가는 일도 잦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여유롭고 행복하다. 아마 그래서 해외에 살면서도 감자탕, 순댓국, 김치 등을 직접 만들어먹고사나 보다.
메뉴를 선택해서 먹는다는 것은 스스로 내 건강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한다. 귀찮다고 해서 매번 가공식품만 골라먹으면 내 몸은 가공으로 채워지는 것이고, 균형에 맞게 골라먹으면 균형 있는 몸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정해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아이들에게도 좋은 음식만 먹이고 싶지만 엄마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요즘 더 절실히 느낀다.
그래.
맛을 잘 알아도,
맛을 잘 몰라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