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이에게
핑크, 라이트핑크, 버건디, 레드, 라이트레드, 붉은 오렌지.
하트와 관련된 색상이 내 몸에서 퐁. 퐁. 퐁 풍겨져 나와.
자꾸자꾸 생각나고, 얼른 보고 싶어.
볼은 언제부터인지 발그레해졌고,
미간에 잔뜩 찌푸렸던 주름은 없어진 지 오래야.
싱그러운 초록과 산뜻한 하늘, 뽀얗고 보드라운 구름.
세상이 카메라 필터 씌운 듯 왜 이렇게 예쁘니?!
예쁘다며 신고 다니던 힐을 잘 정리하고, 밝은 색상의 스니커즈를 꺼내 신었어. 산뜻하게 머리도 다듬었지.
몸에 안 좋다는 커피와 술은 끊고,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으며 내가 내 몸도 챙기게 되더라.
마음의 변화 하나로 나라는 세상이 온전히 변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 평소 변화라면 질색하던 내가 이 변화는 나쁘지 않더라?!
에어팟에서 흐르는 선율에 따뜻한 햇살을 가만히 느끼는데, 내 눈이 가만히 감겼어. 아마 이게 행복인가 봐.
너를 만나고 내가 바뀌었어.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다가온 너 말이야.
내가 처음이라 온전히 진심을 다한다 해도 너에게 부족할지 몰라. 그런데 그것 하나만 알아줄래?
나는 우리가 헤어지는 그날까지 너에게 온 사랑을 주고,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걸.
사랑해. 내 딸.
사랑해. 내 아들.
<10년 뒤>
아니,
엄마가 엄마 좋으라고 그러는 거니?
다 너 잘되라고 해주는 거 아니야.
엄마가 일을 하고, 살림을 하는 것처럼 너도 너의 역할을 열심히 해야지.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어!
너 누가 엄마한테 눈을 그렇게 떠?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니?
방에 들어가서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 보고 나와서 다시 얘기해.
쾅!
너 문 그렇게 닫을 거야?! 다시 나와!!
그날의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싶었지만 유아기를 거쳐 아이의 사춘기를 만났다.
달콤한 줄만 알았던 육아와 인생이 쌉싸름하기도 해서, 그래서 재미있고 매력 있나 보다.
다시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랑해 주자
사랑해. 내 딸.
사랑해. 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