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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Nov 19. 2023

머리 묶은 게 나아? 푼 게 나아?

나나 너나,

남편의 쉬는 날,

다른 일행과 일정이 생겨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길어진 머리를 예쁘게 말아둔 터라 그대로 나갈까 하다가, 밤 사이 눌린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이 돼서 남편에게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여보. 머리 묶은 게 나아? 푼 게 나아?”

“응? 머리? 묶은 거랑 안 묶은 거?” 남편이 물었다.

질문을 되물으며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대답을 기다렸다. 10년 동안 이런 질문에는 이런 식의 대답을 해야 한다고 무수히 알려준 터라 정확한 답변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기다렸다.


“묶은 게 더 나은 것 같은데? “ 남편이 대답했다.

“오, 그래?” 나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올려 묶으며 연이어 물었다. “왜?”


여기서 보통 여자가 “왜?”라고 묻는 것은 “머리 풀면 이상해?”와 같은 질문으로, 따지거나 의심이 담긴 의도가 전혀 아니다.


남편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오늘따라 얼굴이 허얘서 머리 풀면 좀 아파 보여.”

“…………..?!”


그렇다. 그는 정확하게 ‘하얗다’가 아니라 ‘허옇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아파 보인다니. 일행을 만난다고 오랜만에 화장을 정성껏 했는데 말이다. 오호. 통제라.


그렇다. 11년 동안 알려준 대화 방식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기억 속에는 없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남편이 유일하게 정확히 대답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이 여자 연예인이 당신 스타일이야? 저 여자 연예인이 당신 스타일이야?”

“내 스타일은 너지. “

이 질문은 연애시절부터, 그러니까 15년 가까이 세뇌되어 그런지 정확하게 대답한다. 오직 이 질문에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는 이런 질문을 할 시기가 많이, 아주 많이 지났다는 거다.


번외 질문이거나 15년이 넘지 않으면 원하는 대답은 듣지 못할 것 같다. ‘남은 4년을 더 알려줄까, 포기할까?’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이제 이런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고민이 되더라도 끝끝내 내가 결정해서 행동해야겠다. 남편을 바라보며 “땡!” 소리를 외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결국 그날, 난 혹여나 아파 보일까 립스틱도 바르고, 머리도 묶고 외출을 다녀왔다. 나나 너나, 이게 우리인가 보다.


번역 결과
둘 다 예쁘지. 그런데 오늘 옷 스타일에는 묶은 머리가 당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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