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머리 묶은 게 나아? 푼 게 나아?

7. 남편말 번역가

by 육십사 메가헤르츠


“머리 묶은 게 나아? 푼 게 나아?”



남편의 쉬는 날,

다른 일행과의 일정 때문에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길게 자란 머리를 예쁘게 말아두었지만, 밤 사이 눌린 것 같아 고민이 됐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다.


“응? 머리? 묶은 거랑 안 묶은 거?”
남편은 같은 질문을 되물으며 생각할 시간을 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질문에 어울리는 대답을 꾸준히 알려준 터라, 정확한 답변이 나올 걸 예상하고 기다렸다.

“묶은 게 더 나은 것 같은데.” 남편의 대답이었다.


“오, 그래? 왜?” 머리를 묶으며 물었다.
여기서 보통 여자가 “왜?”라고 묻는 것은 “머리 풀면 이상해?” 정도의 의미일 뿐, 따지거나 의심을 담은 질문이 아니다.


그런데 남편의 답변은 잠시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나왔다.
“오늘따라 얼굴이 허 얘서 머리 풀면 좀 아파 보여.”

“....................???”


그렇다. 그는 정확하게 ‘하얗다’가 아니라 ‘허옇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아파 보인다니! 오랜만에 화장을 정성껏 했는데 말이다. 그는 거짓으로 꾸미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솔직했다. 너무나도.

한숨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10여 년 동안 알려준 대화 방식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기억 속에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의 기억 속에는 어떤 게 들어있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유일하게 정확하게 답하는 질문이 있긴 하다.
“이 여자 연예인이 당신 스타일이야? 저 여자 연예인이 당신 스타일이야?”라고 물어보면,

“내 스타일은 너지. “라고 대답한다.


연애 시절부터 15년 가까이 세뇌된 탓인지, 이 질문에는 영혼 없이 정확하게 대답한다.

중요한 건, 이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고민 끝에 머리를 묶고 립스틱도 바르고 외출했다. ‘혹여 아파 보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로의 시선이 다르고, 표현 방식이 달라도 결국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순간을 편하게 즐기는 것이다. 작은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부부만의 균형이 된다.



번역 결과

“둘 다 예쁘지. 그런데 오늘 옷 스타일에는 묶은 머리가 당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keyword
이전 07화여보, 면세점, 샤넬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