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탁을 들어준 남편
제목만 보고 이런 생각을 하셨나요?
'엇, 이 남편은 와이프에게 샤넬 백을 사준 건가.?'
그렇다면 잘 못 들어오셨습니다. 질투심이 +1 상승할 뻔했지만 안도감이 +1 상승했습니다.
저 가방 사진은 딸아이의 손가방이니, 실망하셨다면 지금이라도 뒤로 가기를 클릭하셔도 됩니다.
'이별 마주하기'라는 매거진을 쓰던 중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유달리 가족과의 이별에 약해서, 가족들과 공항에서 헤어질 때마다 어김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제는 그만 울어야지 다짐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한 번은 가족과 이별을 앞둔 전날 저녁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휴, 이번에는 또 어떻게 헤어지지? 여보, 혹시 내가 내일 공항에서 울 것 같으면 내 귀에 "면세점 들어가자!"라고 속삭여줘. 그럼 눈물이 덜 날 수도 있어."
"알았어."
다음 날, 공항에서 친정 식구들과 식사를 마치고,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에도 나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가족들의 얼굴을 마음껏 쳐다보지 못했다. 눈물이 또르륵 흐르자 남편이 다가와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여보, 면세점, 샤넬 백! 샤넬 백 사러 가자!
'샤넬 백...?? 샤넬 백은 우리 대사에 없던 건데... 진짜...?'라는 생각도 잠시, 역시나 눈물은 주르륵주르륵 떨어졌고, 엄마와 언니 한번 꼭 안아보고, 조카들 눈에 가득 넣고 그렇게 헤어졌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감정이 추스러지자 남편이 얘기했던 샤넬 백이 떠올랐다.
"아까 당신이 얘기한 샤넬 백은 뭐야? 진짜 사줄 거야?"
"아니, 당신이 어제 부탁했잖아. 울 것 같으며 면세점 가자고 말해달라며."
"...................."
그렇다. 그는 아무런 의도 없이 급하게 말을 뱉은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부탁을 들어준 건데 뭐가 문제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당황스러운 나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지만 할 말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3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래, 샤넬은 무슨 샤넬이야. 요즘엔 YSL 가방이 더 예쁘더라... 나중에 꼭 하나 사야지'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내가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나중에 성공하면 샤넬 백은 내 돈 주고, 내가 직접 살 거니까 당신이 사주면 안 돼!"라며 반어법으로 말한 것을 은연중에 진심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샤넬 매장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른 채 대형 핑크퐁 인형과 사진 한 장, 안내 로봇과 사진 한 장을 찍고, 비행기에 올랐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물욕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돈이 통장을 스쳐 지나가니 아껴야 할 부분을 내 몫에서 줄여나가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도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지 않았는가.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됐다. 나는 물욕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가방은 여전히 갖고 싶다는 것을. 그리고 의리 있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과 살고 있다는 것을.
번역 결과
울지 말고, 웃으면서 헤어지자. 당신이 자꾸 울면 나도 속상하잖아. (샤넬 백은 하나만 골라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