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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Nov 04. 2023

돈이 되면 열심히 하라고?!

열심히 해야 돈이 되는 거겠지.


그거 돈 되면 열심히 하고, 지금은 저녁 먹자


남편이 말했다. 올 것이 왔구나…





올해 7월 브런치스토리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무엇을 써야 하나? 매거진은 뭐지? 어떻게 발행하는 것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현재 4개월째 신입 작가로 지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oo님이 라이킷했습니다.’, ‘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알림을 보면 괜스레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하다.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업로드하는 것이겠지만 내 글이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에 뜨거나 ’ 브런치스토리 인기 글‘에 뜨거나 또는 ’ 에디터픽 최신 글‘에 뜨면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된 기분이 들어 설렌다. 가끔 조회수가 급속도로 오를 때가 있는데 통계를 보면 다음사이트에 올랐을 때 조회수가 급격히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 모든 것이 신기하고 좋아서 내 인스타그램에 박제를 해놓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 아이들의 수영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하교 후 바로 수영장으로 가서 수영, 샤워까지 다 마치고 집에 오면 저녁 식사 시간이다. 특히 운동 후라 아이들이 무척이나 배고파해서 보통 금요일은 오전에 저녁 준비까지 모두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오늘도 국 2종류에(매운맛, 순한 맛), 반찬들을 좀 만들고 아이들과 수영 수업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수업할 때 잠깐 브런치스토리를 확인했는데 조회수가 평소와 달리 오르고 있었다. 통계 링크를 통해 들어가도 다음 사이트 홈으로 연결돼서 내 글을 바로 찾을 수가 없었다. 궁금한 나머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사이트를 확인하는데, 그때 들린 남편 목소리.


“배고픈데, 저녁 먹자,”

“응. 국 다 만들어뒀어. 불만 올려줘. 나 확인할게 좀 있어서.”

“뭘 확인하는데?”

"다음 사이트에 내 글이 올라간 것 같은데 못 찾겠네. “

“그거 돈 되는 거 아니잖아. 돈 되면 열심히 하고, 지금은 저녁 먹자.”

“........................???;;;;“


뭔가 말을 받아치고 싶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너무 현실적이어서 할 말이 없었다. ‘그는 T 중에서도 특별한 T인 건가...?’ 생각하며 저녁을 함께 차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돈은 안된다. 초반에 브런치스토리에 가입했을 때 수입적인 측면 때문에 브런치스토리를 떠난다는 글들을 적지 않게 봤다. 최근에는 배지도 생겼고, 응원하기도 생겼지만 나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략적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거나 글을 잘 못쓰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한 분야 이야기만 쓰는 스타일도 아니고, 전문 분야도 없다. 내 이야기, 취미 이야기, 이민생활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고, 그것들을 적어오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연재하기’는 목차 작성까지 다 완료해 두고 시작하지 않았다. 일단 연재하면 발행 취소, 삭제 및 연재 목차에서 제외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아직 불완전한 작가로서 글을 쓰고 있다. 그래도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고, 또 그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있고, 소통하는 작가님들도 생겼다. 이제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돈 되면 열심히 하라 ‘는 말에 급소를 강타당한 기분이었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정확한 확인사살에 할 말이 없었을 뿐이다.


저녁식사 후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글을 적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돈이 벌릴까? 그렇다면 저녁 안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도 당당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생각에 결과가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아마도 계속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내려갈 것 같다. 지금처럼…

전략적으로 쓸 거였다면 아마 처음부터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나는 재미가 없었겠지만 말이다.


어휴. 이 바보야. 그러니까 네가 돈을 못 버는 거야

내 결론에 한숨지을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여전히 이 선비 같은 내 마인드에 피식 웃음이 난다. 언젠가는 다중이 좋아하는 색다른 것 말고, 소수가 좋아하는 평범한 것들이 인기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번역결과

저녁 식사 후에 확인해도 될까? 그때 확인하면 조회수가 더 높아져 있어서  당신 기분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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