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남편말 번역가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살림은 내가 도맡아 했다.
남편 출근길을 배웅한 뒤, 인터넷을 뒤적이며 요리를 배우고, 청소와 빨래까지 대부분을 도맡아 했다. 남편은 주로 쉬는 날 도와주는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남편이 저녁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요리를 했으니 설거지는 남편이 하는 것도 괜찮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일이 어느새 매일 반복됐다. 저녁 식사 후면 어김없이 싱크대 앞에 선 남편, 그리고 식탁을 정리하는 나. 그렇게 5년이 넘었다. 피곤해 보이는 날이면 내가 하겠다고 말해도 그는 끝내 본인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스위트할 수가!
결혼할 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줄게” 같은 부드러운 멘트는 없었지만, 매일 저녁 설거지를 해주는 남편이라니! 나는 행복한 아내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시간에 아이들 숙제를 봐주거나 청소를 해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꼭 설거지만 했다.
며칠 전, 부엌을 함께 정리하다가 물어봤다.
“당신은 왜 매일 저녁 설거지를 하는 거야? 피곤해도 당신이 한다고 하잖아. 그런 날은 내가 할 수도 있지. 왜 꼭 설거지를 도맡아 해?”
내 예상 대답은 이랬다.
1. 당신을 사랑하니까 도와주는 거지.
2.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까 설거지라도 하는 거야. 3.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야. 4. 나 원래 설거지를 좋아해. 뭐, 이 정도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실제 대답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두 번 일하기 싫어서 내가 한 번에 하는 거야. 밤에 물 마시러 부엌에 나오면, 다시 닦아야 하잖아.”
“............???”
이해가 안 돼서 물었다.
“두 번? 부엌? 다시? 왜?”
동그란 눈을 깜빡이는 나에게 남편은 차분히 설명했다.
그렇다. 내가 정리를 마친 부엌이 남편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내 눈에는 안 보이는 물때나 얼룩이 그의 눈에는 현미경처럼 크게 보였던 것이다.
왜 내 눈에는 안 보이고, 그의 눈에는 보였던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자라온 환경
워킹맘이었던 친정엄마는 늘 바빴고 집안일에 세세히 신경 쓰기 어려웠다. 반면 전업주부였던 시어머니는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중요시하신다. 자라온 환경이 달랐으니 ‘보이는 것’도 달랐던 것이다.
둘째, 직업 환경
남편의 근무환경은 언제나 청결이 필수였다. 정기적으로 위생 교육을 받으며 물때, 세균, 바이러스 영상까지 보곤 했다. 그 교육 내용은 남편 머릿속에는 온전히 남아있고, 내 머릿속에서는 저장도 되기 전 사라진 것이다.
셋째, 성격과 체력 차이
성격 급한 나는 빠르지만 세심하지는 않다. 내가 행주를 꽉 짜도 남편에게 건네면 다시 물이 나온다. 그러니 내가 정리해 놓은 부엌이 그의 눈에는 여전히 미완성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 그래? 오해하고 있었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오해?” 남편이 되물었다.
“나는 당신이 날 사랑해서 매일 설거지하는 줄 알았지.”
“그… 그것도 맞는 말이지. 두 가지 이유 모두인 거야.”
“아… 이미 늦었어…”
오늘도 남편은 어김없이 저녁 설거지를 했다.
'이유야 어떻든, 매일 설거지를 해주는 게 어디냐.'
덕분에 나는 아이들과 방을 정리하고, 이렇게 글을 쓸 시간도 생겼다. 하지만 나도 조금은 더 노력해야겠다.
부부가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메워주기 때문이다.
번역 결과
(정답) 1. 당신을 사랑하니까 도와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