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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Oct 30. 2023

매일 저녁, 남편이 설거지하는 이유

오해와 결말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살림은 내가 해왔다. 인터넷 뒤적이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청소, 빨래 등을 도맡아 왔다. 남편은 주로 쉬는 날 도와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저녁 설거지를 남편이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요리를 했으니 설거지는 남편이 하는 것도 괜찮지.'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설거지가 매일 반복됐다. 그는 언제나 저녁식사 후 싱크대 앞에 섰고, 나는 식탁을 정리하고 닦았다. 그런 일상이 5년이 넘는다. 누가 봐도 피곤해 보이는 날이면 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남편은 한사코 본인이 설거지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스위트할 수가!


결혼할 적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줄게.‘ 이런 자상한 멘트는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 저녁 와이프를 위해 설거지를 하다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은 그 시간에 나를 위해 청소나 아이들 숙제를 봐주는 일은 드물고, 항상 설거지를 해준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고맙다고 생각하며 내가 나머지 일을 해왔다.


며칠 전, 부엌에서 같이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물었다.

“당신은 왜 매일 저녁 설거지를 하는 거야? 피곤해도 당신이 한다고 하잖아. 그런 날은 내가 할 수도 있지. 왜 매일 설거지를 해?”


나의 예상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1. 당신을 사랑하니까 내가 도와주는 거야.

2.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까 설거지라도 하려는 거야.

3. 내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 하나야.

4. 원래 설거지를 좋아해.


뭐, 이런 정도의 대답? 하지만 실제로 남편이 한 말은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두 번 일 하기 싫어서 내가 한 번에 하는 거야. 밤에 물 마시러 부엌에 내려오면 다시 닦아야 하잖아. “

“............??? “


그렇다. 내가 정리까지 끝내고 나온 부엌이 남편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물때나 얼룩 등이 남편 눈에는 확대한 듯 보이는 것이다.


자, 그럼 정리해 볼까? 왜 내 눈에는 안 보이고, 그의 눈에는 보였던 것일까?

첫 번째로 자라온 환경을 볼 수 있다. 워킹맘이었던 친정엄마는 언제나 바쁜 일상을 보내셨다. 집안일을 꼼꼼하게 할 수가 없었다. 반면 시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지내셨고, 깔끔하고 정리된 것을 좋아하신다.

둘째, 남편 직업상 근무환경이 깨끗하며, 교육도 받는다. 물때나 바이러스와 같은 영상을 보고 와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셋째. 성격과 체력 차이도 있다. 성격이 급한 나는 빠르지만, 아주 깔끔하지는 않다. 행주를 꽉 짜도, 남편에게 주면 또다시 물이 나온다. 그러니 내가 부엌을 정리하고 나오면 남편이 한번 더 정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 그래? 오해하고 있었네~”내가 말했다.

“무슨 오해?”

“나는 당신이 날 사랑해서 매일 설거지해 준다고 생각했지.”

“그..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 두 가지 이유로 매일 설거지하는 거야. “

“아~그런데, 답변이 이미 늦었어.”


오늘도 남편은 저녁 설거지를 했다. 그래, 이유야 뭐 어떻든 매일 설거지해 주는 게 어디냐. 덕분에 나는 아이들과 방정리를 했고, 글 쓸 시간이 생겼다.


번역 결과
오해가 아니라 사랑해서 도와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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