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이 되면 열심히 하라는 말의 의미

5. 남편말 번역가





"와! 작가가 됐어!"





2023년 7월, 브런치스토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설레였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매거진은 무엇인지, 어떻게 발행하는 것인지도 한참을 알아보고,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은 신입 작가로 4개월째 지내고 있다.(2023년 작성 시점)


아직도 ‘oo님이 라이킷했습니다’, ‘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알림을 보면 괜스레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하다. 내 글이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이나 ‘브런치스토리 인기 글’에 뜰 때면, 유명 작가가 된 듯 가슴이 설레이기도 한다. 통계 그래프가 갑자기 치솟는 순간은 더욱 짜릿하다. 그럴 때면 인스타그램에 흔적을 남겨두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 아이들 수영 수업이 있는 날.


하교 후 바로 수영장으로 향해 샤워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 시간이 된다. 오늘도 국 두 종류(매운 맛, 순한 맛)와 반찬들을 미리 준비해두고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수영장에서 잠깐 브런치스토리를 확인했는데, 조회수가 평소와 달리 급격히 오르고 있었다. 통계 링크를 타고 들어가도 다음 메인으로만 연결되고, 정작 내 글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한 나머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는데, 그때 들린 남편 목소리.


“배고픈데, 저녁 먹자.”

“응, 국 다 만들어놨어. 불만 올려줘. 나 확인할 게 좀 있어서.”

“뭘 확인하는데?”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나온 것 같은데 잘 안 찾아져.”


그러자 돌아온 답.

“그거 돈 되는 거 아니잖아. 돈 되면 열심히 하고, 지금은 저녁 먹자.”

“........................???”


말을 받아치고 싶었지만, 너무 현실적인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와… T 중에서도 대문자 T.’ 그렇게 넘기며 저녁 준비를 같이 했다.






사실이다. 돈은 안 된다.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가입했을 때, 수입 문제 때문에 떠난다는 작가들의 글을 적지 않게 봤다. 최근에는 배지와 응원하기 기능이 생겼지만 아직 상황은 미비한다. 이제 막 브런치를 시작한 나는 전문 분야를 내세운 것도 아니고,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취미 이야기, 이민 생활, 가족 이야기 등을 다양하게 적어 내려가고 있다.


아직 신입 작가지만, 내 글을 읽고 공감하며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의 소통이 점점 즐거워지고 있을 시기였다. 그래서 ‘돈 되면 열심히 하라’는 남편의 말은 아프지만 정곡을 찔렀다.


저녁 식사 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글을 써야 돈을 벌 수 있을까? 정말 그 길이 열릴까? 그렇다면 저녁을 미루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당당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내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이 즐겁다. 하지만 언젠가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경제적인 보상이 피드백처럼 돌아온다면 글쓰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에 지치고 스스로 소모되기 전에 나에게 맞는 글쓰기 방식과 방향을 찾는 일이다. 그래야 오래, 즐겁게 글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감정과 가능성을 쫒고 그는 현실과 지금을 본다. 다른 두 시선이 만나 부딪히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차이가 우리를 오래 함께 걷게 만드는 힘일지 모른다.


번역결과

저녁 식사 후에 확인해도 될까? 그때 확인하면 조회수가 더 높아져 있어서 당신 기분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keyword
이전 05화남편이 설거지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