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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Dec 30. 2023

여행가방 잘 싸는 방법

여행과 관련된 책 휴대하기


여행가방을 잘 싸는 방법 (feat.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여행)


1. 트렁크를 열고 제일 밑바닥에 책을 2~3권 깔아 둔다.

2. 그 위로 가족들 옷을 돌돌 말아 올린다.

3. 수영복이나 속옷은 각각의 파우치에 담아 넣는다.

(여행지에서 그때그때 파우치만 꺼내어 준비)

4. 세면도구를 챙겨 넣는다.

5. 충전기나 망가질 위험의 제품들은 옷들 사이에 살짝 눌러 넣어 충격을 완화한다.

6. 중요한 물건과 전자기기, 이동시 꺼내어 볼 책 1권을 휴대용 가방에 챙긴다.

7.  출발한다!


국내 장거리 여행이나 해외여행을 갈 때 나의 루틴이다. 이 루틴에서 1번과 6번의 빨간색 글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추가된 것이다. 책이 없으면 아이들이 장소를 불문하고 핸드폰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이다.


6번의 책은 휴대용 책으로 공항에 가거나 비행기에서 꺼내보는 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나 공항, 비행기등과 관련 있는 책을 준비한다. 1번의 책은 여행지에 도착한 후 아이와 보는 책이기 때문에 여행장소에 관한 책(나라나 도시) 또는 문화나 음식 등 여행지와 관련 있는 책으로 준비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여행 중의 일상과 관련 있기 때문에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다.


엄마,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려요?
이곳은 음식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책을 휴대하면 여행 일정 중 기다릴 시간이 생겼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미취학 아동이었을 때는 작고 얇은 그림책을 주로 들고 다녔다.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하면 책을 꺼내서 같이 읽어보거나, 그림을 보는 등 짧은 집중력을 책으로 이용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본인들이 원하는 책을 직접 챙겨 다니기 시작했다. 기다림이 길어질 때 주로 꺼내서 읽었다. 책을 보고 싶지 않을 때에는 노래를 듣거나 휴대용 색연필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여러 번의 여행 중 책이 사진에 남아있는 세 번의 일상을 소개해 볼까 한다.


1. 2019년 하와이로 여행을 떠날 때에도 책을 가져가 우리의 일상과 접목시켰다. 공항에서는 ‘공항의 하루’ 책을 그림 위주로 살펴봤고, ‘비행기를 탈까, 헬리콥터를 탈까’를 읽었다. 비행기 내에서는 ‘꼬마 조종사 제제’ 책을,  그리고 하와이에 도착해서는 ‘라이트 형제 하늘을 날다.’와 아메리카 대륙에 관한 책을 읽었다.


시차적응이 안 되어 아이가 잠들지 못할 때나 여행일정으로 흥분해서 쉽사리 잠들지 못할 때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하와이 여행 사진  (2019)



2. 과학동화를 즐겨보던 아들이 매일 밤마다 가져오던 ‘이 뼈는 누구 뼈?’라는 책이 있었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집에서 뒹굴거리던 아이들과 진짜 뼈를 보기 위해  박물관에 갔다. 새 뼈, 공룡 뼈, 갖가지 동물 뼈를 직접 보고, 사진 찍고, 컬러링 페이퍼에 색칠을 하며 활동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우리가 박물관에서 본 뼈들이라며 다시 책을 둘러봤다. 아이들은 박물관에서 직접 본 내용과 책의 내용을 비교하느라 쉴 새 없이 떠들어댔고, 길고 반복되는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들, 뼈 책과 War Memorial Museum(2019)


3. 4년 만에 한국을 갔다. 코비드도 끝났고 둘째의 기억 속에 없는 한국을 알려주고 싶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는 바쁜 일정 속에 잠시 시간이 날 때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찾았다.


한글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아이들은 글밥이 적은 책을 보거나 그림 위주로 봤다. 우리는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도 좋았고, 교보문고에서 영어원서도 사 왔다. 뉴질랜드는 책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면 시내 서점을 방문해 영어원서를 사서 읽기도 한다. 외국에서 뉴질랜드에 없는 책을 발견해 구입할 때는 새로운 보물을 찾은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책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여행 갈 때 책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유난이라며 싫어했을 것 같다. 나와 아이가 장소를 불문하고 여행지에도 책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도 일상을 주제로 책을 골라 읽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에 날씨나 비, 물의 순환 등에 대한 책을 같이 골라 읽었고, 글을 읽기 시작한 후로는 제목을 읽고 직접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골랐다. 그리고 아이가 일상과 전혀 관련 없는 책을 골라와도 재미있게 읽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딸이 골라온 음식주제의 책 들(2018)


여행 가방에서 옷과 화장품을 딱 하나씩만 빼고, 그 자리에 내 책을 한 권 넣어가도 좋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 할 때, 공원에서 한참을 뛰어놀 때 근처에 앉아 따뜻한 햇빛 받으며 책을 읽으면 또 다른 생각과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럴 여유가 없다면 핸드폰 속 전자책도 좋고, 노트에 그날의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일기처럼 적어보는 것도 좋다. 그러면 그 여행의 새로운 기분이 사진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오래 남는다.


여행 가방을 잘 싸는 방법은 바로 가방 안에 누구의 것이든 ‘책’을 넣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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