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더 피곤한가
<엄마의 일기>
비몽사몽.
어린 둘째 덕에
오늘도 눈만 감았다 뜬 느낌이다.
언제쯤 푹 잘 수 있을까?
생각도 잠시 서둘러 아침을 준비한다.
늦장 부리는 첫째 아이를 준비시키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온다.
아… 세수도 못하고 다녀왔네
뒤늦은 세수를 하고, 이유식을 만든다.
딸이 오면 먹을 점심도 준비한다.
잠이든 아들을 유모차에 옮겨 태우고
어린이집에 데리러 간다.
놀이터에서 잠깐 들러
아이들 그네를 연신 밀어준다.
들어오자마자 점심을 차린다.
첫째 어린이집 이야기를 들으면서,
둘째 이유식 먹이면서,
동시에 내 점심까지 먹다 보면,
오늘 점심도 코로 먹은 기분이다.
아침에 돌려둔 빨래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좀 쉴까 했더니 아들 응가가 넘쳐 바닥 곳곳에 묻어있다.
하아… 진정하자
아들을 씻기고, 바닥을 닦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제 오후 1시 반이다.
생각해 보니 지금껏 점심 먹을 때 딱 한번 앉았다.
........... 중략..........
너무 피곤하지만, 곧 아이들이 잠들 시간이니
조금만 참고 버텨본다.
책이라도 남편이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은 아빠 말고, 엄마가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도대체 왜?
아빠는 재미가 없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 한 톤으로 영혼 없이 읽기
여보! 그거 반칙 아니야?
<아빠의 일기>
이른 아침부터 가족들이 깰까 싶어
조용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아침식사는 사치다.
커피 한잔을 겨우 들고 출근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일주일만 푹 쉬고 싶지만
생각도 잠시,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오늘도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낸다.
...... 중략......
집에 돌아와 문을 열어보니
아이들 장난감이 온 거실을 점령했다.
유튜브와 맥주 한잔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와이프가 지쳤는지 미간에 인상을 쓰고 있으니
일단 집부터 정리한다.
와이프가 아이들에게 오늘은 아빠와 책을 읽으라고 한다.
아이들의 대답을 확인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조마조마하며 귀를 기울여본다.
아이들은 아빠 책은 재미없다며 와이프에게 달려가 누웠다.
휴, 다행이다.
스탠드 불빛 하나에 기대어
책을 읽는 것은
곧 나를 잠들게 하는 최면과 같다.
눈을 잠깐 감았다 뜨면 아침일 것이 뻔한데,
그럴 수 없지.
지금부터가 나의 쉬는 시간인데,
모두가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자길.
굿 나잇.
2018년 2월, 내가 인스타그램에 적었던 글을 일기형식으로 재 작성해 적어봤다.
아빠의 책 육아에 관한 여러 신문 기사들 중 2020년에 수정된 조선일보 ‘엄마보다 아빠가 읽어줄 때 더 똑똑해진다.’는 기사를 보면, 아빠가 책을 읽어준 아이들이 사고력 발달과 상상력 확장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나온다. 미국, 영국, 핀란드 등 타 국가들은 예전부터 ‘아빠 책 읽어주기 붐‘이 일어났을 정도라고 하니 책 육아에 있어서 ‘아빠‘의 영향력 역시 중요한 것임은 확실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퇴근 후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아빠들이 몇이나 있을까. 사회, 경제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 등 다양한 이유로 책육아는 보통 엄마의 역할되었다.
우리 집 아이들 역시 엄마와 함께 책 읽는 것이 익숙하다. 동화구연하듯 읽어주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거리던 아이들이 한 명씩 잠이 들고, 나도 같이 잠들기 일쑤였다.
나의 9년간의 책 육아가 서서히 지나가며 마무리되고 있다. 아빠든 엄마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정서적으로나 어휘력 발달에 좋은 것임은 분명하니 눈치싸움은 이제 그만하고,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면서 책을 읽어주자. (나는 늦었지만,)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미혼이라면 이미 아빠 책 육아가 문화가 되어버린 미국, 영국, 핀란드 사람을 만나는 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