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종일 집에 있는 날
1-3세 아이들과 뭐 하고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영어 DVD 시청? 키즈카페나 놀이공원? 문화센터?
우리 집 첫째는 3살이 넘어서야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했다. 둘이 부지런히 놀러 다니려고 했지만 아이가 어리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딘가 나가려고 준비를 겨우 마치면 기저귀에 응가를 하고, 나가서도 아이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생기곤 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날이 조금씩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우리는 둘이 집에서 뭘 하며 지냈을까?
예전 블로그(현, 휴면계정)를 찾아보니, 13개월의 아이와 집에서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한 자료가 남아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자기 몸보다 더 큰 가방 메고 어린이집으로 등원할 때, 우리는 모래놀이 가방 메고 놀이터로 등원했고, 종종 문화센터를 다녔다.
그러다 미세먼지로 세상이 뒤덮인 날,
아이가 감기에 걸린 날(어릴 땐 왜 이렇게 자주 아픈지),
조금 커서는 코비드로 집에 있어야 하는 날,
그런 날에는 아이와 책을 보고, 독후활동을 했다.
집에 있는 어떤 날은 면도크림, 어떤 날은 밀가루, 또 다른 날은 물감 등을 펼쳐놓고 온몸으로 비비고 놀았다. 다 놀고 난 후 아이를 그대로 욕조에 넣어 씻는 것이 루틴이었다. 키즈 놀이매트가 따로 없던 그 시절에,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도 방지하고, 치우는 시간도 단축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은 커다란 김장비닐이었다. 아마 바닥에 깔 김장비닐이나 신문지(옛날 사람)가 없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 책 관련 전시회나 뮤지컬이 있을 때는 예약을 해 관람했다. 보통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을 찾아다녔고, 아이의 집중 시간을 고려해 비싸지 않은 전시 위주로 선택했다.
어린아이와 종일 지내다 보면 힘들고, 지친다. 체력도 부족한 것 같고, 이곳저곳 다 아프고 그랬던 시기도 있었다. 그럴 땐 집 안에 누워있는 시간도 많았는데, 아이가 놀아달라고 오면 그 자리 그대로 책을 읽어주고, 스티커도 누워서 붙이는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전집구성 DVD가 있으면 책을 옆에 두고, DVD를 틀어주어 아이의 시선을 돌리고 쉴 시간을 벌기도 했다. 가끔은 책을 읽다 아이가 잠들기도 했고, 때로는 내가 먼저 잠드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가 태어난 후에는 잠깐의 책 읽는 시간도 전쟁이었다. 첫째와 책을 읽을 때면 쏜살같이 기어와 책을 찢어 먹었다. 또는 집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등 눈을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째가 낮잠 자는 시간을 보통 이용했고, 그 시간이 안될 경우엔 밤에 둘째를 먼저 재우고 첫째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둘째 역시 책을 먹지 않는 시기부터 유치원에 등원하는 3살까지 집에서 놀았다. 첫째와는 반대로 첫째가 유치원에 간 오전 시간을 이용해 둘이 책을 읽고 놀았다. 둘째는 첫째의 말과 행동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책 읽는 것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고, 자기도 누나처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나 독후 활동을 즐거워했다.
쉬는 날 아이와 뭐 하지?
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과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은 어느 부모든 다 같은 마음일 테니 말이다. 아이가 커서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친구와의 외출이 더 좋아지면 아마도 걱정의 주제가 바뀔 것 같다.
나는, 오늘 뭐 하지?
곧 있을 그 시간까지 부지런히 아이들과 책 보며 뒹굴거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