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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분방 Jan 06. 2019

04화 야경기행, 강화터미널의 밤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터미널


요즘도 나에게 이런 사진을 찍는지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저 야경을 찍는 게 좋았던 시절 나는 거의 모든 곳의 밤을 그저 사진 속에 담아내려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밤이 아니면, 담아낼 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 나는 항상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모든 것들을 찍었다. 늦은 밤 강화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고, 잠시 그저 바깥에 보이는 풍경들을 사진 속에 담아내고자 삼각대를 다시 펴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 바라보면, 이 사진들을 왜 찍었는지에 대해서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편으로는 다시금 추억들을 꺼내볼 수 있기에 잘 찍어 두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강화 터미널로 들어오는 차량들의 궤적을 담아낸 사진 한 장이다. 늦은 밤이지만, 터미널이기에 많은 차량들이 이곳 터미널을 향해서 들어온다. 자동차 라이트의 불빛은 삼각대를 놓고 촬영하는 카메라 장노출에 의해 궤적이 되어 버린다. 차량이 흘러가는 시간이 그대로 멈춰 사진 속에 기록된다는 것에 나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저 멈춰버린 자전거와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공중전화 부스를 바라본다. 때로는 옛 사진들의 원본 raw파일을 저장해 놓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가 될 때도 많이 있다. 단지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사진은 찍는 시간만큼, 함께한 시간만큼 실력이 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요즘의 사진이 오래된 추억 속 사진들보다 나아진 것은 확실하다. 단지, 예전과 같은 사진들을 더 이상 찍으려 하지 않는 나의 모습 속에서 약간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다시금 이런 열정과 조우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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