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그토록 피하려고 했건만, 나도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에 갇혀버린 것 같다. 내가 추구하고 내가 찍고자 하는 사진이 아닌, 무난하고 누군가 보기에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 것 같다. 요즘 들어 그런 나의 사진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살짝 있다. 오랜 시간 전 북촌 한옥마을에서 늦은 밤 담아보았던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나의 사진을 떠올리면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지금이었으면 찍지 않았을 사진일 텐데 이 당시에는 잘도 찍었던 것 같다. 지금의 사진이 더 낫고, 과거의 사진이 더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유로운 구도속에 찍고 싶은 세상을 담아내던 나의 어제가 그리워지는 시간인 것 같다.
오래전 북촌의 계단길에서 담아본 세상의 풍경은 그저 고요하고 정적이 흐른다는 느낌이 지배한다. 사진을 바라보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찍은 사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재밌게도 이 시절 내가 이 사진을 찍을 때의 기분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기분을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금 추억하다 보니, 옛 기분을 글로 적어낼 수 있게 된다.
북촌 한옥마을의 조금은 높은 언덕길에서 삼청동 거리의 풍경들을 사진 속에 담아보았다. 이토록 이곳은 어두운데, 앞으로 보이는 세상은 그저 밝기만 하다. 사진을 찍으면서,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옛 사진들을 바라보면서, 글을 몇 마디 적다 보니 새로운 세상들이 보인다. 이 시절의 내가 그립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금 바라볼 추억이 있는 내가 있기에 그 시절이 마냥 그립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