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하늘공원
밤이 아름다운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 있어서이다. 그리고 밤을 밝히는 빛이 있어서이다. 1년에 한 번 마포구 하늘공원에서는 억새축제가 진행된다. 지난날의 나도 이곳을 찾아, 빛나는 세상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억새 축체를 바라보다가, 어느덧 시간을 보니 밤이 늦었기에 다시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청사초롱이 흩날리던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한국적 미를 담고 있는 청사초롱은 주로 조선 후기 왕세손이 사용하였고, 일반적인 혼례식 때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축제, 그리고 밤과 어울리는 청사초롱이다.
멀리 주황빛으로 빛나는 성산대교의 밤이 아름답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그저 바라다보게 되는 세상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을 때, 내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노란색 등이 비추는 길을 따라서 사람들이 흘러간다. 사진 속 장노출에 사람들이 사라져 가는 마법이 야경의 재미있는 요소이기도하다.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길일 수도 있겠다. 어딘가로 향했다면,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인생이기에 오랜 사진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 속에 잠겨본다.
월드컵공원에서 바라본 하늘공원의 모습이다. 이 공원의 옛이야기는 조금 흥미롭기도 하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한강변의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폐쇄된 자리에 조성된 공원 5곳이 2002 피파 월드컵을 기념하여 총칭 '월드컵공원'이 되었다. 월드컵공원에 속해 있는 공원은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 한강공원 등 5개의 공원이다. 자주 찾는 곳이기에 알게 모르게 이런 것들도 알게 되니, 여행을 헛다니지는 않았나 보다. 이렇게 또 하늘공원을 바라보면서, 밤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