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때로는 옛 기억들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그저 버스나 기차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용기가 있었던 시기 말이다. 벌써 5년 전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옛 추억들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이 시간의 기억들이 강렬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늦은 밤까지 얘기를 나누던 사람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던 밤바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담아냈던 사진들까지 모두 추억으로 가득 차 있는 시간이었다.
정동진은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양의 광화문에서 정동 쪽에 있는 나루터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정동진'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사실 서울에서 위도상 '도봉산'의 정동 쪽이라 한다. 여름 무렵엔 불꽃놀이를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밤의 바닷가이다.
한때 열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모래시계'덕에 정동진은 아직도 거대한 모래시계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시대에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나 또한 TV를 통해서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밤을 따라 걷다가, 작은 다리와 기차가 있는 공간의 풍경을 사진 속에 담아본다. 이 시절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공간을 사진 속에 기록했던 것일까. 사진을 촬영하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사진의 원본을 제대로 남겨놓지 않은 채 '웹 사용'을 위한 사진들만 한동안 남겼던 것 같다. 다시 그 장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언정, 다시 그 시간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에 원본 파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정동진의 밤은 그저 흘러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