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메세나폴리스몰의 입구, 나는 오늘도 늦은 밤 이곳을 찾았다.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보니, 주로 야간에 촬영할 시간이 많은 편이다. 야경을 좋아해서 사진을 찍는 부분도 있지만, 어느 정도 낮에 바라보는 풍경들도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합정 메세나폴리스몰의 입구, 거대한 사슴의 조형물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메세나폴리스몰의 입구에 아주 작은 공간 속 억새들을 마주하게 된다. 흔들리는 억새와 뒤로 반짝이는 보케가 내가 바라보는 합정 메세나폴리스의 또 다른 이면이었다. 요 며칠간은 네이버 블로그에 글들을 써 내려갔다. 최근의 나는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브런치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사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진 위주의 글'과 아주 딱딱한 어체를 사용하고 있는 편이기에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면, 이런 억압에서 풀려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글을 쓰는 것이 재밌게 느껴진다. 문뜩 흔들리는 억새와 빛망울을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감정이 들었다.
메세나폴리스는 오피스텔, 상점가, 영화관들이 모여있는 복합 문화공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합정역에서 지하로 이어져 있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는 멀리 가지 않아도 하루를 보낼 수 있기에 자주 찾는 편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때로는 지루하지만, 빠르게도 흘러가기에 나는 이곳을 좋아한다.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보케 샷을 많이 촬영하곤 한다. 보케를 촬영하는 방법은 카마라의 초점 모드를 AF 모드에서 MF모드로 변경한 뒤 초점 링을 살짝 돌려 포커스의 위치를 변경해주면 된다. 또는 밝은 조리개 값을 가진 렌즈를 이용해 앞에 위치하거나, 뒤에 위치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촬영을 해주면 '아웃포커싱' 또는 '인 포커싱' 사진이 등장한다. 당연히 빛이 있는 공간에서 촬영을 해야겠지만.
아름다운 우산들이 걸려있는 풍경 속에서 나는 메세나폴리스의 이미지를 느끼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데이트 코스로,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그저 아름다운 시간의 멈춤으로, 누군가에게는 쇼핑몰로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의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 공간이 보일 수 있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시선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우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먼 곳으로 데려다줄 것만 기분이 들기도 하고,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상들에 매료되기도 한다. 브런치에 사진을 많이 넣지는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이 아름다운 공간을 조금 더 공유해보고 싶어서, 아무런 글도 적히지 않은 사진들을 몇 장 더 넣어보았던 것 같다. 결국은 사진으로 말하는 나이기에,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아름다운 합정 메세나폴리스에서의 밤도 이렇게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