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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케이 Aug 25. 2023

지금 가장 듣기 좋은 말

별나게 행복하기로

일식 회전초밥이냐 멕시코의 부리또냐. 금요일 저녁, 두 개의 메뉴 선택지에 마음이 다급하다 못해 간지럽다. 이 간질거림은 무릇 금요일 저녁은 주말의 시작이라는 설렘에서 힘을 발휘한다. 주말은 마음을 흔들어놓는 재간이 있다. 주말만 바라본 순간들이 있어서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말 그 자체로 즐길 준비가 되어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그 시작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해진다. 그래서 멕시코의 부리또냐  흰색 빨간색 소스가 휘갈겨진 회전초밥의 롤이냐. 상상하는 순간 금요일 저녁에 대한 설렘이 커진다.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나오는 순간까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은 밥 먹고 뭐 하지라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내겐 계획은 없는데, 어제 분노의 질주로 무리한 두 무릎과 원통의 허벅지는 오늘 내게 몸으로 하는 놀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이미 못을 박아두었다. 그렇다고 주중에 열심히 가지 않은 어학원을 떠올리니, 과거의 내가 잘못한  오늘의 나보고 책임지라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인간은 앞으로 보고 걸어야지 뒤를 보면 목이 부러진다고 하지 않던가! 이쯤 되면 금요일 저녁이란 말은 신비로워진다. 이 시간에는, 보고 싶은 사람도 생긴다. 어제 내 마음을 애석하게 만든 이가 가장 보고 싶고, 연락에 재깍재깍 답하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아쉬워진다. 맛있는 걸 같이 먹자 하고 싶은데, 나의 가까운 지인들은 왜 그리 다들 멀리서 사는지. 지난 월화수목요일, 나는 왜 지금을 대비한 약속을 잡지 않았던 걸까.


금요일 저녁이 오기도 전에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어버릴지 몰랐지, 금요일 밤 이토록 신나고 싶을지 몰랐겠지, 집에서 조용히 보사노바를 들으며 한 주를 평온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착각했지! 그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야. 나 정말 놀고 싶다. 그 누구와 함께 주말이 시작됐다며 아침 출근길에 건넜던 똑같은 사거리를 잰걸음으로 도망치듯 뛰어가고 싶다. 듣고 싶은 대답이 있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질문으로 '오늘 우리 뭐 할까'라는 말을 세네 차례 반복하고 싶다. 낮에 구름 개인 파아란 하늘을 보았냐며 마치 너 보라고 찍어둔 사진처럼 공유하며 팔짱 끼고 같이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고 싶다.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오늘의 아침, 점심, 오후 9시간을 떨어져 있었으니, 이 저녁에는 마주 보고 앉아 찬란한 시간을 나누고 싶다. 그 순간을 우리는, 마음을 나눈다고 하던가. 마음껏 나눈다고 하던가.


나 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누군가에게. 아직 지하철 차장밖에 해가 다. 주황빛에 똑바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찬란하다. 가끔 이 시간 지하철에서는 한 주 고생 많았다는 방송들린다. 직접 고른 단어와 문장으로 기관사님의 마음을 받는다. 그럼 그 마음을 받아, 집으로 들어가기 전 집 앞 편의점, 가게 식당 사장님을 우연히 마주치면 금요일이라 조금 더 커진 입가 웃음을 띠고 안녕하세요 인사할 수도 있겠지. 오늘로 주말이라는 선물이 왔으니, 저녁  메뉴가 치킨이든, 엄마 밥이든, 친구와의 떡볶이, 노트북 앞에서 OTT와 배달음식 그 무엇이래도 아쉽겠는가. 한 주 고생 많았고, 이틀은 자유로울텐데. 많은 이들이 그런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다사다난했던 한 주에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말의 단지 ‘시작’ 일뿐인걸 기억하면 좋겠다.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 '주말이다.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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