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다시 읽었다. 1년 반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과 육아전쟁에 참여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책을 멀리 했었다. 그 게으름을 벗어 던지고자 올 20년 다시 책과 친숙해지려 한다. 그리고 처음 잡은 책은 팩트풀리스이다. 이 책은 주변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는 책이었고, 책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이다. 완독하는데 한달이 걸렸지만, 올해 첫 책으로 읽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스웨덴 출신의 의사이자 세계 보건 교수로 UN,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등을 통해 전세계를 돌며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다. 전 세계 인구의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세계를 극적으로, 편향된 시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사람이 가진 본능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사실충실성(Factfulness)에 근거하여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얘기한다.
난 IT 기획 업무를 하고 있기에 항상 세상을 관찰하며 살고 있다. 특히,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 등을 살펴보고 세계를 추론하고 기획한다. 하지만 이런 관찰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주관적 해석에 사로잡혀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를 왜곡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소 그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전달하는 쪽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런 관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스스로의 생각을 돌아보고 바꾸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 책에 언급된 몇몇 본능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해왔던 방향이기도 하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하기를 항상 강요 받는다거나, 언제나 다급한 환경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기를 종용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는 항상 시장현황을 살펴볼 때 일반화를 하도록 요청받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일반화, 단순화, 양극화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곤 했다. 본능적으로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현상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계기라 할까? 특히,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본능적으로 편향된 자신의 생각에 대한 인정이 된다면 충분할 듯 싶다.
p60.
인간에게는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강력하고 극적인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대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두 집단으로 나누려는 본능인데, 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실체 없는 간극뿐이다. 우리는 이분법을 좋아한다. (중략) 세상이 뚜렷이 구별되는 양측으로 나누는 것은 간단하고 직관적일뿐 아니라, 충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극적이다.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항상 그런 구분을 한다.
p208.
사람들은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성향이 있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성향이지, 편견이 있다거나 깨우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사고가 제 기능을 하려면 범주화는 필수다. 범주화는 생각의 틀을 잡는 작업이다. 우리가 모든 주제, 모든 시나리오 하나하나를 정말로 유일하다고 본다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무슨 말로 묘사하겠는가. (중략) 일반화 본능은이 책에서 언급한 다른 모든 본능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왜곡할 수 있다. (중략) 그리고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소수를 가지고, 심지어 매우 드문 단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그것이 속한 범주 전체를 속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p266.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주의를 사로잡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그것이 다른 많은 것을 훌륭하게 설명한다거나, 다른 많은 것의 훌륭한 해결책이 된다는 느낌까지 매끄럽게 쭉 이어지기 쉽다. (중략) 평등이라는 단순하고 멋진 개념은 모든 문제가 불평등에서 초래되니 불평등에 늘 반대해야 하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자원 재분배에 있으니 항상 자원 재분배를 지지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어떤 문제를 밑바닥부터 배우지 않고도 의견과 답을 낼 수 있고, 따라서 다른 문제에 신경 쓸 여유도 생긴다. 하지만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올바른 방법이 못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