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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Oct 23. 2017

가을의 시

우정 시선

가을의 시

      

취중의 시는 노래처럼 쓰여지지만  

취하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는  

생채기 위에 뿌려지는 소금처럼  

아프도록 날이 서 가슴을 도려낸다    


어두워진 창가, 반쯤 눈을 뜨고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종이 위로  

무너지듯 쌓여져 가는 검은 글귀들을 본다.  

플라타너스, 땅으로 내려 앉는 이파리들처럼    


나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이 지나는 신작로 위로 내려 앉고  

가슴 속이 휑하여진 나는 한 발 물러서   

낙엽에 묻혀버린 나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난 이야기는 다가 올 이야기가 되고  

다가 올 이야기는 오랜 이야기가 되어  

노래도 아닌, 글도 아닌 모습으로 다가와  

젖은 눈동자, 빈 가슴 속으로 흘러 내린다    


취하지 않고 써내려간 글귀들은  

플라타너스, 땅으로 내려앉는 숱한 이파리들  

나는 낙엽을 밟고, 멀리서 온 나그네가 되어  

주점으로 향한다. 노래처럼 시를 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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