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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Nov 04. 2017

가을 날, 아내와 딸아이에게 차를 따르며

우정 시선

가을 날, 아내와 딸아이에게 차를 따르며   

   

젊은 날  

찬란한 빛깔로 어우러진 봄의 향연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오르던 사랑  

  

그 사랑은   

한여름의 폭우와 혹서를 겪고  

이제 중년이 되어 가을 앞에 섰다    


흘러간 세월  

곱게 자라 준 딸아이는 한껏 성숙하고  

우리의 머리칼은 가을 서리가 앉아 은색으로 물든다    


낙엽이 쌓인 들판은   

머지 않아 차가운 흰색으로 덮일 것이고  

아이는 겨울 속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할 것이다    


우리에게 가을은 황혼이 되고  

몸과 마음은 조금 더 나약해진 모습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저물어 가는 겨울을 향할 것이다    


이제는  

가을 들녘, 밀레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간  

다가 올 겨울을 맞이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여야 할 시간    


가을 날  

먼 길을 함께 걸어 온 아내와 딸아이에게 차를 따르며  

내 사랑과 행복을 찻잔에 담는다    


젊은 날의 찬란한 빛깔  

짙은 녹음, 그리고 갈색의 풍경  

머지 않아 다가올 순백의 날들도 찻잔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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