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인공지능 AI와 함께 작성되었습니다
어제는 엄마에게서 오후 6시와 7시 반, 연달아 페이스톡이 왔다. 예전 같으면 저녁 준비를 하다가도, 연서를 씻기다가도 허둥지둥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엄마의 기다림을 내 죄책감으로 치환하며 살던 시절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그러지 않았다. 남편도 늦고 연서와 나, 오직 우리만의 시간을 충분히 누린 뒤에야 휴대폰을 들었다.
7시 40분. 전화를 걸자 화면은 캄캄했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불을 끈 방안. 엄마는 뒤늦게 불을 켜며 내 안부를 물었고, 아빠에게 폰을 가져갔지만 아빠는 "잔다, 내일 해라"며 무심히 돌아누웠다.
과거의 나는 부모님의 생체 리듬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췄다. 그게 딸의 도리이자 친절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건 친절이 아니라 일종의 '보고'였다는 것을. 내 일상을 온전히 공개하고 승인받아야만 유지되던 관계. 그 보고 체계를 멈춰 세우자 비로소 내 시간이 확보되기 시작했다.
"연서 밥 먹어요. 응, 엄마가 보내준 게 많아서 그거 먹느라 바빠요."
반찬이 필요 없느냐는 물음에 담백하게 답했다. 콩나물을 사서 국을 끓이라는 참견에도 "안 그래도 오늘 딱 샀어"라며 웃어넘겼다. 엄마는 "이제 엄마가 안 해줘도 네가 다 할 줄 아네"라며 기특한 듯, 서운한 듯 중얼거렸다. 화면 속 연서가 물김치를 떠먹는 모습을 보던 엄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물김치, 엄마가 해준 거 아니네?"
그저 흰 무 조각에 맑은 국물일 뿐인데, 엄마는 단번에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외부의 침입을 감지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정확한 포착. 예전 같으면 미안해하며 변명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응, 조금 사다 먹였어."
'네~' 하고 전화를 끊으며 속으로 되물었다. 경계 맞지? 나 잘하고 있는 거지? 그날 저녁 7시, 도서관에서 연서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아빠의 폰으로 페이스톡이 왔다. 운전 중이었고 핸즈프리도 아니었다.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자마자 예전과는 다른 단호함이 생겼다.
"네, 연서랑 집에 들어가는 길이에요. 운전 중이라서요."
내 목소리에서 예전의 망설임이 사라진 것을 감지했을까. 전화를 먼저 끊어준 건 아빠였다. "그래그래, 됐다. 운전해라. 핸드폰 들고 있지 말고."
관계의 경계를 세우자 신기하게도 다른 모든 전장이 수월해졌다. 학교 수업에서도 동료 교사들의 시선이 더 이상 예전만큼 두렵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평가하든 싫어하든, 그건 내 경계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무턱대고 겁내던 마음이 사라지자 수업도, 대화도 한결 편안해졌다.
하지만 편안함 뒤로 쓰린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평생 트럭 운전대만 잡았던 아빠와 오직 살림밖에 몰랐던 엄마. 가난과 노동 속에서 우리의 육아는 방만했고, 그 시대의 교육 수준은 딱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문득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가 떠올랐다. 배를 갈라버려 더 이상 알을 얻지 못하게 된 그 거위.
나라는 딸자식은 그들에게 어쩌면 사랑하는 자식이기 이전에 '똘똘한 저금통' 혹은 '확정된 연금'이었을지도 모른다. 언니가 월 50만 원씩 보내다 말다 하며 속을 썩일 때, 나는 그들의 기대를 채우려 애썼다. 신혼 초, 남편의 적은 월급으로 커피 한 잔 사 먹지 못하던 시절을 겪어봤기에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들어오던 돈줄이 막힐 때, 쥐고 있는 돈을 쓰면서도 손이 오므라드는 그 불안함.
작년에 엄마가 감기 걸리지 말라며 정성껏 만들어준 생강청이 아직도 냉장고에 가득하다. 흙 묻은 생강을 씻고, 고된 손길로 편을 썰었을 그 시간들.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투입된 자본이었을까. 사랑이라 믿고 싶은 마음과 예적금에 대한 투자였을 거라는 냉소 사이에서 마음이 아리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반찬을 주시면 받고, 소액으로 즉시 보답하는 드라이한 경계. 아직 상황마다 완벽하게 대처하는 지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제 다른 관계의 지평을 써 내려가고 있다.
타인의 거울에 비친 내가 아니라, 오직 보경으로서 세상과 호흡하는 법. 그것을 연서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딸의 도리가 무한한 보고가 아님을. 서늘하지만 명료한 이 울타리 안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