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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쿠 Jun 13. 2016

가장 단순한 것이 질리지 않는다

아메리카노, 그리고 알리오 올리오

8:40분.

매일 아침 화이트 톤 외관이 무척이나 예쁜 카페이 들어간다.

딸랑-하는 문소리를 듣고 고소한 커피 향을 맡으며 계산대 앞에 선다.

그리고는 메뉴를 한번 뚫어지게 보다가 손을 입으로 가져간다.

고민하는 거다.


그렇게 잠깐의 고민이 끝나면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늘 한결같다.

아메리카노 주세요.

변하는 게 있다면 날씨에 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 건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먹을 건지 정도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 메뉴 앞에서 망설인다. 

photographer. 이진혁

점심으로 가까운 파스타 가게를 갔다.

엔틱 한 인테리어와 우드 소재 의자에 놓여있는 알록달록한 쿠션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는 핑크 보라 살구가 앙증맞게 섞인 쿠션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검정 앞치마를 입은 직원이 가까이와 회갈색 메뉴판을 건넸다.

나는 메뉴판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살폈다.

메뉴판을 보는 동안 점원은 탁자 위 물컵에 물을 3분의 2만큼 따르고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파스타라고 했을 때 토마토파스타, 크림 파스타, 오일 파스타 이 세 가지가 떠올랐다.

메뉴판에는 이외에도 로제 파스타까지 있었고, 파스타 안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맵기에 따라 종류가 너무나 다양했다. 두 번째 고민에 빠졌다. 

토마토 파스타를 먹을 건지 오일 파스타를 먹을 건지.


내가 잘 아는 집이라면 오일 파스타를 먹는데, 잘 모르는 집이면 토마토파스타를 선택한다.

토마토파스타는 맛을 내기가 쉬워도 오일 파스타는 진짜 맛집에서 먹어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나는 늘 똑같다. 


알리오 올리오로 주세요

그럼에도 메뉴 앞에서 매번 망설인다.


음식도 마찬가지이지만, 옷도 그렇다.

봄가을에는 트렌치코트, 라이더 재킷. 사계절 입기 좋은 화이트 셔츠와 기본 청바지. 어디에나 어울일법한 검정 가방 등등. 매번 패션 트렌드는 변하지만 바뀌지 않는 아이템들이 존재한다.

photographer. 이진혁

가장 단순한 것이 질리지 않는다.


나는 너무 복잡했다.

늘 생각에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문제가 하나 생기면 하루 종일 그 문제만 들여다보다가 지쳤다.

심플하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들도 비꼬고 악의적으로 받아들여 상처를 받았다.

 

단순한 것이 무서웠다. 가벼운 것 같아서.

하지만, "단순해지려고"

너무 휘둘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복잡하지 않게.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아메리카노처럼,

내 머릿속도 비우고 단순해지면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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