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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몽블 Jan 01. 2017

작년에 받았던 커피나무는 잘 자라고 있다.

2017년 둥근해가 떴습니다!

1990년도 엄마의 일기에 2017년도 제 일기를 더한 글입니다. 엄마의 하루와 제 오늘이 담겼습니다.

1992.1.3. 금 맑음 엄마가 쓴 일기입니다.
: 이름 - 이슬
: 아름이 언니, 다운이 오빠, 수정이 수연이 언니 - 이슬의 사촌

1992년 또한 1월 조금은 생소한 숫자이다.

한 해가 또 가고 한해가 다가오면 모든 사람들은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야 정말 후회없이 보낼까? 하고

한해 계획을 년초에 짠단다. 엄마도 올 한해를 정리해본다.


우리 슬인 어떻게 키울 것이며 우리 가정은 어떻게 이끌 것이며 가족들의 건강 등 모든 계획 되로만 된다면 기쁜 일이지만 계획대로 안되더라도 열심히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거다. 결과가 물론 제일 중요하지만 과정 또한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슬인 감기가 또 온걸까? 머리가 뜨겁구나.

지난 30일날 엄마랑 함께 할머니 댁에 갔다가 어제 아빠랑 함께 왔단다.

슬이가 고생이 많았지? 할아버지께선 슬이가 귀여우셨던지 계속 슬이를 안아 주셨다.

나중엔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분이 서로 슬이를 안겠다고 하셨단다.


아름이 언니, 다운이 오빠 수정이 수연이 언니도 모두 슬이가 귀엽다고 했다.

수정인 한참동안 슬이를 끌어 안기도 했단다. 슬인 지난 27일 부터 내내 한밤중에 깨지 않고 아침에 엄마아빠가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난다. 정말 착하다.


시골에서 할아버지께서 두 손을 맞잡고 일으켜주니 한참을 서있었다. 이제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구나.


오늘아침 아빠가 슬이를 엎어 놓고 두발을 모아주니 넌 앞으로 기어갔단다. 정말 신기하더구나.

엄만 자주 놀란다. 신의 오묘한 조화에 말이다.

누가 가르쳐 준것도 아닌데 슬이가 하나 하나 배워나가는 것 (본능으로 해나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저녁 때가 다되어 불을 켰더니 슬인 그 빛을 보며 무어라 중얼거린다. 슬이 좀 안나주어야 겠다. 자꾸 칭얼거린다. 지금 방금 슬이를 엄마 무릎에 세웠더니 두손을 잡고 (엄마 엄지손가락) 무릎을 세우고 엄마 엄지 손가락을 잡고 한참을 서있었다.

정말 훌륭한 묘기 같아서 엄만 슬이를 서커스 단원으로 키워야 겠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우리 슬이 만세!



(이제) 재작년 4월 5일,

어느덧 코끝에 연둣빛 향기의 싱그러움이, 살랑살랑 창 너머 파란 숨결이 불어왔던 날이었다. 조용하게 다가온 계절은 내 마음을 이상하게도 간질간질하게 했다. 나는 늘 어김없이 분주한 아침을 집 근처 한 카페에서 시작했다. 6개월을 매일 아침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성이 부족한 나는 개미 목소리만한 소리로 "고맙습니다"를 속삭이듯 말하며 커피를 받았다. 계속 아침 7시에 봤던 내 얼굴을 기억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식목일'이라는 이달에 특별한 날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카페 언니(나보다 어려도 늘 언니)가 나에게 커피와 함께 작은 나무를 건넸다.

커피나무예요.

한 손엔 아메리카노와 또 한 손엔 작은 커피나무를 들고 카페를 나왔다. 나에게 딱히 의미가 없었던 '식목일'을 나는 그냥 지나가는 빨간 날이 아닌 날,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들고 나온 커피나무를 집안에 뒹굴 거리던 화분에 옮겨 심었고 가금 물을 주는 정도로만 나무를 돌보았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는 뇨자ㅋㅋㅋ

날씨가 얼얼해지고 나서야 베란다에 키우던 커피나무를 거실로 옮겼고, 추위에 약한 커피나무만큼은 거실에서 월동을 시키게 되었다. 겨울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거실이 꽤 따뜻한 편이라 멀쩡하게 잘 버텼던 것 같다. 겨울에 갓 거실에 옮길 때만 해도 잎이 푸르렀는데 거실에 옮기고 나서도 계속 하엽이 져서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나무에 관심이 없었던 내가 커피나무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추위에 약한 게 나와 같아서, 아니면 사회에 막 나와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나와 처음으로 추운 겨울을 맞이한 이 작은 나무가 비슷해서 일지도 모른다.


2017년 1월은 조금은 생소한 숫자이다.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다가오면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보내야 정말 후회없이 보낼까? 하고 한해 계획을 년초에 짠다.


나도 지나간 한해를 정리해 보고, 다가올 새해를 계획해본다.


커피나무가 계절에 따라 하엽이 졌다가 다시 괜찮아지는 것처럼,
나에게도 다시 말랑한 봄이 오면 푸른 잎이 돋아나지 않을까,
그렇게 나도 잘 자라지 않을까.


더 나아질 나를, 더 괜찮아질 우리를, 더 따뜻해질 세상을 기대해본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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