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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몽블 Apr 04. 2016

이별 끝에 배우는 것들

이별 일기

첫 번째 이별은, 쓰지만 끝이 달달한 마티니 같은 사람이었다.

시골 촌구석에서 태어나 별다를 것 없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온 나는 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이성보다는 동성친구들이 좋았다. 시골 여중을 졸업하고 나서 들어간 서울의 남녀공학이었던 고등학교는 나에게 신세계였지만 심하게 떨리는 울렁증으로 인해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짝사랑이 끝이 났다. 그렇게 20살이 되었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런 느낌에 많이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나쁘지 않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첫 연애를 시작했다. 그냥 누군가를 만나는 느낌이 궁금해서 시작했던 첫 번째 만남은 호기심이 사그라들자마자 끝이 났다.

첫 번째 이별 끝에 나는 "오롯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겠다"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별이 아픈 거라는 것도 모른 채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복잡했고, 무지했으며 무모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후회 속에서 고른 내가 너무 좋아했던 사람. 하지만 나는 늘 사랑의 끝에 이별이라는 것을 남겨두면서 연애를 했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이별은 더 빨리 찾아왔다. 처음 만난 사람이 첫사랑이 아니라, 처음 좋아하는 사람이 첫사랑이라고 했기에 더 아팠고 어떤 게 좋은 이별 인지도 몰랐다.


자존심이 세다 보니 다시 시작하자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두 번째 이별을 했고, 많은 후회의 밤 속에서 눈물을 훔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왜 그때 그를 붙잡지 못했을까, 왜 시도도 못했을까 이런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별 끝에 나는 "후회 없는, 이별을 생각하지 않는, 사랑을 해야겠다."다짐했다.
그렇게 나에게
세 번째 이별이 찾아왔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성숙해졌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지만 계산적이고, 영악해졌다. 재고 따지는 게 많아졌고, 후회하지 않게 사랑을 퍼주었지만, 주는 만큼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이별이 찾아온 것일까.


불과 몇 달 전에 사랑한다고 속사 귀던 사람이, 계속해서 힘들다고 했다.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몸이 떨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떨어져 있다 보니 연락도 어려웠고 각자에게 놓인 미래와 해야 할 일들이 사랑보다 우선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돼버린 이유가.


14시간씩 꿈을 위해 일을 하고, 잠을 자는 시간이 4시간이라고 했다.

그에겐 나를 위해 쓸 시간은 없어 보였다. 그것이 서운해서, 그래서 그를 피곤하게 했던 것 같다.

내가 힘들게 했다면 미안해. 헤어지자는 말 들으려고 이야기 꺼낸 건 아니야. 그저 '서로 노력하자' '잘 버텨보자' 이런 말들로 마무리를 짓길 바랐는데, 내가 바보 같았어. 내가 미안해. 내가 잘 기다릴게. 우리 서로 잘 버텨보면 안 될까?

아무 말을 들을 수 없었고,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헤어졌다. 그게 나의 세 번째 이별이었다.


이 헤어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만날 수 없어서란 이유로,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이런 같잖은 이유들로, 모든 걸 포기하는 게, 끝이 나는 게 싫었다. 처음엔 나에게 헤어짐의 원인을 찾았다.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내 위주였던 연애가 문제였을까?" 하지만 그 후엔 이런 상황을 만든 그를 욕했다.


그래도 그 뿐, 그때뿐.


그냥 그래서, 나는 그를 이해하기로 했다.

아니, 이해는 여전히 되지 않지만 당신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기로 했다. 너니까.

내가 아직 너를 비우지 못했으니까.


세 번째 이별에 끝엔 무엇이 남아있을까. 아직 나는 이별을 하지 못했나 보다. 이별 끝에 늘 배웠던 것들을 아직은 배우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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