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프랑스식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
저는 제가 먹고 맛있는 집만 올립니다. 제 월급의 80-90%는 음식으로 쓸 정도로 엥겔지수가 높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합니다. 많이 먹지만 까탈스런 입맛 탓에 맛이 없으면 먹지 않아서 살이 찌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돈이 많았다면 전 돼지가 되었을 거예요. 먹을 때만 먹거든요. 주로 폭식. 그럼 저의 폭식을 유발하는 몇 레스토랑 중 한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식재료와 서양의 식재료를 활용하여, 계절감을 가득 품고 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곳.
한국과 프랑스의 조화가 엿보이는 '주옥 Joo.OK'을 다녀왔다.
5월 3일 날 정식 오픈한 '주옥'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날 정도로 핫한 장소로 통한다. 전지현 언니도 다녀갔다고 하니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를 했고, 내 주변에 셰프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맛있다고 알게 된 곳이라 방문 전에 설레는 마음을 품고 갔다.
회사 근처 레스토랑이라 버스로 두정거장.
점심 코스 25,000원으로 런치를 먹다니, 청담에 있는 레스토랑 치고는 가격이 꽤나 저렴한 편이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음식의 맛이나 품질이 저렴한 것은 아니었다.
SSG마켓 뒤편 골목 쪽에 작게 생겼는데 그레이톤의 간판, 안으로 들어오니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풍기는 실내 인테리어가 나를 반겼다.
식초를 테마로 한다는 사실을 듣고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는데 식전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3 가지 맛의 식초가 나왔다. 사과식초, 화이트 와인식초, 감식초. 이중 사과 식초가 가장 맛이 강했다. 설명을 들어서 '아~이게 이거구나.' 알았지 먹어서는 이 식초가 감식초인지, 사과식초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맛있었던 순위는 화이트 와인식초 - 감식초 - 사과식초 순 이었고 화이트 와인식초는 그냥 먹고 감식초는 물에 타서 먹었다.
가장 먼저 옥 까르파치오와 죽순이 나왔다. 제철 생선인 농어회, 다시마장아찌, 맛간장, 죽순, 된장소스에 버무려진 취나물, 새우가 같이 있었다. 죽순의 오돌토돌한 텍스쳐와 짭쪼름한 다시마장아찌와 새우. 된장소스에 버무려진 향이 가득한 취나물과 탱글한 농어회가 입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맛있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회엔 무조건 초장이라는 촌년 마인드를 부셔주는 맛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주옥에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
첫 번째 음식을 눈 깜짝할 새에 먹고 두 번째로 나온 '주 샐러드' 잎채소와 뿌리채소, 천연발효 드레싱, 야채 부각이 잘 어우러지는 샐러드였다.
천연발효 식초 드레싱은 선택을 해서 먹는 방식으로 귤 화이트 드레싱, 유자 생강 쌀 드레싱, 오미자 레드와인 드레싱 3가지가 있었다. 나는 오미자 레드와인 드레싱을(오른쪽) 나랑 같이 온 분은 귤 화이트 드레싱을 선택했다.
샐러드에 올라간 야채 부각(고구마칩과 연근칩)이 바삭했고, 상큼한 오미자 레드와인 드레싱이 채소들과 좋은 궁합을 이루었다. 오히려 귤 화이트 드레싱보다 오미자 레드 드레싱이 더 상큼한 맛이었고, 오미자 맛보다는 레드와인의 맛이 강했다. 귤 화이트소스는 깔끔 깨끗한 맛이었다.
샐러드 안에는 마 씨앗이 있었는데 마 씨앗은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했다. 맛은 약간 밤맛이 났고, 밤처럼 달지는 않고 좀 씁쓸한 뒷맛이 있었다.
크로메스키란? 원래 네덜란드 요리에서 날짐승, 생선, 새우, 게 등을 재료로 크로켓과 비슷한 조리법이지만 가루를 반죽하는데 차이점이 있다. 주로 육류, 생선, 새우, 게를 재료로 하는 크로켓을 러시아식으로 크로메스키라고 한다.
간장소스에 조려 튀긴 닭다리살과 닭발 크로메스키, 그리고 매콤한 로메스코 소스(스페인의 전통음식으로 파프리카와 아몬드, 파마산 치즈 등을 섞어 부드럽게 만든 소스)가 곁들여져 있다. 로메스코 소스는 크리미 했고 풍부했으며 매콤해서 좋았다.
특히 하얀 눈처럼 소복이 위에 올라간 그라나파노 치즈(이탈리아 밀리아로마냐지방에서 우유로 만들어지는 치즈로 숙성기간이 매우 긴 하드 치즈)가 섬세하고 좋은 향을 냈으며 잘 어울렸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양이 너무 적어서 슬펐다. 다섯 개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메인으로는 강남 닭갈비와 갈비찜 사골 버터 밥을 선택했다. 강남 닭갈비는 왠지 정감이 가는 이름 때문에 익히 상상했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메뉴 이름과 달리 놀라운 비주얼의 음식이 나왔다. 숯불에 구운 매콤한 치킨 롤라드, 비듬나물, 로메스코 소스가 함께 있었다.
치킨 롤라드는 돼지고기 다진 것과 버섯 다진 것으로 속을 채워 치킨의 가슴살과 다리살로 감싸 닭갈비 양념을 발라 숯불로 구운 요리였는데 식감이 매우 좋았다. 닭가슴살이라고 해서 퍽퍽할 줄 알았는데 다리살과 함께 들어가서 그런 지 엄청 부드러웠다.
갈비찜 사골 버터 밥은 잡곡밥에 버터와 사골육수를 넣고 볶은밥에 부드러운, 아니 입에서 녹을 정도로 아주 굉장히 부드러운 갈비찜이 같이 나왔다.
그 위엔 깻잎순과 노른자를 말려 가루형태로 뿌려져 있었는데 노른자 가루라니, 신기했다. 특히 밥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야채중 마가 아삭아삭 씹히는 게 일품이었다. 버터와 사골육수가 함께 밥에 들어가서인지 조금 느끼했다.
하지만 반찬으로 주신 나물과 두릅 장아찌와 같이 먹으니까 킹. 왕. 짱. 두릅 장아찌가 더 먹고 싶어 달라고 할까 했지만 자제했다.
중간에 나온 빵. 그래서 식전 빵이라 하기 뭐했지만, 빵이 엄청 맛있었다. 집에 가져가고 싶을 만큼. 알고 보니 프랑스 밀가루를 사용해서 셰프님이 직접 구운 바게트라고. 겉면이 완전 바삭했고 속은 촉촉했으며 약간 맛이 일반 빵보다 더 고소했다. 버터도 예쁘고.
후식으로는 레몬 오렌지 튀일(기와 모양의 비스킷을 이르는 말) 타코 쉘, 바닐라 아이스크림, 화이트 초콜릿 무스, 얼그레이 타피오카 펄, 바닥에 뿌려진 쌀과자가 함께 나오는 'Joo.OK 타코'였다.
디저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바삭한 쌀과자 덕분에 식감이 매우 좋았다.
커피 또는 야채 차 또는 연잎차 중 선택이 가능했다. 왼쪽이 연잎차 오른쪽이 야채 차.
야채 차는 입에 가져다 대자마자 양배 추향이 확- 밀려들어왔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연잎차는 녹차의 진한 버전? 같은 느낌이 났다. 앙증맞게 나온 쿠키와 잘 어울렸다. 하지만 후식은 역시 커피인 듯 싶다.
생각보다 다 먹고 나니 엄청 배불렀다. 메인이 양이 많았기 때문. 다음에 또 가고 싶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야채 차와 갈비찜 사골 버터 밥은 패스. 물론 이건 개인적 취향이니.
한줄평. 나는 단골이 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