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강탈하는 무스케이크 맛집
저는 제가 먹고 맛있는 집만 올립니다. 제 월급의 80-90%는 음식으로 쓸 정도로 엥겔지수가 높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합니다. 많이 먹지만 까탈스런 입맛 탓에 맛이 없으면 먹지 않아서 살이 찌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돈이 많았다면 전 돼지가 되었을 거예요. 먹을 때만 먹거든요. 주로 폭식. 그럼 저의 폭식을 유발하는 몇 곳 중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정숙 셰프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다. 주위에 온통 주택가 뿐이라 처음 이곳을 찾아갈 대에는 '이런 곳에 카페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소문이 퍼져 있는 곳이라 사람이 꽤나 붐볐다.
깔끔하고 심플한 외관에 블루리본이 붙어있었다. (블루리본이란, 대한민국 레스토랑 가이드북이다.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와 미국의 자갓 서베이의 장점을 서로 조합하여 만들었다.)
솔직히 블루리본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첫째, 리본을 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둘째 블루리본을 받은 곳이 엄청나게 많다.
'작은 케이크(리틀)'속에 '풍부한 맛(머치)'이 들어있다는 뜻의 가게 이름 '리틀 앤 머치'는 고급스럽다, 눈과 입을 황홀하게 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케이크 비주얼이 시선을 강탈한다.
무스(Mousse)는 프랑스어로 '거품'이라는 뜻이다. 거품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의 크림을 이용하여 만든 케이크를 말한다. 크림, 달걀, 젤라틴을 주 재료로 한다.
크림을 얼리거나 젤라틴을 굳혀서 사용하는 무스케이크의 특징 때문에 나는 무스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겉이 무언가에 덮여있다는 자체가 인위적이라고 생각하고, 맛 또한 일반 케이크에 비해 무스케이크로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통 '무스케이크는 별로다'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콕- 박혀있었는데 그것을 깨는 곳이었다는 평을 하겠다.
이 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는 딸기 무스 속에 치즈케이크와 크래커가 숨어있다. 어떤 이가 봐도 먹기 아까울 정도의 이미지라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은 먹기 전에 꼭 사진 촬영을 한다.
영화 속에서도 책 속에서도 언제나 반전을 사랑하는 나는, 음식에서도 반전을 원한다. '부드럽다'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닌 부드럽고, 상콤한 딸기맛과 함께 크림치즈가 들어오면서 달달하고 크래커가 입안에 반전을 주는 맛이라 하겠다. 맛있지만, 조금 달다. (나의 입맛 기준)
하얀 바탕에 빨간 산딸기와 장미잎, 식용 금박으로 장식된 화이트 초콜릿 돔.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 무스 안에 상큼한 패션프룻크림과 크림뷔릴레가 들어있다. 달달하다가 상큼하고 또 달달해서 입안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화이트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처음 이 메뉴를 먹을 땐 망설였다. 그런데 특유의 화이트 초콜릿의 맛을 안에 들어있는 상큼한 내용물이 감싸주는 것 같아 좋았다. 화이트 초콜릿과 패션 프룻 크림의 색다른 조화가 잘 어우러져서 기분 좋은 맛을 냈다. 내가 좋아하는 박애리 팝핀현준 부부의 공연, 국악과 팝핀댄스의 협연처럼. 분명 먹기도 전에 화이트 초콜릿 때문에 별로일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입을 댔는데, 이건 뭐.. 다음엔 다른 것들을 다 제치고 이것부터 먹을 것 같다. 제일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에 정신이 없었던 봄을 지나, 매앰- 매미소리가 듣고 싶은 여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릴법한 달달한 디저트를 찾는다면 '퀸텟'을 추천하고 싶다.
다크 초콜릿 무스, 허니 밀크 초콜릿 크림, 초코칩, 코코아 스펀지 그리고 다크 초콜릿 글레이즈. 다섯 가지 초콜릿이 조화를 이루는 아주 진한 초코 무스 케이크이다.
샷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아주 진한 초코무스케이크 퀸텟으로 '단쓴 단쓴'한 맛을 느끼고 나면 잠시 내가 마약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공중에 붕-뜬 느낌이 난다.
우울할 땐 단것이 최고, 라는 말이 떠오르는 디저트다. (놀랍게도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보다 덜 달다.)
타르트 속에 상큼한 라즈베리 콤포트(콤포트 (Compote)는 17세기 프랑스에서 유래한 후식의 일종으로 과식과 시럽으로 만들어 먹는 후식이다.)와 달콤한 리치 무스 케이크가 레이어드 되어 있는 '라즈베리 리치 무스 타르트' 깔끔하고 약간 심심한 맛이었다. 타르트가 딱딱한 것인지 아니면 내 턱관절 장애가 불러일으키는 통증 때문인지 몰라도 먹기가 조금 불편했다.
순백의 하얀 무스 크림이 붉은 라즈베리를 품고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상큼한 케이크를 생각했지만, 너무 건강한 맛이었다고 할까. 오히려 커피보다는 스파클링 음료랑 먹었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는 디저트였다. 디저트는 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좀 아쉬웠다. (달면 달다고 안 달면 안 달다고 하는 요상한 내 입맛.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이해해주길.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른 무스케이크에 비해 아쉬웠다는 것일 뿐. 지인은 이 메뉴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역시 음식은 개취인 듯)
크림슨 슬러쉬. 케이크 말고 음료만 먹는다면 적극 추천하는 메뉴다. 멜론도 있고 계절에 따라 계속 새로운 메뉴들이 나오는데 시원 달달했고 , 얼음이 씹히는 게 좋았다.
아메리카노는 약간 신편이다. 원두의 출처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케냐 쪽 원두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역시 케이크엔 아메리카노가 답인듯싶다.
어쩌다 보니 자주 방문해서 케이크를 다양하게 먹었는데 아직 못 먹어본 아름다운 케이크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서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케이크들을 다 먹고 다서 글을 올리려고 하다가 그러면 글이 너무 늦게 올라갈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해 본다. 케이크들도 계절별로 조금씩 바뀐다고 하니 좋으면서도 내 카드 값이 심히 걱정되게 만드는 곳이었다. 나는 이 곳 덕에 무스케이크에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한줄평: 어떤 여자를 데리고 와도 만족할 곳. 데이트 장소로 추천. 7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