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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의 재정립 - Huawei P30 Pro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를 부수다

by 청년백수 방쿤


KakaoTalk_Photo_2019-04-25-13-00-35.jpeg 왼쪽부터 P30 Pro, iPhone8+, Galaxy Note9, Galaxy S9+

지인이 홍콩에서 직구로 사온 후, 이번주 월요일부터 사용 중이다. 이미 핸드폰이 세 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폰을 구입한 이유는 믿기지 않는 카메라 성능 때문이다. DxOMark에서 처음 리뷰를 봤을때 뜨악 했다. 5x 렌즈. 환산 135mm 화각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집어넣다니. 프리즘까지 사용 한 괴랄한 구조로 망원 화각을 구현한 화웨이의 새로운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물론 카메라 옆에 써 있는 LEICA에서는 감성을 뛰어넘은 간지마저 철철 넘친다. 어떤 방식의 카메라 모듈을 사용 했는지 잠시 뜯어본다.


1. 완벽한 화질의 135mm 렌즈

P30 Pro의 카메라 구조도 / ToF까지 'LEICA Quad Camera' 라고 표현한다 (출처 : Huawei CA Website)

각각의 카메라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모든 줌구간에서 선명한 화질을 나타내기 위해 작동한다. 처음에는 광학줌 방식이 채용 된 줄 알았으나 각각의 렌즈는 고정된 화각을 제공한다. 즉, 16mm-26mm까지는 Wide 렌즈의 디지털 줌 / 27mm ~ 134mm 까지는 27mm 렌즈의 디지털 줌 / 135mm ~ 1350mm 까지는 135mm 렌즈의 디지털 줌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단순히 한 렌즈가 모든 역할을 떠맡아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81mm ~ 135mm 사이 구간, 그러니까 3x - 5x의 준망원 영역에서는 두 렌즈의 화상을 모두 받아들인 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준다. 그 만큼 화웨이가 타 브랜드 스마트폰에게 광각 영역의 싸움 뿐만 아니라 망원 영역의 싸움으로 선제 타격을 벌인 셈. 지금까지 어떤 브랜드도 표준 이상의 망원 영역을 신경쓰는 브랜드는 없었다.

illustration_dxomark_B.jpg 두 렌즈의 데이터로 화질을 보간하는 Field-of-view fusion 기능 (출처 : DxOMark)

실제 135mm 렌즈의 화질을 비교해보기 위해 동일한 구도로 담은 샘플을 몇 장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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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환산 16mm, 27mm, 135mm (원래 렌즈의 화질 그대로)

우선 사진을 실제 담는 세 렌즈의 기본적인 화질부터 살펴본다. 설계 만큼의 렌즈와 센서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원하는 최상의 화질이 나오는듯 하다. 특히 망원영역이 놀랍다. 스마트폰의 화질을 넘어서서, 어지간한 1인치급 줌렌즈 똑딱이의 화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화웨이가 광고했던 달을 찍는 50배줌 화질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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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x(270mm), 50x(1350mm) 비교

5배줌 렌즈를 두배, 열배 디지털줌 한 사진이라고 보면 된다. SNS용도 정도라면 10배줌 까지는 봐줄만 하나, 50배줌은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뭉개짐이 심하다. 삼각대를 세워놓고 진동을 억제하면 어쩔지는 모르겠으나, 그 고생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아니니까. 뭐랄까, 스마트폰계의 RX10 정도는 되는 기분이다. 16mm - 270mm 까지는 만족하면서 쓸만 한 스마트폰 카메라는 처음이다.

IMG_20190424_201617.jpg 실내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2. ToF와 조합한 배경흐림, Aperture 모드

IMG_20190423_161717-01.jpeg 135mm + Aperture 모드

갤럭시의 '라이브 포커스' 혹은 아이폰의 '인물사진' 모드와 같은 모드다. 다만 라이카 딱지를 달고 있어서 그런지 시뮬레이션 상 최대개방 조리개를 0.95까지 설정 가능하다. (그러면 주미룩스가 아니라 녹티잖아 ....) 주목할 사항은 ToF(Time-of-Flight)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거리정보다. 적당히 렌즈 조합으로 떼우는 원근감이 아니라, 명확하게 카메라 앞의 형태적 요소에서 반사되는 빛을 받아들여 시간차로 거리 차이를 받아들이기에 생각 이상으로 배경 분리가 명확하다.

IMG_20190423_162803-01.jpeg 27mm + Aperture 모드

27mm, 즉 1x 상태에서의 조리개 모드다. 한 가지 더 고무적인 상황은 카메라는 촬영에만 집중 하고, ToF 카메라가 거리 정보를 계산하기에 1x - 5x 중 어떤 화각을 쓰더라도 어색함 없이 배경흐림이 들어간다는 것. 그러나 카메라 화질을 100% 사용 가능한 1x 나 5x 모드를 권장한다. 광각에서의 배경흐림을 연출 하면서 다리 사이 부분을 살펴 보면 다리를 피해 다리 사이의 배경 부분이 확실히 흐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번 이 정도로 깔끔하게 나오진 않지만, 일상 속에서 인물이나 음식, 정물 스냅을 즐겨 담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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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케 표현도 원활한 편이다
IMG_20190422_114220.jpg 저조도 + 손가락 사이 / 힘든 미션임에도 성공
IMG_20190422_161743.jpg 무작정 흐리게 만드는게 아니라, 어느정도의 원근감이 느껴지는 배경 표현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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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각 전신 / 망원 반신 배경흐림

일단 더 써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굳이 다른 카메라를 더 써야하나 싶을만큼 만족스럽다. ToF 카메라와 환산 135mm 카메라의 조합으로 뿜어내는 인물/풍경 배경날림 사진은 타 스마트폰 카메라는 물론, 특정 환경에서 담은 샘플들은 광학적으로 센서가 큰 1인치 센서급 컴팩트 카메라조차 압도한다.


3. 어둠도 두렵지 않은 Night 모드와 ISO 409600

Screenshot_20190422_223106_com.huawei.camera.jpg 셔터스피드/감도를 수동으로 설정 가능한 밤 촬영 모드

다양한 기본 모드들을 제공 하고 있다. (아, 한글도 지원한다. 그러나 번역이 개똥이라 영문 사용을 추천. 저기 보이는 '세로 방향'은 'Portrait'를 번역한 단어다. 대체 누구야.) 조리개와 밤 모드가 맨 앞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 만큼 화웨이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어떤 모드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조리개(Aperture) 모드에 이어서 이번에 선보일 모드는 밤(Night)모드. 화각마다 다르지만 환산 27mm 렌즈 기준으로는 한 장 촬영에 최대 6초를 사용한다. 그 동안 사진을 노출 브라켓팅(다양한 노출로 여러장을 담는 기법)으로 담은 후 '자체적으로' 합성하여 야경 한 장을 완성 해 준다. 자체적으로,가 중요하다. 사용자는 셔터를 누르고 조금만 오래 들고 있으면 될 뿐이다. 손떨림도 알아서 인식 후 보정 해 준다. 삼각대가 있으면 좀 더 완벽하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손각대로도 해결이 된다.

IMG_20190422_223623.jpg P30 Pro가 지향하는 야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장

일부러 노출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간 더 어둡게 만든 후 촬영 해봤다. 보통의 폰카라면 암부에서 노이즈가 지글댈법도 한데 하늘이나 아스팔트등의 면에서 특별한 노이즈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벽돌이나 셔터, 천막 처마의 패턴이나 질감 역시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원본에서는 차량 넘버들도 일부 인식이 될 만큼 해상도가 좋다. 원래 이 정도의 야경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RAW촬영 후 세심한 보정이 필요하다. 디테일은 뭉개지지 않으면서도 노이즈는 뭉개야 하며, 명부는 튀지 않아야 하지만 암부는 세심하게 표현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고민하면서 만져야 하는 결과물을 P30 Pro는 셔터를 누르고 6초만 가만히 들고 있으면 완성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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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조명 상황에서의 Night 모드 테스트

잠시후 기본적인 카메라 성능에 대해서 언급하면서도 말하겠지만, 화웨이의 컬러 처리는 대개 '눈으로 보는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는데에 주력한다. 화이트 밸런스를 무작정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녹색 조명이면 녹색 그대로. 마젠타면 마젠타가 살아나게. 사진에 백색 영역이 있어도 그 백색이 백색으로 보이게 맞추는 편이 아니라,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색을 그대로 담아내는데에 주력하는듯 하다. 여기서 호불호가 약간 갈리긴 할 것이다. 정확한 백색을 좋아하는 이들은 화웨이의 컬러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겠으나, '지금 본 느낌 그대로'를 즐기는 스냅사진 작가들에게는 이 이상의 컬러 프로세싱은 크게 필요치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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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409600 샘플과 실제 셋팅 화면

어둠이 정말 두렵지 않은 카메라다. ISO 409600까지 셋팅 후 촬영 가능하다. 소니 IMX650의 힘일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 점은 눈으로는 인식하기 힘든 수준의 어두운 환경에서도, 아주 약간의 빛만 있으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진에 나오는 욕실도 거실의 불을 모두 끄고, 욕실 문을 아주 살짝 열어 폰만 집어넣어 촬영 한 사진이다. 40만이 넘는 감도임에도 일부 글씨는 인식 가능한 수준으로 담긴다. 이 정도의 고감도 영역은 스마트폰을 벗어나서 찾아봐도 상당히 드물게 지원 할 것이다. 가령 손으로 들고 은하수를 담는다거나, 하는 작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4. 원본 재현에 충실한 기본 카메라

IMG_20190422_104113.jpg 색 재현부터 명부/암부 표현까지 감탄했던 사진

지금까지 봤던 세 가지 모드는 P30 Pro만의 장점이었다면, 이제는 기본 '사진' 모드에서의 기본 카메라를 좀 더 살펴볼까 한다. 눈 앞에 있는 그대로를 담아낸다, 에서 현재로서는 P30 Pro 만큼의 스마트폰은 찾기 어려운듯 하다. 노출이나 색채표현 모두 그러하다. 원래는 스마트폰 사진은 보정을 통해 눈으로 본 만큼을 살려낸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용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P30 Pro는 보정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느낌을 담아낸다. 기존의 카메라에서는 오직 '구도'만을 잘라내어 사용했다면, 이젠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것 만으로도 '사진'을 넘어선 'Photography'를 완성하는 기분이랄까.

IMG_20190422_161635.jpg 하나 하나 살아있는 민들레 홑씨와 줄기의 솜털들
Screenshot_20190422_105747_com.huawei.camera.jpg 이상의 사진들은 독자적으로 재처리하는 10MP모드에서 나온다

소니가 설계 하여 (현재로서는) P30 Pro에만 독점 공급한 IMX650센서. 4천만 화소의 RYYB 배열 센서다. 4천만 화소를 그대로 사용하면 이미지가 상당히 뭉개지고 어색하다. 애초에 기기에서의 재처리를 목적으로 만든 센서로서, 1천만 화소 모드로 사용 할 때 최고의 화질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리사이징은 아닌듯 싶고, 자체적으로 픽셀비닝을 하여 색채와 형태적 요소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기능을 한다. 대신 촬영시 약간 더 기다려야 하는 부분은 있다. 한 장을 찰칵-하고 담을 때도 있지만, 완벽한 화질을 위해 잠시 기다려 달라는 문구가 출력 될 때도 있다. 결과물을 보면 마땅히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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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원색을 살리고 / 풍경은 있는 그대로를 살리는듯한 색채 표현

자체 AI 기능을 켜서 촬영하면 장면을 인식한다. 음식 사진을 담을 때는 원색 재현에 신경쓰면서 백색이 백색답게 나와준다. 실제로 이 수준으로 나오는 카메라는 지금껏 써본 것 중 후지 X70이 유일했다. 조명 상태와 무관하게 어느수준 이상의 완벽한 화이트 밸런스를 잡아준다. 그에비해 마지막에 보이는 식물 사진은 어쩐지 노리끼리한 빛이 섞여있는데, 이 경우는 실제 해가 저물어갈 즈음의 따뜻한 빛을 받을 때의 사진이다. 눈으로 보던 만큼의 빛이 그대로 담겨 있다. 즉,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여 원색 재현이 중요한지, 지금 현재 느낌이 중요한지 어느정도는 파악하여 찍는듯 하다. 혹시나 현재의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AI를 꺼버리는 조작 만으로도 충분한듯 하다.


5. HUAWEI P30 Pro가 제시한 새로운 차원의 카메라

IMG_20190423_150046.jpg 실내에서 슈퍼매크로 모드로 촬영 한 눈

언급하지 않은 다양한 모드들도 많다. Light painting이나, Pro모드 활용 등등. 그러나 이 글에서 보여주는 기능 만으로도 P30 Pro는 이미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깰 수 없던 벽을 몇 개나 부쉈다. 135mm를 커버하는 망원 영역대의 말끔한 사진. 단순한 야경을 넘어서서 눈으로 인식하기 힘든 수준에서의 저조도 촬영. 미러리스나 DSLR수준의 배경흐림을 보여주는 조리개 모드. 모두가 기존 스마트폰에서는 아예 촬영이 불가능 하거나, 상당히 떨어지는 요소 중 하나였다. 스마트폰 사진 강사이자 작가로서 활동 하면서 상당히 아쉬웠던 부분은 대부분의 사진이 27mm 영역에 머물러야만 하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을 자르거나 디지털 줌을 하거나, 다소 화질이 떨어지는 보조렌즈로 촬영해야만 하는데 P30 Pro는 단렌즈 세 개를 들고 다니는 기분이 든다.


계속 써보면서 다른 글을 작성 할 수도 있지만, P30 Pro에 대해 이것 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스마트폰은 카메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며, 취미 영역에서는 이 카메라 한 대만 있어도 대부분의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고. 라이트한 유저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카메라지만, 오히려 사진을 알고 몇 개의 렌즈와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운용하는 유저들이라면 더욱 더 크게 와닿는 스마트폰이라 생각한다. 홍콩에서 직구 후 관/부가세 및 배송비 포함 110만원을 지불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단렌즈 세 개에 램 8GB가 달린 안드로이드 카메라를 산 셈이니까.


그저 바라는 바가 있다면 애플과 삼성 등의 보다 큰 메이져 스마트폰 회사들이 부디 이 카메라의 대단함을 알고 최소한 따라가는 노력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갤럭시의 파이 버전 업데이트 카메라 UI는 완전히 똥망이고, 아이폰은 전면 ToF를 후면에도 박아주면 참 좋겠다. 그리고 똥고집 그만 부리고 초광각도 함께 넣어줬으면 하고. 당분간은 화웨이 P30 Pro 이상의 스마트폰이 나오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카메라 성능이 스마트폰 성능의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정도 크기에 이 정도 성능이 나오는 카메라는 플랫폼을 통틀어서도 본 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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