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강사 만 4년을 돌아보다
- 시작은 2015년 7월이었다. 56만원짜리 뉴욕 왕복 티켓을 충동구매 한 후, 2주간 뉴욕에서 무슨 짓을 할까 고민 했다. 하나는 여행자들의 사진을 담아주고 밥 한 끼 얻어먹자, 라는 프로젝트였고 다른 하나는 DSLR없이 폰카만으로 어떤 사진이 나올까 시험 해 보고 싶었다. iPhone5s로 담아낸 사진들은, 나름 만족스러웠으며 폰카의 본질을 깨닫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촬영 즉시 보정, 보정 즉시 공유 라는 핵심 가치는 그 때 얻은 깨달음이다.
- 막상 한국에 돌아오면 '뭐 해먹고 사냐-'가 최대 고민이었고, 그러한 고민을 끌어 안고 귀국을 준비하던 때 고등학교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방쿤! 우리 회사에서 이번에 실내 강의를 진행할 강사를 뽑는데 한 번 해볼래?"
"제가요? 뭘 가르쳐요 제가 ㅋㅋㅋ"
"너 이번에 여행 사진 멋지더라! 스마트폰으로 여행사진 찍는 법 알려줘!"
"....!!!?"
그렇게 Frientrip(現 Frip)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의 프립은 실외 액티비티 위주의 액티비티 전문 플랫폼이었는데, 실내 강좌 및 워크샵으로도 사업을 확장하던 중이었다. 그 만큼 다양한 강사 풀을 확보하던 중이었고, 그 만큼 유연하게 폭 넓은 강사(프립 호스트)들을 모두 받아 들였다. 일단 플랫폼에 올려 보고, 수요가 있고 반응이 괜찮으면 계속 진행이 가능했던 셈. 지금 생각해보면 프립에게도, 나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내 강의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면 프립의 실내 컨텐츠들이 이 만큼 잘 되었을까? 혹은 실내 강의를 열었는데 프립 내에서 제대로 모객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 이후 강사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 그 뒤로 강의는 지속적으로 잘 팔렸다. 동일 테마의 지속적인 원데이 클래스는 거의 유일무이 했고, 설령 타 사진 작가들이 스마트폰 사진 강의에 뛰어들더라도 대부분은 도태되었다. 아마 기성 사진 이론이 깊게 뿌리박혀 있는 만큼, 거기에 곁다리처럼 스마트폰을 붙이려니 실패한 것 아닐까. 스마트폰 카메라와 스마트폰 사진의 본질과, 강의를 원하는 대부분의 수요는 완전히 다른데. 아무튼 그 뒤로 <스마트폰 사진 강사 방쿤>의 네임 밸류는 꾸준히 올라갔다. 작년에는 이 '방쿤'을 이용해 타 작가가 스마트폰 사진 강의에 대신 써먹을까 두려워 상표권 등록 신청을 했고 이제 '사진/강의' 업종에서는 방쿤 닉네임을 사용 할 경우 소송을 걸 수 있게 되었다 호호. 방쿤은 일단 10년 동안 제 겁니다.
- 아마 '스마트폰 사진 강사'로 포지셔닝을 잡은 것이 유효했던것 같다. 기존에는 없던 직업을 만들었으니 창직 사례가 될 법도 하다. 스마트폰 사진을 돈을 주면서 배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을 누가 알았나? 개인적으로 김난도 교수의 청춘과 아픔 팔이는 싫어하지만, 그가 제창했던 '워라밸' 키워드 하나 만큼은 감사하다. Work-Life Balance 자체는 인간적으로 살아감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지만, 일단 정의를 내려버리니 그제서야 신경쓰고 챙기는 사회적인 가치가 되었으니. 워라밸 덕분에 다양한 기업에서도 업무 강의만이 아닌, 취미 강의도 급속도로 늘어났고 그 만큼 개인적으로도 '취미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 어느덧 프립 내에서 매출 상위 30위를 찍는 '슈퍼호스트'를 빼먹지 않고 매달 달성 했다. 말하자면 프립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매김 한 셈. 3월 20일쯤 오픈 했던 4월 강의의 매출 상태다. 현재 후기 797개, 평점 5점 만점에 4.86점을 유지하고 있다. 4,577분이 오프라인에서 내 강의를 듣고 가셨다. 물론 기업 워크샵이나 여타 다양한 프립 외 강의는 빼고 말이다. 오직 프립에서만. 모르긴 몰라도 조만간 전체 수강생 10,000명을 돌파 할 수 있겠다 싶다. 진작에 일일이 기록해둘걸, 약간은 아쉽다.
- 기초적인 노하우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꿀팁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한 팁들을 두 시간 안에 제대로 녹여내어 100% 갖고가실 수 있게끔 돕는 것이 강사로서의 역할이다. 작가와 강사가 차이나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느냐, 직접 나서서 작품을 수단으로 사용해 소통하느냐의 차이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명확히 작가보다는 강사쪽이 편하다. 내가 즐겁게 사용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모든 기능과 비법들을 강의에 오는 모든 분들이 깨닫고 그들의 일상이 아름답게 남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스마트폰 구입 자체는 일종의 사업적 투자다. 절대로 장비병이 아니다.
- 그리고 드디어. 강사로서의 염원 중 하나인 책쓰기를 이뤘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매일 인생사진 찍는다.' 두 시간 짜리 원데이 클래스 내용을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풀어써서 대략 210페이지. 바꿔서 얘기하면 내 강의는 1분에 1페이지씩 흘러가는 책과 진배없다. 100% 폰카로만 담은 사진과, 기종에 상관 없는 꿀팁들로 가득 채워 두었다.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다소 불안하고, 때로는 우울하지만 그를 넘어서는 희열(강의를 박수갈채와 함께 무사히 마칠 때)과 쾌감(잊었던 미수금이 뭉칫돈으로 들어올 때)을 느낄 때 역시 많기에 버텼다. 지출의 수챗구멍보다 더 많은 수입에 의존하며 잘 버텼으니 책과 함께 하는 2019년 하반기와 내년 역시 기대가 된다. 건물을 올리지는 못해도, 책 한 권은 올렸다. 앞으로도 이 책을 기반으로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