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락페스티벌 2차 라인업에 부치는 My Adolescence
2002년 월드컵을 중학교 1학년때 봤고, 2005년에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을 보냈다. 2000년대 초창기는 Linkin Park나 Limp Bizkit, Korn, Disturbed, Slipknot 등의 미국 메탈밴드들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으며 놀라운 신작들을 뽑아내던 시기. 그리고 그 시기를 주름잡던 또 하나의 밴드가 바로 System Of a Down(이하 SOAD) 다. 사실 위의 밴드들을 아는 정도라면 SOAD를 모를리는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부산락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SOAD라는 밴드를 접하는 이들을 위한 '상당히 주관적인' SOAD 입문서라 보면 될듯. 그럼 시작합니다.
원래는 외국청년 둘이 신나게 헤드뱅잉하는 리액션 영상으로 유명한 그 노래. (인터넷 역사상 최초의 리액션 영상이 아닐까 싶다) WAKE UP! H@Q#(RU FOAfasofh2iorhaklfj MAKE UP! 하는 첫 소절부터 충공깽으로 다가오는 이 노래는 무려 2001년 발매된 음반 수록곡이다. 지금도 이 스타일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SOAD의 음악 자체가 일종의 개별적 장르로 취급되는 에너지와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계 미국인들로 구성된 4인조 밴드, SOAD는 1집도 물론 명반이지만, 이 노래가 수록 된 2집 TOXICITY부터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얻게 된다.
미국 문화제국주의의 심장부중 하나인 할리우드를 풍자한 앨범커버. 이 앨범의 발매일은 2001년 9월 3일이다. 그로부터 8일 뒤 아침, 2001년 9월 11일에 지구 역사상 최악의 테러 공격이 미국 경제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단순히 시기적인 우연과 앨범커버가 미국을 풍자했네, 정도로 느낄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들의 출신과 외모는 물론 노래가 담고있는 메세지 자체가 일종의 음모론을 형성했다.
그치만 이런건 일종의 트리비아에 불과하고, 실제 음악적인 완성도 자체가 어마어마한데다 특이성이 뛰어났다. SOAD'류'의 음악을 하는 밴드는 오직 SOAD뿐이었으니. Disturbed의 보컬적 찰짐과 Ill Nino에서 들리던 이국적 느낌에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악곡의 짜임새마저. 지금까지 총 다섯 개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그 모든 음반이 나의 10대에 종결되었지만 그 모든 앨범이 버릴 요소가 하나도 없다. 아무튼 TOXICITY음반은 초등학교 6학년때 발매되자마자 듣기 시작(넌 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거냐)하여 아직도 소장 중인 메탈 명반 중 하나.
Chop Suey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노래는 들어봤을수도 있다. B.Y.O.B.
Bring Your Own Bomb 이라는 뜻의 노래 제목. 이 노래는 2005년 SKY Proleague 전기리그 온게임넷 오프닝 BGM으로 사용 되었다. 당시에 스타리그 한 번쯤 보던 사람이라면 무의식중에라도 들어봤을 노래인 셈. 실제로 이 노래를 쓰는 대신 스타리그 끝난 후에 위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곤 했다. 저작권료 대신인가.....? 이 노래의 압권은 "Why do they always send the poor?"라며 끊임없이 외치는 부분이다. 2001년 9/11테러 직전에 앨범을 냈던 이들은 2005년에는 전쟁터에 나가 죽는 청년들에 대해 다시금 묻고, 그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이들을 공개저격한 셈이다. 유튜브 버전이 약간 찰짐이 덜한데, F*** 워드가 묵음 처리 되었기 때문. 궁금하면 앨범버전으로 들어보던가, 라이브에 가서 떼창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아무튼 이 음악이 수록 된 Mezmerize 음반은 같은해 후반기에 나온 Hypnotize 음반과 함께 더블앨범 구성으로 출시 되었고, 하나의 패키지가 다른 패키지에 조립이 가능한 DigiPack 형태로 출시가 되었다. 상당히 고급진 앨범 구성으로, 패키지의 그림은 볼록처리 되어있어 만지면 입체감이 느껴진다. 역시 내겐 둘 다 있다.
그리고 그 앨범이 마지막이 되었다. 2005년 이후로 새 음반이나 악곡 작업이 없던 셈. 심지어 2006년 8월을 마지막으로 활동 조차 중단 한 전설의 레전드였으나, 2010년에 다행히 재결합 콘서트를 갖고 근근히 공연을 이어나갔다. 신보 작업을 한다 안한다 말이 많은데 기존 다섯 개의 앨범보다 뛰어난 앨범을 만드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일 터. 아티스트로서의 고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 기준으로는 SOAD의 앨범 다섯 개 모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수작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기 색채는 뚜렷하면서도 기존의 악곡들을 답습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번 새롭지만, 그 새로움 조차 SOAD의 스타일 내에서 소화 가능한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이번 부산록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SOAD를 만나게 될 꼬꼬마 락/메탈팬 분들을 위해서 20년차 더쿠가 듣기 좋은 순서대로 나열(+어떤 트랙을 중심으로 들으면 좋을지)해 드린다. 노래제목을 클릭하면 유튜브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링크 해 두었다.
(1) TOXICITY
버릴 음반이 없는 SOAD의 다섯 작품 중에서도 버릴 트랙이 없다는 2집. 미국에서만 300만장을 넘겼으며 전세계 적으로 1200만장 팔린 앨범이다. 그 해 장르를 막론하고 2001년 최고의 음반으로 꼽는 매체들도 많은 TOXICITY. 순서대로 다 듣는 것을 권장하지만, 페스티벌용 킬링트랙을 꼽자면 1번 PRISON SONG / 6번 CHOP SUEY / 12번 TOXICITY / 13번 PSYCHO다. PRISON SONG은 후렴구만 잘 외워가도 미친듯이 놀 수 있다. THEY'RE TRYING TO BUILD THE PRISON x3 (FOR YOU AND ME TO LIVE IN) / ANOTHER PRISON SYSTEM x3 (FOR YOU AND ME)다. TO를 A처럼 발음하는 것만 주의하면 금방 입에 붙일 수 있다. CHOP SUEY는 WAKE UP!과 MAKE UP!을 타이밍 맞춰 따라하기만 해도 좋다. 중간중간 YOU WANTED TO! 추임새도 좋고, 마무리 단계에서 외치는 단어는 FATHER다. 가사 딸린 음악으로 찾아서 들으면 금방 익힐 수 있다. PSYCHO에서 반복되는 네 개의 가사는 PSYCHO! GROUPIE! COCAINE! CRAZY!니까 역시 금방 익힐 수 있다. (가사의 상태가....?)
(2) STEAL THIS ALBUM
다음으로 MEZMERIZE를 들어도 되지만, MEZMERIZE는 메탈씬 내에서도 유일무이한 전설적인 음반인지라, 먼저 듣게 되면 이 앨범의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가 없다 흑흑. STEAL THIS ALBUM은 흔히 2.5집으로 불리는데, TOXICITY에 수록되지는 못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노래들을 대-충 패키징해서(=어마어마하게 마스터링해서) 팔았다. 보다 정확히는 TOXICITY 이후 미발표 곡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었으며, 유출된 노래들과 몇 곡을 추가 및 편곡하여 대-충 듣든지 훔치든지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관련 썰) 실제로 이 앨범은 종이 부클릿이 존재하지 않으며, 공CD위에 매직으로 대충 적은듯한 무심시크 CD가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당연히 소장 중. 아, 훔친건 아니다 흑흑.
이 음반의 페스티벌용 킬링 트랙은 3개 정도를 꼽을 수 있다. 2번 INNERVISION / 6번 A.D.D. / 8번 I-E-A-I-A-I-O 이다. F*** THE SYSTEM도 나쁘진 않지만 라이브에서는 잘 하질 않으니 음. INNERVISION은 서서히 고양되는 분위기 자체가 매력적이다. A.D.D.도 LIVE에서 근근히 꺼내들긴 하는데 여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니만큼 여기서도 할 지는 모르겠다. K.D.D.로 바꿔 주시나.....? I-E-A-I-A-I-O는 아마 공연하기 전에 영상처럼 떼창 연습을 할듯 하다. 걱정말고 들으면 좋을듯.
(3) MEZMERIZE
전설의 정점을 찍은 음반 MEZMERIZE. 최면을 건다는 Mesmerize를 약간 비틀은 스펠링이다. 흔히 게임에서 군중제어기를 '메즈기'라고 하는데 그 메즈의 어원 맞다. 묘-한 앨범 아트는 기타리스트 대런의 아버지 바탄 말라키언의 작품이다. 앨범 자체가 HYPNOTIZE와의 더블 앨범 체제라, 수록곡을 풀로 들어도 36분 11초다. 채 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이 40분대인 분들은 전철을 타고 내리면서 한 번씩 통으로 들어보길 바란다. 솔직히 1번 부터 11번까지의 모든 트랙을 추천하지만, 페스티벌에서 논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2번 - 8번 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킬링 파트. 특히 그 중에서도 2번 B.Y.O.B. / 3번 REVENGA / 4번 CIGARO 라인은 거를 타선이 없다. 특히 CIGARO의 라이브에서는 대런이 말도 안되는 가사로 인트로를 넣는데 참 거시기한 노래다. 진짜 거시기하다. 원래 CIGARO을 시작하는 가사가 MY C*** IS MUCH BIGGER THAN YOURS니까 (....) 이 외에도 8번의 QUESTION!은 1집의 WAR?와 일종의 문답을 하는 구성이라 마음에 든 트랙. 메탈 트랙으로서도 수작이다.
(4) SYSTEM OF A DOWN
1집 SYSTEM OF A DOWN 에서는 앞의 세 트랙 SUITE-PEE / KNOW / SUGAR 를 익혀가면 좋다. 특히 SUITE-PEE와 SUGAR는 SOAD에 관심이 없던 이들이라도 내 또래라면 한 번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나 30대 청년인데 내 동년배들 다 SOAD 좋아한다) 1집과 마지막 앨범 HYPNOTIZE까지 다루려면 다루겠지만, 일단 SOAD가 당신의 취향인지 아닌지 결정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세 개의 음반만 들어봐도 충분하다. CHOP SUEY, B.Y.O.B.를 듣고 가슴이 끓는다면 함께 하자. 부산 락페.
사람마다 청소년기를 책임지던 아티스트가 다르지만, 내 10대를 지탱한건 이 셋이다. 음악삼분지계(응?). LINKIN PARK는 2011년 내한때 완전체로 만난 적 있고, Slipknot은 2013년 일본 Ozzfest에서 헤드라이너로 만나 봤으나 SOAD는 아직 무대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심지어 그 동안 잊고만 살았다. 음악적 취향도 자라면서 많이 바뀌었고, 최근에는 일본 지하 아이돌을 파고 있었으니. 오늘 아침에 발표 된 부산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이름을 보고는 그간 잊고 살았던 10대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눈물이 났다. 이젠 그 시절의 Linkin Park도 없고, Slipknot도 보기 힘든데. 그 동안 다른 앨범이 나온건 아닐까 찾아보니 여전히 그때 그대로 신곡이 없다는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장에라도 가서 모든 노래를 떼창하며 모슁핏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20년 전 부터 사랑했으나, 한 동안 잊었던 그들을 다시금 만날 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나의 10대를 책임졌던, 나 뿐만이 아니라 80-90 메탈 키드들의 트랙 리스트에서 살아 숨쉬던 그들이 최초로 한국에 온다.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뛰어서 써 내려간 글. 이 형들은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야. 죽기 전에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