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F는 작년 여름 Memai Siren을 보러 처음 방문 했었다. 양 측의 스테이지를 오고가며 균형 잡힌 사운드가 뿜어져 나오는 페스티벌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지는 않지만, 서로 방해되지 않게 놀기 딱 좋은 만큼이었고 중간중간 뿌려주는 물도 시원하게 맞아가며 원 없이 하루를 놀았었다.
지산과 펜타포트의 부진으로 인해 올 여름 락/메탈 페스티벌은 거의 종말의 위기를 맞는듯 했지만 부산록페스티벌이 유료 전환 직후 케미컬브라더스에 이어 System Of a Down을 라인업에 띄웠다. 잠시나마 '그래! 이젠 부산밖에 없어!'를 외쳤으나 아쉽게도 SOAD의 내한은 글로벌급 매니지먼트 사기극으로 밝혀지며 다시금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렇게 시무룩하던것도 잠시, 금요일 정오를 기해 발표 된 JUMF의 2차 라인업은 가히 폭발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 아, 아니다. 가성비라고 말하면 가격 대비 좋은 정도로만 보이니까. 가성비가 아니라 올해 어떤 락페스티벌을 갖다 대더라도 현재 라인업 자체는 JUMF를 능가할 그 어떤 락페스티벌은 없는듯 보인다. 헤드라이너 포함 다 덤벼봐, 의 느낌.
2. JUMF 2019의 라인업 선정에 주목해야 할 이유
(1) 장르를 넘나드는, 말 그대로의 Ultimate Music Festival
>> 장르를 따지자면 강렬한 Drum&Bass 사운드의 Zardonic부터 일본의 스크리밍 아이돌 Broken By The Scream, 언제나 우리들의 밤을 책임졌던 NELL. 올해가 마지막인 PIA. 어마어마한 소울을 가진 제이클레프. 스윗한 목소리의 죠지와 마틴스미스까지. 거의 음악축제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장르를 다 꽂아 넣은데다가 그 수준 또한 어마어마하다. 아마 이 모두를 한 플레이 리스트에서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를 알면 누구를 모르는, 그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만들어진 셈. 나 역시 가장 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일요일에 있지만, 그 일요일에 모르는 아티스트가 더 많으니.
(2) 단독으로는 도저히 보기 힘들 것 같은 아티스트들의 총 집합
>> 일단 Zardonic이 그렇다. 난 이 형님 노래를 Pendulum과 Qemists 때문에 함께 듣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볼 수 있을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진짜다. 만약 온다고 해도 UMF에나 올까 말까? 싶은 아티스트를 너무나 뜬금없이 JUMF에서 볼 수 있을줄은 몰랐다. 섭외를 진행한 운영진부터 흔쾌히 수락한 Zardonic 모두 좋은 의미에서 미친듯 하다. 2차 라인업 중 최고의 히어로, Stryper는 또 어떤가. 이 분들 여지껏 활동하는줄도 몰랐다. 아마 80-90년생들은 공감할 노래방 끝판왕이 두 곡 있다. To Hell With the Devil과 In God We Trust. Stryper 형님들의 내한이 무려 전주에서 이루어 진다니. 일본의 BBTS, PassCode, BRATS 역시 그렇다. 특히 PassCode는 공연 전날 오사카 기간틱 페스에서 공연을 한 후 바로 전주로 날아오는 셈. 국내 라인업도 YB와 피아, 네미시스와 NELL등. 단독 콘서트만 해도 충분히 파워가 있는 아티스트들이 하루에 뭉치는 것이 얼마만인지.
그래서 한 번 해외 라인업을 쭉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 모두가 내게 있어선 지극히 친숙하며, 조깅 할 때 반드시 듣는 아티스트도 있고, 누구는 히어로이며 누구는 평생을 걸고 충성을 결심한 아이돌이기도 하기에. 포스터에 공개 된 순서대로 소개해본다.
3. JUMF 2019의 해외 라인업에 대한 간단 정리
(1) Zardonic - 드럼앤베이스와 인더스트리얼메탈 사이 어딘가
빡셈 지수 : ★★★★☆
Zardonic
강렬한 가면과 헤어스타일이 특징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키보디스트. Pendulum에 빠져 있던 시절, The Qemists를 알게 되었고 The Qemists를 듣다 보니 Zardonic까지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Drum&Bass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곡 듣고 바로 빠져들 만한 놀라운 사운드를 자랑한다. 헤드폰으로 들을때도 가끔 황홀경에 빠질 때가 있는데, 페스티벌에서 어마어마한 스피커로 쏟아지는 사운드에 파묻힐 생각을 하니 벌써 여분의 속옷을 준비해야 할 듯 하다.
Zardonic - Pure Power (M/V)
단순명료하고 파괴적이기에, 두어번만 들어도 리듬에 맞춰 미친듯이 놀 수 있는 것이 Zardonic 음악의 본질이다. 팬이 되자는 뜻이 아니다. 그저 몇 개의 킬링 트랙만 두세번 정도 듣고 오면 전주가 흐르는 즉시 언제 뛰고 소리 지를지 스스로가 알 수 있다. Antihero 앨범을 추천. 특히 금요일 라인업에 추가되어 있는 만큼, 금요일 밤을 책임질 헤드라이너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내 라인업이 여기에 낀다면 DTSQ나 Idiotape가 어떨까 싶다.
(2) STRYPER - 말 그대로 갓 오브 메탈. 아니다, 메탈 오브 갓.
빡셈 지수 - ★★★☆☆
Stryper
1983년 결성 된 미국의 크리스천메탈 밴드. 그거 알아요? 이 분들 첫 내한이 저 태어났을 때임. 1989년 잠실. 메탈로 세상을 정화하시는 그 분들이 드디어 다시금 돌아 오신다. 거의 메탈 헤드라이너가 전무한 올해의 락페스티벌 중 유일무이하게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메탈 뮤지션을 전주로 모셔오는 JUMF에게 박수를.
In God We Trust (Music Only)
인갓위트러스트 후렴구를 떼창 할 생각에 가슴이 뛴다 으아!!!! 올해 다 죽은 페스티벌 메탈 라인업의 유일무이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들에 대해서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읍따. 2018년의 신보 'God Damn Evil' 역시 듣고 가면 무척 좋다.
The Valley (M/V)
(3) ALMANAC - 작년 전주를 씹어드신 그 분들의 두 번째 내한!
빡셈지수 - ★★★☆☆
ALMANAC (in JUMF 2018)
작년 JUMF에서도 이미 멋진 무대를 펼친 바 있는 ALMANAC이 올해도 내한한다. 직접 라이브로 만나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무대를 휘젓는 더블 보컬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유럽 정통 파워메탈의 계보를 잇는 무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통 메탈에 입문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기원하는 스테이지. Stryper와 같은 날 구성이라는것만 봐도, JUMF의 토요일은 메탈 나이트다. 가장 동원력 높은 날 메탈로 승부를 거는 JUMF 운영진에게 감사 또 감사.
Self-Blinded Eyes (JUMF 2018 Live ver.)
(4) Broken By The Scream - 성별을 떠나서 이번 페스티벌에서 최고로 빡센 그룹
빡셈지수 - ★★★★★+★
Broken By The Scream
모르고 들으면 충공깽이겠지만, 알고 가면 더 없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그들. 멤버는 여성 4인조가 맞지만, 악곡의 구성이나 보컬을 들어보면 어지간한 하드코어나 트랜스코어 밴드들조차 씹어먹는다. 특히 이들의 음악이 매력적인 이유는, 마냥 빡세게 노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순대와 간 처럼 거친 보컬이 휩쓸고 지나간 뒤 찾아오는 귀여운 보컬에 있다. 유튜브에 꽤 많은 공식 영상 클립이 있고, 대부분은 라이브때도 공연하므로 제대로 놀고 싶다면 필청. 이번 JUMF에서 처음 보는 이들마저 사로잡길 바란다. 어찌보면 일본이기에 가능한 밴드이자 아이돌. 선입견 갖지 말고 일단 들어보길 바란다. 현재 공개 된 JUMF 라인업 중 가장 빡세게 놀 수 있는 그룹이다. 내가 많이 애정애정하니까 특별히 노래 두 개 공유한다.
恋は乙女の泣きどころ (M/V)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트랙.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가장 잘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휘몰아치는 스크리밍/그로울링 파트가 지나간 후의 카와이한 보컬. 그 후 다시금 내지르는 후렴구에 이어 귀엽고 거친 보컬이 혼재하며 댄스와 함께. 특히 2절 도입부의 주고받는 스크리밍과 그로울링이 어마어마하게 좋다. 요 근래 들었던 대부분의 메탈코어/트랜스코어 트랙들은 다 이 노래 앞에 무너졌다.
Do・Do・N・Pa!! (Live Clip)
뮤비로만 보면 기대가 덜 될까봐 라이브 클립 하나 더. 음원도 라이브 음원이니 믿고 들으면 된다. 쉼 없이 질러대는 악곡이라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파트를 제외하면 BBTS의 쌍두마차가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목소리에 빠져들기 딱 좋다. 아이돌이라 외면하지 말고, 현재 JUMF 아티스트 중 가장 모슁/슬램에 최적화 된 음악을 구사하므로 공개 된 유튜브 클립은 모두들 듣고 오길 적극 권장. 해머링과 노이지와 같은 날 구성 되었지만 결코 꿀리지 않아. 아- 도돈파에 슬램하고 싶다.
(5) PassCode - 현재로서는 가장 완성형의 차세대 일본 아이돌 그룹
PassCode
빡셈지수 - ★★★★☆
BBTS와 BRATS라는 1차 라인업이 발표 되자 아주아주 약간은 기대했다. 작년 이들의 내한 공연을 주관한 한국측 매니지먼트사가 PassCode의 한국 활동 역시 주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요일에 오사카의 페스티벌 출연 예정이 잡혀 있었기에 반 쯤은 포기했는데 2차 라인업에 뙇. PassCode는 현재로서는 가장 완성형의 차세대 일본 아이돌 그룹이다. 기존의 아이돌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색채를 띔에도 불구하고, 악곡적 구성이 완벽하며 밴드음악으로서나 아이돌음악으로서나 그 모든 부분에서 차고도 넘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무대 밖에서의 느낌을 떠나서, 적어도 무대 안에서는 억지로 귀여움을 구사하거나 의미 없는 성적대상화 등은 전혀 없이 그저 멋진 음악을 넘쳐나는 에너지로 풀어낼 뿐이다. 기성 밴드들에 굳이 비교를 하자면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와 가장 흡사하다.
TRACE (Live Clip)
특히 이들의 초기 뮤직비디오 작품들을 보다 요즘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어쩐지 눈물이 날 때가 있다. 힘들고 서툴던 초반부에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를 갈고 닦아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오사카를, 일본을 넘어서 전 세계를 제패하고 싶다는 마음이 한 가득 느껴져서. 일본에는 베비메탈만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멋진 음악을 하는 PassCode를 이번 기회를 통해 꼭 한 번 알아줬으면 한다.
Tonight (Live Clip)
(6) BRATS - 걸즈록이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한 록밴드를 추구한다!
빡셈지수 - ★★★☆☆
BRATS
시작은 SCANDAL에 대한 동경이었으나, 자신들을 걸밴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록밴드로 봐달라는 BRATS. 결성은 상당히 이른 시기였으나, 프론트를 맡은 쿠로미야 레이의 중간 다른 활동으로 인해 실제 재결성 후 활동에 접어든지는 3년차. 발매된 곡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번의 무대가 파워풀해서 언제든 다시 가서 듣게 되는 마성의 밴드.
Kimarigoto (Live clip w/ Studio Music)
유튜브에 공개 된 클립만 다 듣고 가도 라이브 셋리스트 절반 정도를 익히고 가는 셈이라 놀기 전 준비는 어렵지 않다. PassCode와 같은 일요일 구성이다.
4. 그래서 제 픽은요
해외 라인업 6팀의 구성을 보면 일본 여성 아티스트 + 파워풀한 서양 메탈 밴드 + 빡센 EDM 아티스트 구성이라 볼 수 있다. 각자의 취향에 맞춰 즐기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금요일 모든 라인업이 확정 되기 전 까지 며칠을 가고 말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일단 Drum&Bass나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좋아하는 이라면 Zardonic의 내한을 결코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쪽 취향이 아니라면 토-일 양일권으로 즐겨도 충분히 멋진 페스티벌이 될 것이다. 라인업 정말 묘-하게 잘 짜뒀다. 보통 피아를 들으면 넬도 듣는데 그 둘이 토-일로 나뉘어져 있기에 대부분 토-일권은 질러서 볼 것이라 예상되므로. 널리 듣고 알았으면 하는 아티스트들 역시 토-일로 양분 되어있는듯한.
만약 당신이 토-일 양일권으로 JUMF를 즐긴다면 위에 언급한 아티스트들 역시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단순히 네임벨류만 보고 뽑아 오는 해외 라인업이 아닌, 진짜 그들만의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라인업이다. 세상 어디에도 그들 만큼, 그들의 장르에서 그들만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은 없다. 일본에서 날아오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장르적 크로스오버와 갭모에를 즐긴다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JUMF가 되리라. 아직도 '락페에 뭔 아이돌이야?' 라고 말하는 당신, 아직 영상을 틀어보지 않은건가?
올해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로 기대 되는 JUMF, 자세한 소식은 아래에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