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헤드라이너 god를 바라보며
금일 발표 된 부산락페스티벌 2019(이하 부락) 최종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대중성과 매니아들의 요구 사이에서 심히 고민했을 부락 관계자들의 마음이 어느정도는 느껴진다. 특히나 1일차 헤드라이너로 god를 선정한데에 있어서는 뭐랄까, 살아남기 위한 발악 - 같은 것이 느껴져서 마냥 욕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SOAD에서 god라니. 글로벌급 사기 사태에서 벗어나면서도, 부족한 티켓 판매를 충당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듯 하다. 그래도 앞에 lamb of 를 붙여놨으면 더 즐거웠을듯 하다.
이제라도 lamb of god을 섭외해서 '아 죄송합니다 사실은 오타였습니다 데헷'을 외쳐도 메탈/락팬들의 실망감은 가시지 않을듯 하다. 내일까지 고객센터를 통한 무료환불이 가능한 상황인지라, SOAD 급을 바랐던 메탈팬들이 조금 떠날듯 싶다. 물론 그보다 훨씬 많은 god 팬들이 토요일 1일권을 구입하거나, 그럴바에는 2일권을 구입해서 2일차의 악동뮤지션과 요즘 화제인 슈퍼밴드 정도는 보고 싶어할 수도.
뭐 메탈 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날의 NIGHTRAGE가 간신히 척추를 이어주는 기분이다. 그치먼 JUMF처럼 정줄 놓고 놀 수 있는 만큼의 라인업은 아니다. god가 부산락페스티벌에 오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아니다. god 충분히 부를 수 있다. 그러나 god 때문에 부산락페스티벌에 올 사람이라면, 애초에 god 하나만 보고 올 테니까 사실상 어떤 순서, 어떤 라인업으로 꽂아 넣어도 무방하다. 오히려 화가 나는 것은 NELL의 헤드라이너 구성은 생각해본 적 없느냐, 라는 부분이다.
god가 한국 대중가요에 한 획을 그은 그룹이라는건 잘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부산'락'페스티벌이다. 다른 자리도 아닌 헤드라이너 자리에, 그것도 대한민국 아티스트가 선다면 당연히 락 그룹이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닐까? 공교롭게도 god와 NELL모두 1999년부터 활동 해 왔다. 그런 NELL에게 헤드라이너 자리 한 번 선사하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웠나? 무대 예산도 대폭 늘렸다고 홍보하는데 대체 그 무대 예산을 누구의 무대에 사용해줄것인지 의문이다.
god 수준의 아티스트면 섭외비도 적지 않았을듯 하다. 그러한 섭외비로 더 많은 인디 락/메탈 아티스트에게 무대를 선사할 수는 없었나? 아세안 특집이라고 해서 굳이 일본 아티스트를 덜 넣은 이유는 있나? System of a Down이 취소 된 뒤에도, 담당자의 멘탈 나간듯한 페이스북 포스팅에도 믿고 기다렸지만 그에 돌아오는 반응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글쎄. 더는 대한민국에 '락 페스티벌' 로서 성립 할 수 있는 음악 축제는 남아있기 힘든듯 하다. 그래 요즘 누가 락을 듣고 메탈을 들어. 인싸들은 그런거 안 들어 그치.
서글프다. 한 15년 전에는 그래도 교실에서 림프비즈킷에 린킨파크 얘기 하면서, 서태지 신보와 넬 신보를 바꿔 들으며 지내곤 했는데 이젠 아니다. 어릴때 락과 메탈을 듣지 않는데 커서도 당연히 안 듣겠지. 유료화 전환과 함께 당찬 포부를 발표했던 부락의 이번 3차 라인업은 오히려 '여남은 락페스티벌의 종지부'를 뜻하는듯 하다. 이미 폭망한 펜타포트와 지산은 제끼더라도, 부산'락'페스티벌이 이러면 곤란한데 라는 생각 한 가득.
이러니 저러니 해도 god의 무대가 어디 흔한 자리인가. 작년 연말 단독 콘서트도 스탠딩 16만원짜리 공연이 10분만에 매진 되었다. 이번 부산락페스티벌의 토요일 밤에도 파란하늘 하늘색풍선이 하늘하늘 거릴듯 하다. 뭐 촛불 하나 켜고 노래 부를 수도 있겠다. 유년시절을 함께한 노래들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고, 그것들을 따라 부르며 즐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내겐 god 만큼이나 NELL 역시 오래도록 뇌리에 박혀 있는, 마땅히 헤드라이너의 자격이 있는 국내 최정상 락 아티스트다. 같은 날 공연하는, 데뷔 연차가 같은 댄스그룹이 헤드라이너로 서는 것을 NELL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이번 god 기용을 통해 어느정도의 티켓 파워를 확보 한 부락은 당장에는 산소호흡기를 달아 놓은 셈이다. 그러나 올해의 구사일생 패턴이 내년에도 이어질거라고는 생각해선 곤란하다. 케미컬브라더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건 맞지만, 적어도 그렇지만 부락 운영진은 NELL한테 사과해야한다. 마땅히 그들이 서야 할 자리에 god를 채워넣은 행동은 분명 '락페스티벌'을 표방하는 부락 운영진의 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