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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백수 방쿤 Jun 11. 2019

불행하지 않으려다 지친 요즘

노력으로 간신히 일상을 유지하는 삶 속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장벽을 만난 시대. 청년 세대가 들이는 노력의 실질금리는 거진 마이너스 수준이다. 과거에는 노력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었다면, 요즘은 간신히 불행하지 않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지표랄까. 이젠 평범한 루트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청년기에는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건 누구나 안다. 가상화폐니 P2P니, 주식을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 소소한 투자라는 것을 해 보지만 그조차도 위험을 무릅쓰고 실패하지 않아봐야 IMF 직전의 정기예금 금리 이상은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노력에 의존하기엔 너무나 불안한 시대다. 단순히 열심히만 해서는 무언가 이루거나 행복히지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그저 지금만큼 살아가는데에 온 힘을 다 쏟다보니 다른 도전을 한다거나, 새로운 분야를 파고 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10대 시절에 이런 고민을 하고 미리 한 두번의 실패를 가정한 도전을 시도 해 봐야 할텐데, 대부분의 10대는 대학생으로의 진학을 기정 사실화 해 두고 그저 전공을 고민하고 좀 더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해 10대를 소진해 버린다. 나 역시 그랬고, 그 궤도에서 빠르게 벗어나지 못했던 후회가 여전히 남아있다.


누구나 가는 길 위에서 누구처럼 가기 위해서 경쟁을 하고, 그러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노력을 소진해 버리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쯤, 되려니 마려니 살다 지치는 삶. 이거 나만 그런건 아니지? 이대로 살아도 되겠나 싶지만, 이렇게 살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고 혹은 그 조차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매일 아침 눈 뜨는게 괴로운.


타인을 관음하고, SNS에 뜨는 타인의 행복에 좋아요를 누르고, 괜히 댓글로 친한척 하고, 그렇게 하면 네 행복의 떡고물을 조금이나마 줏어먹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그러다 제 풀에 지쳐서는 그러한 타인의 행복을 마주칠 때 마다 슬퍼하고 분노하고 마는. 왜 나는 그대처럼 살 수가 없는가. 왜 나의 일상은 행복을 상실했나.


이런 고민을 적어도 그대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저 적어보고 싶었다. 나도, 너도, 우리가 모르는 그 누구도 실상 서로를 부러워하며 괴로워하고. 기저에 깔린 노력의 잿더미는 꿉꿉하게 감춰둔 채, 여남은 시간과 체력을 꾸준히 태워나가고 있을 뿐. 이렇게 살게 된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엔 너무나 광범위한 책임을 물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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