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백수 방쿤 Jan 28. 2023

Have you ever met... Ted?

HIMYM을 따라간 McGee's Pub

이 오프닝만 봐도 가슴이 뛴다면 당신은 이 글을 볼 자격이 있다.

    How I Met Your Mother(이하 하우멧)를 아는가? 프렌즈, 빅뱅이론 등 걸출한 미국 시트콤들 사이에서 두터운 팬 층을 자랑하지만 국내엔 많은 팬이 없는 작품이다. 테드, 바니, 로빈, 마샬, 릴리 다섯 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9개의 시즌동안 펼쳐지는 꽤나 거대한 작품이다. 물론, 굳이 9시즌까지 만들었어야 하느냐는 의견이 팬들 사이에서도 분분하지만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이 시대에 이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는것 자체가 대단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디즈니+에서 서비스 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아직 이 작품을 만나보지 못한 분들은 일단 한 번 즐겨보시길 바란다.


    내가 하우멧을 즐기게 된 계기가 바로 아내 덕분이었다. 아내를 만나기 전엔 아예 알지도 못했던 시트콤을 연애 시절 접한 이후로, 순식간에 모든 시즌을 보고 난 후 우리는 아직도 가볍게 한 잔 하면서 마치 배경음악처럼 하우멧을 틀어놓곤 한다. 우리는 연애시절 테드이자 로빈이자 바니였으며, 이제는 결혼하며 마샬과 릴리처럼 유머러스하고 쿨하지만 서로에게 솔직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고자 한다. 이번 신혼여행에 뉴욕을 넣은 이유도, 하우멧의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뉴욕 위에 서로의 뉴욕을 더해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가기로 결심하면서.




매일 같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MacLaren's Pub

    하우멧의 주인공들은 거의 매일같이 같은 펍에서 같은 테이블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떤다. 사진에서 왼쪽부터 마샬, 릴리, 바니, 로빈, 테드다. 출연진 중에 여러분들의 눈에 그나마 익을만한 배우는 로빈으로 나온 코비 스몰더스(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마리아 힐')와 작년에 공개된 드라마 '언커플드'에서 열연을 펼친 닉 패트릭 해리슨(극 중 바니 스틴슨) 정도가 있을듯 하다. 이 맥클러런 펍은 HIMYM 팬들에게 있어서는 거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펍인데, 막상 뉴욕 한복판에 있을법한 반지하 펍 맥클러런은 지도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실제 있는 펍이 아니라, 극중에 있는 가상의 펍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장소로 자리잡은 펍의 실제 모델은 어디일까?


맥클러런의 모티브를 준 McGee's Pub

    제작진 공식 인터뷰와 기록에 따른 맥클러런의 실제 펍은 McGee's Pub(이하 맥지스) 이다.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홈페이지에 가면 메뉴 설명도 자세하게 나와 있지만, 예약도 받는다. 우리가 숙소로 잡은 호텔 바로 근처에 있었기에 도보로 방문했다. 그것도 뉴욕에 도착한 그날 밤. 실제로 마주한 우리의 맥클러런은 과연 어떤 인상이었을까. 서로에게 솔직한 감상을 전달해주기로 약속하며 들어갔다.


다양한 배우들의 사진과 포스터들, 이 곳이 맞다는양

    처음 들어선 맥지스의 분위기는 나름 시끌벅적하고 정겨웠다. 복층 바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윗 층에서는 주류 메뉴 위주로만 먹을 수 있었고, 아랫 층에서는 푸드 메뉴까지 함께 곁들일 수 있었다. 사실 서로의 메뉴를 주문하면 오고가며 서빙은 해주는데, 그래도 무엇을 주로 먹거나 마시느냐에 따라 앉을 수 있는 좌석은 달라지는듯 하다. 우리는 입구 바로 앞의 좌석에 자리잡고 다양한 메뉴들을 주문했다.


Baked Potato Skins & Maclaren Sirloin Burger

    구운 감자 껍질과 맥클래런 고기 버거. 고기버거는 말 그대로 고기빵이었으며, 감자 껍질이 붙은 포테이토스킨은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Irish Pub이라 그런가, 감자요리에 조예가 깊은듯 하다. 이 곳의 일부 푸드 메뉴들과 칵테일들은 모두 하우멧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이름들이 많다. Potato Skins도 극중에서 Ted가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했던 단어인데, 미리 말하자면 버거보다 감자껍질이 더 맛있었다. 버거는 보이는 그대로의 맛(미디엄 레어의 함박스테이크를 빵으로 잡아서 먹는 맛)이지만, 포테이토 스킨은 정말 미국에서 먹은 감자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잘 구워진 감자 껍질의 거칠면서도 바삭한 식감과 수분기가 날아가 포슬포슬하면서도 뻑뻑한 감자 위에 얹어진 베이컨과 치즈의 풍미는. 다시 가면 인당 하나씩 시켜 먹어도 부족함이 없다.


극중에 나온 에피소드 이름을 딴 칵테일들

    예전에는 요일 메뉴로만 판매했었던것 같은데, 요즘은 매일 칵테일을 파는듯 하다. 칵테일 이름을 보면 반갑지만, 사실 마셔보면 음? 이 맛은? 싶은 익숙한 맛들이 많다. 이름은 덕심을 자극하지만 맛이나 퀄리티 자체는 사실 클럽 정도에서 대충 말아주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니 기대하진 말자. 가격과 맛만 보면 매우 아쉬운 수준이지만, 덕질 하는 마음에 가성비를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칵테일 메뉴판에서 맨 위에 있는 순서대로 하나씩 먹어보면 나름 크리에이티브 하고 맛있는 것들이 좀 있다. 특히 The Naked Man과 Gay Pirate은 추천.


여느 펍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

    하우멧 팬들만 들르는 장소는 아닌듯 하다. 그저 평범한 맨해튼의 Irish Pub과 다르지 않다. 거기에 하우멧 테마가 조금 추가된 정도랄까. 맥클래런의 분위기 그대로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아, 이 곳에서 하우멧이 시작되었구나.' 정도의 발상지 쯤으로 여기면 어떨까. 맨해튼에는 얼마든지 더 실망스러운 바와 칵테일이 많으니 이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들 크게 실망할 이유까지는 없다.


팁을 Total에 포함 시키는 악랄한 영수증

    계산 후 영수증이 아니다. 계산 전 영수증의 Total 가격에 Tip 20%를 포함 시켜서 결제용으로 내민다. 만약 여기에 당신이 팁 20%를 추가하여 새로운 총액을 적어내면 팁 40%를 넘게 내게 되는 셈이다. 미국 여행 중 LA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선 겪어보지 못한터라 당황스러웠지만, 신행 전 미리 예습해둔 뉴욕 여행 팁에 나온 내용이긴 했다. 실제로 받아드니 황당할 따름.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뉴욕 여행 하면서 결제 전 Total 금액에 Gratuity가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자. 40%의 팁을 내고 싶지 않다면.




    덕질은 너비로 시작해서 깊이로 들어간다. 얕은 세계관 전체를 훑은 후에, 감기고 빠진 분야에 깊게 파고들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성취감과 행복을 사는 것. 시트콤 하나 때문에 맨해튼 여행을 계획하고, 그 시트콤이 시작된 바를 들어가 그래도 한 잔 하고 나왔음에 감사한다. 다만, 하우멧의 팬심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 있는 만큼 몇몇 메뉴나 칵테일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던 부분과, 팁이 마음대로 포함된 영수증에서 솔직히 서운함까지 느낀건 사실이다. 그래도 어떠랴. 서운하다 한들 인생 시트콤이 바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매클러렌은 영원히 스크린 밖에서 만날 수 없는 이상향 같은 곳이니까. 어디에서 술을 마시더라도 아내와 함께 마신다면 그곳이 매클러렌이고 우리가 마샬과 릴리가 된다. 그저 그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