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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백수 일본유랑기
by 청년백수 방쿤 Apr 11. 2018

하카타부터 모지코까지 - 북큐슈 카레 투어

북큐슈 카레집 6곳에 대한 단상

당찬 포부와 함께 출발 한 북큐슈 카레 투어

- 시작은 단순했다. 12월 말쯤 동생이 어머니와 함께 후쿠오카 1박 2일 여행을 계획 했고, 그 기간에 맞춰서 나도 가볼까? 해서 발권한 비행기 티켓. 3박 4일의 일정을 어떤 테마로 잡을까 고민 하다가 음식으로 정했고, 음식 중에서도 평소 즐겨 먹지 않았던 '일본 카레'를 주제로 삼았다. 일본까지 가서 굳이 카레를 찾아 먹지는 않았다가 적합한 표현. 일본 카레라고 해봐야 한국에서 뻔하디 뻔한 아비꼬나 코코이치방야를 가본 것이 전부인 방쿤. 과연 어떤 카레들을 만나고 왔을까. 6곳의 일본 카레집과 그 특징을 순위를 매겨서 표현해볼까 한다. 모든 카레집의 이름을 누르면 구글맵 링크가 뜨니 참고.




6위 : 모지코 맥주 공방 - 맥주공방에서는 맥주나 먹자

오픈에 맞춰 칼같이 들어가는 방쿤, 이 때만 해도 엄청 신났다

- 야끼카레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10월 아리타였다. 아리타 도자기를 선물로 주는 야끼카레벤이 명물인지라 에키벤 테마로 한 번 먹어본 것이 전부였지만 따뜻한 그릇의 온기와 치즈의 농후함, 오래도록 끓인 소고기에서 배어나오는 감칠맛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렇기에 야끼카레의 본고장인 모지코는 이번 북큐슈 카레 투어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구글 지도를 신뢰하는지라 구글 지도 평점과 리뷰 갯수가 넘쳐나는 모지코 맥주 공방에서 야끼카레를 먹기로 결심했으나, 결국 처참한 실패를 맞았다. 

맥주 공방에서 직접 빚어 파는 앰버라거, 이때도 엄청 신났다

- 첫 손님으로 들어가서 일단 맥주와 야끼카레를 시켰다. 야끼카레도 일반 카레가 아니라 바이젠에 카레를 끓여준다는 바이젠야끼카레와 더블치즈를 얹은 버전으로 푸짐하게 주문. 그런데 메뉴판에 야끼카레만이 아니라 파스타라던지 기타 이탈리안 푸드가 나와있는게 어쩐지 불안했다. 게다가 구글맵 장소 분류도 이탈리안 음식점으로 되어 있는게 아닌가? 일본에 있는 이탈리안 음식점의 모지코식 야끼카레라니. 일단 맥주 맛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거기에 바다를 보면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으니 더욱 즐거웠고, 야끼카레가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로 놀았던 처참한 야끼카레

- 일단 첫 인상은 대단히 좋았다. 뜨끈뜨끈한 철판 위에 갓 녹은 치즈와 함께 토실토실 올라온 카레. 첫 술부터 마지막 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은은하게 풍기는 카레향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카레향이 은은하다는 의미가 맛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몰랐다. 분명 카레를 시켜서 밥과 카레를 먹고 있는데 당췌 원하는 카레 맛이 나질 않는다. 원하는 카레맛이라 함은, 내 취향에 맞는 카레맛이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어 이거 좀 카레 같다' 정도의 느낌이다. 특정 스파이스의 조합이나 다양한 맛의 폭발은 바라지도 않았다. 아예 간이 맞지 않는다. 싱겁다. 게다가 맥주와 함께 싱거운 카레를 먹다보니 밥 안에 그대로 남아있는 계란 노른자를 발견해서 비벼 먹었다. 더욱 싱거워진 나머지 마지막 한 술을 뜨면서도 '그래서 카레맛은 언제 나는거야?' 를 내내 생각하며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모지코 야끼카레를 과하게 기대하고 찾아왔나 싶었다. 아리타역 근처에서 먹었던 야끼카레가 차라리 더 맛있었다. 철판을 쓴 이유도 모르겠거니와, 오히려 철판이 평평한 나머지 카레와 밥이 따로 놀았다. 게다가 치즈 위에 카레를 덮어버리니 카레는 오븐에서도 밥과 만날 수 없는 운명이었고 결국 카레맛치즈밥에서 머물고 말았다. 야끼카레가 오븐 속에서 만들어내는 마법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면이 실망스러웠던건 아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던 엠버 라거는 정말 맛있었다. 만약 모지코에서 맥주를 먹는다면 맥주 공방을 택하겠지만, 야끼카레를 먹는다면 절대로 이 곳은 아니다. 차라리 여기를 제외한 아무 카레집이나 들어가서 먹어도 이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당장에 모지코 맥주공방보다 맛난 일본식 카레집은 우리나라에도 많으니, 굳이 이 곳에서 야끼카레를 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 돈으로 맥주를 두 잔 더 먹자.




5위 : バークレー - 카레소스가 아쉬운 수제 함바그

나카스카와바타 아케이드 내에 위치한 카레집

- 다음 순서는 함바그 카레로 유명한 バークレー(이하 바쿠레). 숙소와 가까운 곳에 어떤 카레집이 있나 찾다가 우연히 찾게 된 함바그 카레집이다. 시장 상가 안에 있는 가게이니 만큼 외관은 입구 안내와 다양한 메뉴판이 전부였지만, 내부로 들어서니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일본 만화를 보다 보면 카페에 들어가서는 나폴리탄이니 카레라이스니 먹는 곳이 있는데 바로 바쿠레가 그러한 음식 파는 카페다.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정겨운 내부
단순 그 자체, 함바그 카레.

- 어떠한 토핑도 없이 함바그와 카레만 시켰다. 순수한 맛을 즐기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어떤 토핑이 있는지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타카나는 너무나 어렵다. 맥주도 생맥주는 없고 병맥주만 있으며, 함바그 카레에 병맥주를 시켜서 식사를 했다. 


- 함바그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나이프가 나오지 않는다. 따로 달라 그럴까 하다가 일단 포크로 쑥 찔러 봤는데 이게 왠걸, 의외로 잘 잘린다. 커다란 한 덩이 고기를 생각했지만, 부드럽게 잘리는 함바그에 한 번 감탄했다. 그렇게 부드러운 고깃덩이를 입에 가져다 씹으니 육즙이 터져 나오면서 고기 입자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느껴지는 식감에 한 번 더 감탄했다. 그렇다. 바쿠레의 함바그는 매장에서 손수 빚어 만드는 녀석으로 일반 카레집에서 시판 제품을 구워다 내는 함바그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수준이다. 


- 그러나 이 친구를 '카레소스 함바그'로 보자면 훌륭하지만, '함바그 카레'로 본다면 어떨까? 역시나 모지코 맥주공방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한 번 더 느낄 수 밖에 없다. 함바그도 맛나고 정겨운 분위기도 좋지만 카레 소스가 지나치게 평범하다. 좋게 말하면 평범한 카레소스이기에 함바그의 참된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카레'를 먹으러 왔다기에는 평범한 카레에 특별한 토핑이 있을 뿐이다. 그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 함바그에서 느껴지는 볼륨감과 잘 저장되어 즐거움을 안겨주는 육즙. 두툼한데도 불구하고 겉과 속이 아름답게 익어있는 함바그는 예술적이었지만, 아쉽게도 카레 소스가 지나치게 평범한 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5위에 그쳤다. 만약 당신이 오래 된 카페에서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집임에는 분명하지만, 굳이 카레를 즐기러 갈만한 이유는 없는 곳이다. 아. 함바그 또 먹고 싶다.




4위 : tiki - 본격적인 동남아풍 일본 카레

마치 비밀 결사 집단마냥 숨어있는 tiki

- 이 집은 세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때는 정기 휴일이라서, 다음 방문때는 재료 소진으로 조기 영업 종료. 그리하여 세 번째 방문에서야 성공한 집이다. 텐진미나미역 바로 옆이긴 한데 골목 안쪽 깊숙히 숨겨져 있으므로 첫 방문시에는 당황 할 수 있다. 부디 내 사진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대표 메뉴인 '스파이시 치킨 카레'

- 삼고초려지만 아무튼 첫 방문이니 대표 메뉴를 주문했다. 스파이시 치킨 카레. 추가 토핑이나 밥추가 없이 메뉴판에 있는 그대로 주문 했고 눈 앞에서 이러저러한 조리를 하더니 완성되어 나온다. 흠. 일단 코로 맡는 향이 복잡다단하다. 가게에서 직접 스파이스를 조합하여 만드는 정통 카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통 카레라는 말도 웃긴 것이 사실 인도에는 '카레'라는 직접적인 이름의 음식은 없으니 뭐라 부르는게 좋을까. 


- 한 가지 매력적인 점은 밥이 안남미로 지은 밥이라는 것이다. 한-일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찰기 어린 쌀이 아니라 밥알이 한 톨 한 톨 따로 굴러다니는 안남미. 카레랑 가장 잘 어울리는 밥이라고 하겠다. 스파이스를 충분히 머금은 밥을 입에 털어 넣으면 서로가 서로를 조화롭게 받쳐주는 훌륭한 화학 작용이 일어난다. 일단 tiki의 카레맛을 몇 단어로 표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순히 맵고도 짜면서 시면서 뭐 이런 표현으로는 설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답답하다. 해결책은 간단한데, 당신이 직접 맛보는 수 밖에는 없다. 

일반적인 밥과는 다르게 카레와 더 잘 섞이는 안남미

- 무엇보다 쌀이 카레를 밀어내지 않으니 조화롭고도 부드럽게 입에서 어우러지는 느낌이 너무나 행복하다.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먹다가, 당췌 혀와 뇌로는 분석 할 수 없는 시점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식도 아랫쪽에서 강렬하게 지금 먹고 있는 스파이스를 더 더 밀어 넣으라고 명령한다. 음미하려던 손은 어느덧 빨라지고 입에서도 다음 한 스푼을 위해 더욱더 빠르게 씹고 밀어낸다. 그렇게 예상보다 빨리 끝난 식사는 기분 좋으면서도 허탈했다. 

내 카레 어디 가쪙

- 맛있어서 먹기 보다도 몸이 원해서 먹은 카레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솔직히지금에 와서는 또렷한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 점에서 tiki가 참 고맙고 또 아쉽다. 이 카레 말고 다른 카레 들은 어떤 마력을 뿜어낼지도 궁금하거니와, 당장에 다른 치킨 카레를 먹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듯 하여 슬프다. 흐윽.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무튼 tiki가 4위인 이유는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 집의 충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판단한 내가, 감히 다른 카레들을 먹어보지 않은 상태로 tiki가 몇 등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기에 이 쯤으로 둔 것일 뿐. 


- 상당히 논리적이며 이성적으로 음식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이 tiki 앞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는듯 하다. 일단 골목 안 쪽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미지의 카레집, tiki를 꼭 한 번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3위 : 和気藹々 - 다자이후에서 느끼는 작은 여유

외관부터 힐링을 뿜어대는 작은 카레집 '和気藹々'

- 다음은 첫 방문했던 다자이후 지역에서 만난 멋진 카페 和気藹々(이하 화기애애)다. 역시나 구글 지도에서 사전 탐색을 통해 찾아낸 식당으로 사실상 이 지역에서 유일한 카레집 같았다. 다자이후 중심가에서 살짝 북쪽으로 벗어나면 자리잡고 있으며, 관광객으로 복작거리던 세상에서 두 블럭만 위로 올라가니 한적해지는 거리가 참 기분 좋게 다가온다. 포렴으로 반 쯤 가려진 식당은 바 테이블과 좌식 좌석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4인 1팀 까지는 기분 좋게 식사 할 수 있는 규모다.

사장님이 모든 일을 혼자 하시는 작은 매장이다

- 메뉴는 A정식(그린카레 정식)을 먹으면 된다. 친절하게도 어떤 손님이 손글씨로 적어 둔 한글 메뉴판이 있다. 정식의 바리에이션으로는 밥을 난으로 바꾸는 옵션과 함께 제공되는 소프트드링크를 와인으로 바꾸는 옵션이 있다. 각각 100엔씩의 추가요금이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거기에 100엔을 더한 300엔을 추가 요금으로 냈다. 뭐, 그 정도 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라 다행이랄까. 


- 사장님 혼자서 주문부터 요리와 서빙까지 대부분의 일을 맡아서 하시는 만큼 손님이 몰린다면 식사 시간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가급적 식사 시간을 살짝 피해서 방문 하는 것을 권장한다. 사장님은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을 한 없이 발휘 해 주시고 공간은 여유롭고 따스한 분위기이니 만큼 조금은 느린 식사도 즐겨봄직하다. 

조금은 특별한 비주얼의 '그린커리'

- 밥보다 난을 시키길 잘했다. 그린커리 자체가 수프카레 계열인지라 풍부한 육수와 구운 야채 사이의 조화가 특징이니 만큼 난을 적셔서 먹는 것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밥이랑 먹으면 국밥을 먹는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장단점은 명확하다. 그린카레는 색과 모양에서 맛을 유추하기가 힘든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매콤한 닭곰탕'느낌이 강하다. 닭육수를 기반으로 구운 야채의 풍미를 더해 깊고 풍부한 감칠맛이 터져나간다. 구운 야채 역시 파프리카/가지/연근/단호박 등 다양한 야채가 함께 나오며 각각의 야채는 최고의 타이밍까지 구워져 나오는지라 모두가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 특히 평소 가지를 즐겨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구운 가지가 머금은 육즙이 그린 카레와 만나는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가지고 뭐고 완식에 성공. 물론 닭은 육수만 들어 있지 않다. 육수를 낸 닭고기 역시 그린카레 밑에 깔려 있다. 겉으로 보면 채식 카레인데 실질적으로는 매우 농후한 고기 카레. 반전의 연속이다. 카레와 난, 샐러드를 먹은 후 디저트를 만끽하면 된다. 수제 요거트와 블루배리 잼. 요거트는 살짝 더 익어서 시큼한 맛이 일품인데 달짝지근한 블루베리 잼과 함께 먹으니 건강디저트를 먹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먹어보는 첫 번째 그린 카레였는데 진-한 닭육수와 더불어 멋진 한 끼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다자이후에서 맛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자이후텐만구 근처 반경 채 1km도 되지 않는 지역에서 식당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을까. 다만 안타까운 점은 굳이 다자이후역 앞 이치란에 줄을 서서까지 먹어야 하냐는 부분이다. 굳이 그런 전국적 체인점이 아니라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다. 만약 나라면, 다자이후에 갔을때 고민 없이 화기애애를 가서 A정식을 먹을 것이다. 


- 더욱 정확한 표현은, 화기애애를 방문하기 위해 다자이후에 갈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2위 : こがねむし - 몸도 마음도 따스해지는 야끼카레

세월을 자랑하는 노포 - 'こがねむし'

- 사실 1위는 고민이 없었는데 2위와 3위 싸움이 치열했던 이번 여행. 그러나 전체적인 감동의 크기는 こがねむし(이하 코가네무시)가 더 강렬했기에 2위 자리를 코가네무시에게 바친다. 모지코 맥주 공방에서 크게 실패한 후 여러모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바로 찾아 간 가게가 코가네무시 였다. 오픈 시간은 11:45, 조금은 어중간한 시간에 여는 가게인데 오픈 5분 전쯤 도착하니 이미 행렬이 만들어져 있었다. 다행히 나 까지 첫 번째 손님으로 착석 하여 주문을 했다. 


- 메뉴는 단순하지만 첫 방문이라면 단연코 먹어봐야 할 메뉴는 야끼카레다. 아쉽게도 술은 제공되지 않는, 점심 전용 카페이니 만큼 음료수가 먹고 싶다면 콜라를 먹는 것이 좋다. 카레만 먹는 것 보다 돈까스를 추가하면 좋다는 이야기에 돈까스 토핑을 추가 했다. 야끼카레가 650엔, 돈까스가 250엔으로 합계 900엔의 무척 저렴한 주문이 얼마나 감동을 줄지, 궁금한 상태로 마냥 기다렸다.

도톰한 돈까스와 정석대로 만들어진 야끼카레

- 다행히 바 좌석에 앉아서 카레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눈으로 직접 보았다. 무엇보다 모지코 맥주 공방과 가장 다른 점은 선 카레 후 치즈라는 것이었다. 접시 위에 밥, 밥 위에 카레, 카레 위에 치즈와 토핑. 그 후 오븐으로. 그렇다. 내가 원하는 야끼카레의 공식이었다. 오븐에 들어가 밥과 카레 사이에서 고온의 조리가 일어나 야끼카레 특유의 풍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밥 안에는 계란이 들어 있었는데 역시나 따뜻한 밥과 접시 사이에서 익은 만큼 반숙을 유지해 기분 좋은 상태로 맞이할 수 있었다.


- 토핑으로 시킨 돈까스는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돈까스카레덮밥은 심지어 한솥에서도 파는 평범한 메뉴가 아닌가. 그러나 카레보다도 먼저 나온 돈까스를 한 입 먹어보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두께의 쫄깃한 등심이 절묘하게 튀겨져 나왔다. 겉부터 속까지 핑크빛으로 익은데다가 야끼카레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릴 만큼 짭조롬하게 밑간 역시 되어 있었다. 이래서 카츠카레로 먹어야 하는건가 싶었지만, 함께 드시는 분들은 의외로 없었다. 부디 이 글을 읽고 코가네무시에 간다면 돈까스를 같이 먹어보길 바란다. 


- 모지코 맥주 공방에서의 식사가 채 40분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게 카레와 돈까스를 모두 비웠다. 오래 된 가게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겨움과 더불어 한국어를 섞어가며 소통하시려는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신진대사가 급격하게 잘 굴러간 탓일까. 일본어로 잘 먹었다 인사하니 사장님께서 일본어 잘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나도 사장님이 한국어 잘 하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일본어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럼 한국어로 말했어도 되잖아.....)


- 야끼카레를 입문하기에는 최고의 장소라고 생각 한다. 야끼카레란 이런것이다,의 원류랄까. 다른 카레집들도 많이 있는 모지코지만 적어도 모지코에서 딱 하나의 카레집을 가야 한다면 점심시간에 코가네무시를 방문해보는게 어떨까. 영업시간이 무척 짧고 가게가 협소하여 첫 식사가 아니면 다소 기다려야 할 수 있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식사 후 제공 되는 모지코레트로전망대 할인권과 초콜렛

- 멋진 사장님과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전망대 할인 쿠폰까지 받으니 이미 모지코 여행은 다 한 듯한 기분이랄까. 모지코까지 가서 야끼카레를 먹어야겠다면, 코가네무시를 추천 할 수 밖에 없다.




1위 : K A T Z Curry - 카레도 누군가의 소울 푸드가 된다

저녁에만 영업하는 어른의 카레집 'K A T Z Curry'

- 하카타에서 만난 보물같은 장소, KATZ Curry다. (이하 카츠카리). 카레가 아니라 카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카츠카리의 정확한 이름이 'カリー専門店 KATZ(카리전문점 카츠)'이기 때문이다. 본디 카리는 일본에서 카레가 유행하기 이전의 스파이스 배합 가루를 부르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 만큼 원류에 맞닿아 있는 '카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보다 정통파라는 느낌을 물씬 준다.


-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설명이 매력적이다. 술을 즐길 수 있는 어른의 커리 전문점. 영업시간 자체가 저녁 5시 30분에 오픈하여 밤 11시까지다. 해질무렵 카레와 함께 술 한 잔을 즐길 어른들에게는 그야말로 아지트와 같은 공간. 저녁 8시쯤 느즈막히 도착했으며,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착석 할 수 있었다. 

바 테이블 8석의 아담한 공간

- 일단 카츠카리에 방문하기 전 체크리스트가 있다. (1) 혼자인가? (2) 술을 즐기는가? (3) 카레를 즐기는가? / 만약 셋에 모두 해당 한다면 무조건 방문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면, 둘 이상이라면 방문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마주보는 테이블은 없으며 오직 바 테이블 8석만 운영하는 작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술이나 카레 중 하나라도 즐긴다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맥주와 위스키는 물론 일본 전통주까지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으며, 홋카이도 이상의 수프카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앗, 스포 해버렸다.

가산 탕진이 가능한 카츠카리의 라인업

- 그렇다. 카츠카리의 카레는 수프카레다. 매콤하면서도 복합적인 스파이스가 살아 있는 수프카레를 베이스로 코코넛밀크를 그냥 추가 할 수 있다. 코코넛수프카레로만 먹는 것이 부드럽게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지만 주문 할 때 추가 옵션이 가능하다. 밥 많이 / 카레 많이 / 카레 반반. 각각의 옵션이 100엔씩이다. 기본 카레가 1,450엔이므로 추가 옵션을 모조리 때려 박아도 1,750엔이면 완성. 주문한 카레는 돼지고기 카레다. 


- 일단 맥주를 마시면서 카레를 기다리고, 반 쯤 남겨 놓고 카레와 먹기 시작한다. 카레에서는 다자이후 화기애애와 티키의 장점만이 느껴진다. 입보다도 몸에서 당기는 스파이스가 단순 명료하게 폭발한다. 티키에서는 없던 구운 야채가 카레와 어우러지니 이제서야 여기 온 것이 후회된다. 하룻 밤이라도 더 여기 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 속에서 오직 맛의 폭발 뿐이다. 게다가 밥에 레몬이 나와 뿌려 먹으니,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요리 하나로 느낄 수 있다. 식사로도 만족 스럽지만 역시 이 조합에는 위스키가 빠질 수 없다. 위스키는 대부분 스코틀랜드 위스키가 많다. (굳이 스카치 위스키라 부르지 않은건, 일본산 스카치 위스키와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다) 


- 마무리로는 닛카 애플 와인. 달짝지근하면서도 20도 중반을 넘는 도수인지라 마무리 술로 딱인듯 하다. 밥도 카레도 처음부터 많이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머금고 일어났다. 오직 카츠카리를 가기 위해서 하카타에 한 번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카레가 소울 푸드가 될 수 있고고,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의 카레는 카츠카리의 수프카레일 것이다. 




- 이렇게 6군데의 카레집을 둘러보았다. 사실 더 가보고 싶었지만, 다음 여행으로 미뤄도 좋을듯 싶기에. 마무리로 공항 식당에서 카레를 한 끼 더 먹고 한국으로 돌아 왔다. 카레라는 테마 안에서도 토핑이 주가 되느냐, 카레가 주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동남아 풍인지 홋카이도 풍인지 일본 풍인지도 달라지고. '카레'라는 단어 하나로 품기에는 카레의 세계가 너무나 넓다. 아마 다음 여행을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카레 투어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싶다. 

굿바이 카레!

※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방쿤에게 있습니다.

※ 모든 사진은 GalaxyS9+로 촬영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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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에 하며 먹고 사는 청년백수 방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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