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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백수 방쿤 Apr 17. 2018

사가에는 뭐가 있어요? 라고 묻는 당신에게

사가로 드나든 북큐슈 레일패스 5일 여행 기록 - ① 사가에서의 첫날 밤

※ 2017년 10월의 여행 기록으로 현재 시점과 다른 사실이 포함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6일 간의 여행 기록을 5회에 걸쳐 연재 예정 입니다.

※ 모든 사진은 iPhoneSE+CALLA 어플 / GalaxyS8 을 이용 해 촬영 했으며 저작권은 방쿤에게 있습니다.


서울-동대구 왕복보다 저렴했던 사가 왕복 항공권

여행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특가 항공권

- 2017년 7월의 오이타 여행을 끝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카페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던 중이었다. 티웨이 항공의 수하물 포함 마지막 특가 항공권이 풀리는 날이었고, 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와중에 얼마나 저렴한지 가격이라도 보자는 마음에 찾았던 항공권. 앞에 1이 빠진 듯한 가격의 항공권을 찾았고, '못가도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우선 결제 해버리고 말았다. 인천-사가 왕복 68,000원. 서울-동대구 KTX 왕복이 8만7천원이니 대략 대구 가는 비용보다 2만원 저렴한 셈이다. 


- 무작정 결제하고 정신을 차리니 6일간의 여정을 무엇으로 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가득했다. 일단 내가 잘 모르던 도시 '사가'였던 만큼, 사가에서만 6일을 채울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그렇기에 구글맵에서 사가의 위치를 확인해 봤다. 




북규슈 철도 교통의 중심지, 사가

 규슈 전체로 보자면 북서쪽이지만, 북규슈 레일 패스 이용 구간으로 따지면 딱 중간이다

-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가 자체로 놓고 봤을때는 뚜렷하게 이렇다 할 매력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사가를 중심으로 북규슈 전체를 둘러보니 철도 교통의 요충지였다. 하카타에서 나가사키를 관통할때 반드시 지나는 곳이 사가이기 때문이다. 사가에서 가까운 소도시로는 다케오/아리타/사세보가 일직선 상에 있으며, 하카타도 불과 40분 거리에 위치 해 있다. 그렇게 하카타에서 가고시마츄오 신칸센을 타면 구마모토까지도 30분이면 갈 수 있다. 평소 생각만 하고 시도 해 보지 않았던 여행을 결정한다. 북규슈 레일 패스 5일권을 활용 하여 가보지 않은 도시들을 쭉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위엣 지도에 여행지를 다시금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다케오/아리타/사세보/하카타/나가사키/구마모토/사가

1일차 : 사가

2일차 : 사가 > 다케오 > 사가 (레일패스 개시)

3일차 : 사가 > 아리타 > 사세보 > 하카타

4일차 : 하카타 > 구마모토 > 하카타

5일차 : 하카타 > 나가사키

6일차 : 나가사키 > 사가 (레일패스 종료) 


이상 5회에 걸쳐 연재 해볼까 한다. 그럼 시작 해 볼까.




비로 시작한 여행, 사가와 시칠리안 라이스

사가의 첫 인상은 잔뜩 내리는 비였다.

- 미리 말하자면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비와 함께 한다. 맑고 청명한 커버 사진은 사가에서 떠나기 직전, 사가 공항 라운지에서 담은 사진일 뿐. 5일의 주요 일정 내내 비와 함께 했으니 정말 지겹도록 축축하고도 우울한 여행이었다. 시작부터 비행기 창 밖에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했다. 영상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여행인데, 결국 제대로 된 영상을 찍기는 힘들겠다 싶었다. 사가 공항에서 사가역으로 이동하는 버스 왕복권을 사서 탑승 했고, 사가역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서 숙소로 이동했다.

왕복 공항 리무진 ¥1,000. 한 쪽 표는 여행이 끝날 때 까지 보관해야 한다.

-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하가쿠레 라는 곳이었다. 지역 평점이 꽤나 높은 숙소에다 역에서도 가까웠기에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원래 1인실 호텔에 묵을까도 생각 했지만, 대체로 이런 지역에까지 여행 오는 사람 치고 평범한 사람은 없기에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사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까지 굴러들어올까 궁금한 마음이 더 컸고 결국 게스트 하우스 숙박을 결심해버렸다. 

1층이 말끔한 바-로 구성 되어 있는 하가쿠레

-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한 입실 절차를 밟은 후 주변 맛집이 그려진 약도를 받았다. 아쉽게도 사진은 없지만, 약도를 들고 직원에게 물어봤다. 사가에 와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뭐냐고. 직원은 약간 고민 하다가 시칠리안 라이스를 아느냐 물어봤고 당연히 모른다고 답했다. 그렇게 시칠리안 라이스를 찾아 나서는 산책길이 시작 되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간단한 정식으로 제공 되는 '시칠리안 라이스'

- 도착한 가게는 TOJIN茶屋. 숙소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서 걸어가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작은 카페겸 식당이었고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고민 없이 시칠리안 라이스를 시켰다. 나 말고 외국인 손님이 한 분 더 있었고 그 밖에는 단골인듯한 현지인 손님 세 명이 있었다. 에피타이저로 미역국과 오렌지가 나왔고 잠시 후 시칠리안 라이스가 서빙되었다. 그나저나 일본도 미역국을 이렇게 먹던가? 홍합이 들어간 미역국이었는데 너무나 한국 맛이었다.


- 시칠리안 라이스는 한 마디로 표현 하자면 이탈리안 수트를 입은 규동 정도 되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시칠리안 라이스는 처음 들을지 몰라도, 나폴리탄 파스타는 종종 들어본 적 있을게다. 일본 카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폴리탄. 토마토 소스에 다짐육 살짝 넣고는 면에 훌훌 볶아서 나오는 간단한 파스타인 나폴리탄은 막상 나폴리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전형적인 일본 카페식 파스타다. 시칠리안 라이스도 마찬가지다. 맛을 이끌고 가는 베이스는 단연 규동이다. 밥 위에 날계란과 달짝지근한 불고기가 얹어져 있기 때문이다. 


- 다만 이 밥을 규동이 아닌 시칠리안 라이스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얹혀 있는 다량의 샐러드와 샐러드 드레싱 때문일 것이다. 즉, 샐러드를 곁들인 규동을 가볍게 '시칠리안 라이스'라고 부르는것은 어찌 보면 국적 모를 나폴리탄에 대한 헌정인 셈이다. 분명 다른 일본 지역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종류인 시칠리안 라이스는 사가의 첫 인상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삭거리는 채소의 식감과 달짝지근한 규동의 맛, 보드랍게 조화를 이루는 날계란의 식감과 더불어 시원한 나마비루는 비 때문에 우울했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지역 주민과 여행자의 만남 'Bar Hagakure'

지역 맥주부터 사케까지 다양한 주종이 준비되어 있는 바 하가쿠레

- 시칠리안 라이스를 먹고 숙소로 돌아 와 1층에서 쉬고 있었다. 밤 9시가 되니 갑자기 밖에서 손님들이 여럿 들어왔다. 어디서 본 사람들이다 싶더니 아까 토진차야에서 내 건너편 테이블에서 식사 하던 3인방이 아닌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게스트 하우스 로비에 있는 바에 들어와 주말을 마무리 하는 모습이라니. 낯익은듯 낯선 분위기에서 혼자 쭈뼛쭈뼛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 하가쿠레 바에는 사가 현에서 나오는 다양한 술이 마련되어 있다. 사케와 맥주가 상당하기에 바에 있는 직원에게 적당히 추천을 부탁하면 알아서 마련 해 줄 것이다. 거기에 통조림 안주를 고르면 끝이다. 문어훈제통조림에 사케 세 잔을 주문했고, 그 중에 한 잔은 넘치도록 많이 대접해줘서 넘나 즐거웠다. 그런데 혼자 마시다보니 뒤가 자꾸만 근질거리는 기분. 어느덧 나를 상대하던 게스트하우스 직원도 저-쪽 테이블에서 사람들이랑 노는게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많이 마시기 보다는 많이 얘기 했던 밤

- 결국 첫날 밤은 지역 청년들과 여행객들과 버무러져서 적당히 즐겁게 취하며 얘기하는 밤을 보냈다. 몇몇은 영어로 몇몇은 일본어로, 일본어로 얘기하다가는 영어로 요약을 다시금. 한국 여행객이 한 분 있어서 한국어로도 떠들고.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크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언제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또 부러웠다. 사가에서의 첫날 밤은 시칠리안 라이스와 바 하가쿠레 두 가지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내일을 위한 두 가지 준비

- 본격적인 여행을 앞두고 두 가지를 체크한다. 하나는 다음날 부터 5일간 사용 예정인 JR 북큐슈 레일 패스. 그리고 내일 사용 할 기차 지정석 티켓. 사가>다케오 / 다케오>사가 왕복 지정석을 시간 지정하여 미리 발권 해 두었다. 5일간 사용 할 전체 지정석을 미리 발권 할 수 있어서 매번 매표소를 오고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티켓은 그치지 않는 비와 예약 하지 못한 식당과 다소 울적한 분위기로 인해 조기 출발로 인해 재발권을 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큽.


- 또 하나는 전기도둑. 이번 여행을 맞아 5Port USB 충전기를 구입했고, 덕분에 콘센트 두어개만 사용하여 대부분의 기기를 충전 할 수 있었다. 포켓와이파이/휴대용 배터리/아이폰/갤럭시/짐벌 등 다양한 기기를 수시로 휴대하고 다녔기에 5 Port라고 해도 매일 꽉 차 있었다. 여러모로 일본까지 와서 전기 도둑질이라니. 무튼 그치지 않는 비에 지친 하루였지만, 지금까지의 일본에서는 맛볼 수 없던 음식과 분위기로 한껏 내일이 기다려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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