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보경 Apr 08. 2020

정보력이 꼭 필요할까?

나는 한국의 인터넷 정보를 믿지 않는 편이다.

워낙 요리치라서 음식 레시피 같은 것은 도움이 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나 사실적인 리뷰가 필요할 땐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특히 카페 같은 곳은 정보를 알려달라는 사람 반, 홍보하려는 사람 반으로 뭔가 우르르~ 유행 타는 이야기는 많은데 알짜배기 정보는 잘 없는 것 같다.


화장품을 하나 사려해도 리뷰는 100개를 보면 100개가 다 똑같다. 사진 찍는 법부터 설명까지... 업체 매뉴얼이 있는 건가 싶다.

학원이나 학교 리뷰도 그렇다. 서로 경쟁하는 처지에 진짜 좋은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많을까? 나 같으면 모르는 사람들과 그렇게 대놓고 공유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작년 일본 여행 갔을 때 블로그 리뷰 보고 찾아갔다가 망했던 경험은 또 어떻고? 내가 어디 가본다고 했을 때 일본인 친구의 "도대체 거길 왜???" 하는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기어이 가보고 나서 깨달았다. 여행지 리뷰는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좋았다고 믿고 싶은 마음으로 과대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사촌동생들이 맛집 탐방을 좋아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잘 찾아다니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추천하는 음식점을 몇 군데 가보더니 "저희가 다니는 데랑은 차원이 달라요!" 하더란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인터넷을 안 하신다.


인터넷에 나온 정보가 틀렸다는 게 아니고, 잘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케팅에 휘둘리기 십상이니까.


인터넷 시대가 아니었을 때의 엄마들 정보력 이야기도 해볼까 한다.

내가 예고 입시를 준비할 때, 나는 어릴 때부터 배우던 동네 선생님과 공부했다. 정말 좋으신 분이었지만 "입시전문" 선생님은 아니었다. 입학 실기시험날 엄마가 교문에서 날 기다리고 있으니 다른 학부형들이 묻더란다. 어디서 왔냐, 누구랑 공부하냐 등등. 엄마가 대답하니까 그들이 딱하게 쳐다보면서 "너무 뭘 모르셨네... 괜찮아요, 대학 잘가면 되죠~" 했다는 거다. 그런데 내가 입학했을 때 그중 안보이던 사람도 있었다.


요즘에만 엄마들 단톡방이 난리인 게 아니다. 내가 학생일 때도 엄마들 모임은 대단했다. 예고에 입학하니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어머니들이 있었는데 좀 무서울 정도였다. 순진한 우리 엄마가 상처 받을까 봐 모임에 나가지 말라고 했더니 진짜로 안 나가서 ㅋㅋ 정확히 어떤 정보들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과외팀에 들어오라고 해서 애들과 공부를 같이 해본 적은 있었다. 성적은 좋은 애들이었지만 학습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서 번번이 그만하겠다고 나와버렸다. 그때 과외팀에 있었던 애들, 대학은 다 잘 갔지만 지금까지 피아노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내 자식보다 엄마들끼리의 정보가 더 믿을만한가? 아이들의 생김새가 다 다른데 남들이 좋다는 것을 무조건 들이미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정보의 효과는 즉각적일 순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족집게 과외처럼 당장의 시험 점수만 올려주는 것이다. 만약 내 자식의 생각과 흥미를 존중했더라면 그 엄마들의 열성이 대학입시를 넘어선 무언가에 계속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인터넷 검색 대신 사람과 외국어를 믿기로 했다. 인간적 교류로 진심과 진실을 공유하고, 외국어 공부를 해서 원하는 지식은 직접 원서로 찾아보기로. 사람들의 선동적 이야기에 불안해지지 않도록 나를 잘 추스르고, 기존의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미지의 세계를 스스로 탐구하기로 다짐한다.


작가의 이전글 독해력 높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