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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Apr 10. 2020

미용실 이야기

교육자의 서비스 마인드

나는 교육이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음악전공자 카페에서 했다가 선생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엄청 먹었었다. 선생과 학생 사이에는 가르치는 것보다도 교감과 신뢰를 쌓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른 업종처럼 고객이 돈을 냈으니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흥분해서 반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이 사람들이 자기네가 생각하는 서비스업에서는 어떤 고객이길래 이러는 걸까 궁금했다. 교육 말고 다른 분야에는 교감과 신뢰가 필요하지 않다는 건가? 다른 서비스는 마음에 안 들면 마구 성질이라도 부리는 것인지? 그들은 서비스라는 말을 무슨 접대, 봉사쯤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예절과 신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어떤 업종, 산업이라도 인간관계가 수반된다면 예절과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니 굳이 교육이라고 생색을 낼 이유는 없다. 교육을 비롯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자기 분야의 실력과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추면 되는 것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판별하고 선택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학생이 진다. 실력 있는 선생을 놓치면 손해 보는 건 학생이니까. 감히 학생이 선생을 선택한다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건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인맥에 기댄 영업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용업이 서비스업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헤어컷 하나에 2만원짜리 동네 미용실부터 300달러에 이르는 부티끄 샵까지 다양한 미용실을 다녀봤다. 나를 돋보이게 해 줄 헤어스타일을 찾기 위해서. 교육, 특히 음악 레슨의 목표는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개성적이고 매력 있게 드러나도록 돕는 것이니 이제부터 내가 할 미용실 리뷰를 음악학원 또는 음악 레스너에 대입해서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1) 청담동 박승철 헤어스튜디오

멋쟁이 내 동생이 강추해서 여기의 어떤 실장님께 몇 년 다녔었다. 미국에 살면서 방학 때 한국 나왔을 때만 갔던 거라 자주 가지는 않았다. 머리를 하기 전에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를 늘 물으셨는데 미용의 '미'자도 모르는 난 그게 참 난감했다. 알아서 해달라고 하니 본인 성격처럼 조곤조곤하고 참하게 (좀 갸륵한 스타일?) 해주셨는데 나는 원래가 모범생 같은 이미지라 헤어스타일로 인물이 사는 효과는 없었다. 내 동생처럼 자기가 멋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요구하는 대로 머리를 만들어 줄 기술은 가진 분이라고 생각된다.


2) 서래마을 모노헤어

여기는 인터넷 검색에 나오지 않는 곳이다. 엄마 친구분이 추천하시기를 가격은 매우 비싸지만 헤어컷만으로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지금까지 받은 헤어컷 중에 단연 최고라고 했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데 예약할 때 가격을 미리 공지해서 올 손님, 안 올 손님을 가려 받는 듯했다. 원장님께서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미용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있어서 대화하는 게 매우 즐거웠다. 음악교육과 미용업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이 분 때문에 하게 됐다. 내 얼굴과 직업을 감안해 알아서 해주시는 머리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몇 번 갔었지만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머리에 그 정도까지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 싶어 그만 다니게 됐다. 하지만 실력이나 감각에 있어서는 세계에서도 손꼽힐만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외모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계속 다녔을지 모르겠다.


3) 뉴욕  Younghee Salon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알았겠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모든 것에 앞서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영희살롱은 맨해튼 소호에 있는 부티끄 헤어샵으로 뉴욕의 부자 멋쟁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다. 나는 주로 한국에 나왔을 때 머리를 하지만 미국에서도 다듬어줘야 해서 찾아보다 여길 가게 됐는데, 헤어컷만 하는데 팁까지 다 하면 300달러쯤 된다. 하지만 머리는 촌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가위질도 투박한 데다 색감도 없어서 나를 미국 사람 흉내 내는 노랑머리처럼 만들어놨었다. 이 미용실은 원장 김영희 씨를 비롯한 모든 미용사들이 비달사순 출신인데, 자기네가 그 학교를 나왔고 뉴욕 소호에서 샵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미용사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듯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국 미용사들이 너네보다 훨씬 잘하거든?? 다른데 딱히 갈 데가 없어서 세 번 정도 갔었지만 갈 때마다 짜증 났던 영희살롱.


4) 애브뉴준오

여기의 모 부원장님께도 몇 번 갔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매년 해외로 스타일 업데이트를 위해 연수도 다니고 열심히 하는 분이다. 서래마을 원장님 말에 의하면 헤어컷이 미용사의 진짜 실력이라는데 이 분은 헤어컷만으로 승부를 낸다기보다는 염색, 펌 등의 도움을 받는 편이다. 컷만 생각하고 샵에 갔다가 드는 부대비용이 많았고 머릿결, 체질 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나는 괜찮았는데 숱이 없고 가는 모발의 우리 외숙모 머리에 펌으로 모양냈다가 다 부스러졌다고 한다. 성실한 분이고 솜씨도 있지만 스타일 감각이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었고 머리의 만족도도 때에 따라 달랐다.


5) 신촌 Teach & Hoon 바버샵

자그마한 개인 미용실이다. 간판이 있긴 한데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아는 분의 숏커트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쭤봤는데 이 미용사분한테만 십 년 넘게 다니셨단다. 오랜 단골이 많은 가게라고 한다. 남자 미용사인데 프라이드가 하늘을 찌르고 말수가 없다는 소개만 받았다. 머리 감겨주는 것도, 커피 대접도 없다. Only 머리만 잘라줌. 지금까지 두 번 갔는데 쓸데없이 친절하려고 애쓰지 않고, 자기 할 일만 제대로 그리고 잘하는 것이 좋았다. 미용사분이 프라이드는 정말 있는 모양인지, 본인이 만든 디테일을 내가 어색해하자 스타일은 보는 사람이 평가하는 거라며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무안 주는 게 아닌가. 손님 비위 맞추려 안 하고 자신의 감각을 믿고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 디테일 덕에 심심한 내 이미지에 포인트가 생겼고 집에서 머리를 감을수록 괜찮아서 당분간 이곳에 정착할 예정이다.


6) 그 외의 수많은 미용실들...

엄마 따라갔다 엄마랑 똑같은 머리가 됐던 경험, 블로그 보고 찾아갔는데 미용기술보다 포토샵 기술이 뛰어났을 뿐인 미용사 등등.




내 스스로 머리를 잘 만질 수 있으면 미용실 안 가도 된다. 타고난 인물이 뛰어나면 머리빨 필요 없다. 외모에 관심 없다면 질끈 묶고 다니거나 시원하게 밀어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예뻐지는 것에 욕심이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고객의 성격, 나이대, 외모의 장단점 등을 이해하고 최선의 스타일로 만들어 줄 전문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일리스트의 입장에서도 굳이 자기와 안 맞는 고객을 붙잡을 필요는 없다. 끊임없이 실력을 연마하고 안목을 키워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 제공자가 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정말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고의 홍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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