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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Mar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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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 대응상황을 보며 깜짝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의료제도는 왜 그러며 또 사람들의 "민도"가 너무 낮은것 아니냐고. 선진국이고 뭐고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였구나~ 하는 반응을 자주 보았다.


흠...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 뭘까?


내가 아직 뉴욕에 살고 있을 때, 부모님을 미국으로 모셔오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딸 둘이 다 미국사니까, 한국에 전쟁날지 모르니까... 여러가지 이유로 부모님 초청을 권했지만 나는 그것이 썩 내키지 않았고 고민끝에 내가 15년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게 됐다.


나는 부모님이 노년에 고생스럽게 낯선 나라에서 새로 적응해야 하는 게 싫었다. 언어도 편하고 친구들도 많은 한국에 사시며 즐겁게 여행다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의료시스템 때문에 안될 일이었다. 젊은 나는 괜찮지만 부모님께는 병원이 꼭 필요한데 (당시엔 아빠가 항암치료를 받고 계셨다) 한국과 미국의 의료보험료와 서비스 차이는 비교 불가다. 돈도 그렇고, 의료진과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되실 것이며, 솔직히 미국 의사들이 한국 의사들보다 실력 좋고 똑똑하다는 믿음이 없다.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잘 생각을 해봐야 한다. 우리가 여행가서 만나는 외국인들을 그 나라의 평균적 수준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내 돈 쓰며 서비스 받을 때와 그 나라에 살며 사람들과 생활로 부딪히는 것은 완전 다른 이야기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좋다는 학교일수록 동양인 유학생 비율이 높아서 우리가 차별을 덜 느끼는 것이지 동양인이 잘 없는 학교들에는 여전히 "못배워먹은" 녀석들이 많다 (내가 뉴욕주립대에 강의를 나가게 되면서 줄리어드는 진짜 미국이 아니라는 걸 처음 느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외국의 모습은 그 나라의 평균 이상의 모습이었을 수 있다. 놀러가는 나라와 살러가는 나라는 엄연히 다르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서 한국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확신한다. 그러면 나한테는?


사실 엄마는 내가 미국에 있기를 바랬었다. 한국의 정세가 너무 불안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책임져야 할 자식이 없어 그런지 겁날 것이 없더라. 부모님 두고 나 혼자 미국에 피해있는다고 마음이 편할 리 없고, 지금까지 남의 나라에서 이만큼 재미있게 살아봤으니 후회도 없었다. 그리고 상황이 좋지 않다하여 모두들 외국으로 나간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것인가 하는 애국감성(^^;;)도 있었다. 나에게도 한국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사람이 이나라 저나라 쇼핑하듯 골라서 살았는가.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살아갈 곳이다. 한국이 어쩌니 저쩌니 해도 나는 지금 엄마와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좋다. 나의 터전과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이제부터 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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