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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Mar 28. 2020

Power vs. Powerful

힘은 쓰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다

악기와 피겨스케이팅은 공통점이 많다. 기술적인 수행능력을 바탕으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


기술과 예술의 조합이라는 것뿐 아니라 실제 테크닉에 있어서도 악기와 피겨는 상호 호환, 응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악기, 스포츠는 둘 다 과학이다.


1. 스피드를 이용해야 한다.

빙판 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이는 것이 음악에서의 direction이다. 김연아는 3-3 점프를 뛰기 위해 속도를 최대로 높인 후 도움닫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높이와 비거리를 가진다. 악기도 폭발력을 가지려면 direction을 이용해야 한다. 다리, 팔의 근력만으로는 의도만큼의 영향력을 낼 수 없다.


2.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나비처럼 날기 위해 스케이트로 빙판을 찍어 도움닫기를 하는 것이 악기의 diction이다. 멀리에서는 사방으로 튀는 얼음 파편은 보이지 않고 우아하게 날아가는 것만 보인다. 무대 위에서 연주자 귀에 둥글고 예쁜 소리는 관객에게는 웅얼거림으로 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찰력을 이용한 파열음이 어느 정도 있어야 소리가 또렷이 전달되고, 연주자가 지저분하다고 걱정하는 스크래치는 관객석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뭔가 악기를 신체조건으로만 하려는 사람들은 힘이 넘치는 건 알겠는데 연주가 임팩트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듣는 게 피곤해져서 귀를 닫게 되는 것 같다. 체구가 작아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소리를 낸다면 음량 자체는 작을지라도 파장이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


덧붙여서, pp와 ff는 음량의 차이가 아니라 캐릭터의 차이이다. 똑같은 소리로 볼륨만 업다운할 일이 아니라 스피드와 마찰력을 이용해 소리로 다양한 성질과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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