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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Jul 31. 2020

유학을 꼭 가야 할까?

가기도 막막하고 갔다 와도 막막한 유학

며칠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작곡을 전공하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분께서 지금이라도 피아노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며 레슨과 유학에 대해 문의를 하셨다.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은지, 다녀온 후의 진로는 어떨지 등을 물어보셨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제를 고민해봤을 것이다. 물론 나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무렵, 피아노를 그만두려고 했었다. 예고와 음대를 다니며 음악에의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학교 다닐  취업 준비를  것도 아니어서 졸업해도 뾰족이  일도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따라 미국에 오디션을 보러 가긴 했는데 합격 통지를 받고서도 진짜 유학을 가기가 너무 싫은 거다. 어릴 때처럼 피아노가 즐겁지도 않고, 유학 갔다 온다고 뭐가   같지도 않은데 부모님  쓰는 것도 싫고,  마침 그때가 2004년이라 한국에서 아테네 올림픽을 보고 싶은 이유도 컸다(나는 운동 관람 덕후이다)ㅋㅋㅋ

"  쓰는  좋아하니까 유학  가고 한국에서 작가 아카데미 같은  다니면  ? 아니면 1 뒤에 피아노과 말고 다른 전공으로 준비해서 나가면  될까?"

엄마랑 협상을 시도했으나 엄마는 "누가 너보고 본전 뽑으래? 그냥 나가서 혼자도 살아보고 2 동안 영어공부나 하고 ~"라면서 " 이번에  나갈 거면 오디션 보러   해준 비행기 표랑 호텔비 토해내!!"라고 강수를 두셨다. 나는 엄마에게 갚을 돈이 없어서 유학을 나갔다 ㅡㅡ;;;

그렇게 해서  처음 인디애나 음대(Indiana University Bloomington) 가게 됐다. 그런데 거기서 한국에서와 다른 음악 분위기를 접하고 실내악에 홀딱 빠지면서 다시 피아노가 재밌어지고 클리브랜드로~ 줄리어드로~ 취업으로~ 하면서 일이 이렇게  거다. 그때 엄마가 나를 미국으로 "쫓아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본론으로 돌아가, 나는 이메일 질문자분께 이렇게 회신을 했다:
기회가 있다면 유학은 가볼 만합니다. , 해외여행이나 연수처럼 생각하세요.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음악을 음악답게 하는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값진 경험입니다. 하지만 유학 나가서 적응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많으니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있는 준비를 미리 하시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진로 문제는...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고 운이 다르니 제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우리가   있는 것은 실력을 키우는 것이고 나머지는 운에 달린  같아요.

(유학은커녕 피아노도 때려치우려 했는데 미국에 15년이나 살았고 여태 음악을 하고 있는  보면 운명이 있다는   믿을 수가 없다.)

내가 미국에서 되찾은 음악의 즐거움,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 치열하게 노력하며 행복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유학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경고를  두어야겠다. 좋았던 경험과 비교해서 한국에 돌아와  괴로울  있다는  ㅠㅠ 

안타깝게도 한국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사람들도 한국에 오면 다시 한국식 교육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  느꼈던 갑갑함을 지금 중고생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고, 음악이 연주가 아닌 시험인 것은 여전하다. 속상한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이 망쳐지는 것을 보는  슬프고, 어릴  뭐가 답답한 건지 몰랐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무엇이 문제인지가 눈에 보이니  괴롭다.

그래도  개인적인 소감을 밝히자면 나는 유학을 가서 좋았다. 2004년에 엄마가 나를 쫓아내줘서 정말 다행이다. 더없이 좋은 여행이었다. 돌아와서 후유증은 다소 있더라도 말이다. 음악을 통해 만난 사람들, 음악을 통해 인생을 생각하게  , 세상의 넓음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운 , 빡세긴 했지만 기쁨과 보람이 가득했던 생활...  진짜로 너무너무 좋았다. 지금 나의 바람은 한국에서도 여행의 여운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원래부터 아싸였으니까 현실 적응  못해도 괜찮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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