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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Aug 17. 2020

대중적이라는 것

원래 인터넷 카페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대학생 때 Colin Firth 다음 팬카페에 들었던 것 말고는)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 뒤 여기 분위기를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유명하다는 네이버 카페 몇 개에 가입을 했다. 처음에는 홍보 목적도 있었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어디든 기웃거려봐야 할 것 아닌가.


국제 학교 카페, 음악 전공자 카페 등 나와 접점이 있으리라 생각한 카페에 일 년 남짓 출입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접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ㅡㅡ;; 교육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카페들은 카페 주인과 파트너쉽을 맺은 업체를 밀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정보의 신뢰성이 낮고, 또 카페에 모이는 사람들의 레벨이 내가 원하는 타겟층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너무 평균적이랄까? 교육의 질보다는 성과 만들기에 급급하고, 아이들의 성향보다는 학부모들 사이의 유행이 우선이다. 그래서 그런 카페에서 영향력 있는(입김 센) 학부모 몇 명을 잡으면 장사가 되는 것인데 나는 그런 부모와 그런 집 애들에게는 흥미가 없다.


인터넷 카페가 위험한 것은 성급한 일반화 때문이다. 대개는 공부에 고민이 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부는 이렇게 해야된다’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공부 정말 잘하는 사람의 입바른 경험담은 듣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 검색한다.

(내가 갑자기 성인 여드름이 나봐서 안다. 피부 고민 없을 땐 피부과 따위 몰랐다. 피부가 안 좋아지니까 병원이랑 화장품 검색하며 인터넷만 붙들고 있더라. 잘 씻고 피부를 쉬게 하라는 엄마 말씀 안 듣고 레이저 치료했다가 피봤다.)


교육 카페들을 구경하면서 내 학창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였다. 학교 애들은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나쁘다는 게 아니고 그냥 나랑 다르다고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땐가? 우리 반에 당시 '잘 나가는' 여자애들 그룹이 있었는데 왜인지 걔네들이 나를 자기네 멤버로 끼워주려고 했었다. 얘들아... 날 좀 내버려 둬... 초딩시절 6년 중 그때만큼 괴로웠던 적이 없다.


내 성격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그때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듯? 어느 하루 점심시간에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다. 책상 위에 앉아있는 건 나 혼자고 정말 단 한 명도 교실에 안 보였다. 혹시 내가 책에 너무 몰입해서 다른 수업이 있는 데 놓친 건가 싶어서 심장이 덜컹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 말고 다른 애들은 모두 다 교실 뒤 바닥에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던 거였다. (당시에 공기놀이 광풍이었음.) 그때 순간적으로 진짜 놀랐었는데 암튼 혼자만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그 이미지가 너무 나답다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 소풍 때 사진. '하아... 집에 가고 싶다' 하는 저 표정이 너무 웃기다. 담배 하나 들려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ㅋㅋ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대중성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떤 분야이던 한국에서 메이저급으로 성공을 거둔다면 속이 비었다고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드물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근성과 끈기로 일을 해나가기 어렵다. 그런 의지를 시스템에서 꺾어버리기 때문에. 눈앞의 화려함만 알고 품위와 교양은 없다.


교육은 아무한테나 팔기만 하면 되는 소모품 장사가 아니다. 1:1 맞춤형 서비스이고 지식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책임 막중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건 대중적이지 않다. 흠... 대중적이지 않다고? 그럼 나한테 맞는 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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