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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Aug 22. 2020

이성적인 사람의 음악

'생각하기'는 즐거운 노동이다. 좌뇌가 저렇게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민 중이기 때문이라 해두자.


흔히 우뇌형 인간이 예술적 표현에 뛰어나다고 말한다. 정말일까?


나는 음악을 정말 잘하려면 좌뇌가 발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물론 좌우 밸런스가 맞아야 무엇이든 잘한다. 우뇌형 인간 = 예술적인 사람이라는 공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임.)


음악은 수(number)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박자, 리듬, 마디(meter)를 세는 것뿐 아니라 음정, 화성, 다이내믹, 배음(overtone)도 모두 숫자 놀이이다. 또 음악에는 형식과 구조가 있다. 이를 분석하고 곡의 전체적인 balance를 감지하는 것, 악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테크닉을 파악해나가는 것도 좌뇌의 역할이다.


좌뇌형 인간, 우리가 일상에서 이성적이다 혹은 '이과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예술적인 표현력이 약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들에게 감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납득이 안되는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성적인 사람들은 논리적인 뒷받침 없는 행동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성적인 사람도 음악이 애절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을 악기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낯 뜨겁게 연기하는 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종종 사용되는 루바토(rubato), 컬러(color) 그리고 얼굴 표정(!!) 사용을 꺼리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uXsNPK9BDY

https://www.youtube.com/watch?v=UaKKhL0lYOw


위 링크는 요즘 잘나가는 연주자들의 영상들이다. 솔직히 화면을 안 보고 소리만 들으면 별 감흥 없다. 과도한 루바토와 인위적인 컬러로 연주자의 ego를 드러내는 것이지 원곡의 매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표정을 보면... (솔직히 19금 비디오 보는 것 같음. 내 생각이 더러운가ㅋㅋㅋ)

좌뇌형 사람들은 이런 걸 못하겠는 거다.


음악에서의 표현력이라는 것도 사실은 테크닉 문제이다. 원하는 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표현이란 걸 할 수 있다.



나는 Stern, Istomin, Rose 이 세 사람 모두 좌뇌적 성향이 강할 거라고 믿는다. 음악의 클라이맥스를 위해서 어떻게 완급조절을 해야 할지 냉철하게 계산하였고, 곡의 부분부분에 필요한 사운드를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다. 특히 Stern의 저 활 쓰기를 보라. 활을 어디서(contact point) 얼마만큼(bow distribution) 써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굳이 얼굴 표정을 찾자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내는 부분에서 조금 앙다문 입술 정도.


음악성이라는 것은 연주자의 자아표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작곡가와 청자를 연결하는 메신저 역할인 클래식 연주자에게는 논리적 분석력과 숫자적 감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도 얼마든지 예술적일 수 있다.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 누구보다 제대로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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