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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Aug 24. 2021

2021년 8월 23일


오늘이 한국에서 전화기 개설한 지 딱 2년 되는 날이더라. 아빠랑 같이 약정 시작했던 게 딱 오늘 끝났다. (그때 아빠 전화기는 엄마가 이어서 사용했었는데 어쩜 약정 끝나는 날 딱 전화기가 고장이 났네? 서비스 센터 갔다가 알았음.) 한국 전화 개설한 뒤에도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암튼 공식적으로는 귀국한 지 2년이 된 거다.  


내가 귀국한 뒤 가장 많이 들은 소리 :

1. 한국 왜 왔어!! (거기 그냥 있지...)

2. 한국 가니 좋아?



나는 '한국에 오길 백 번 잘했다'라고 종종 생각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것처럼 멋있게 살지 못하더라도, 답답하고 희망이 안 보이는 한국이지만 그래도 오길 잘했다. 엄마 옆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온 의미는 충분하다. 아빠 장례 후에 내가 뉴욕으로 다시 돌아갔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배우자와의 사별이 스트레스 지수 순위 몇 위라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 맞다. 진짜 보통 일이 아닌데 그걸 옆에 아무도 없이 엄마 혼자 겪어야 했다면 엄마도 영영 회복하시지 못했을 것 같다...


각종 심부름, 라이드, 집안 청소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도 나는 기쁘다. 앞으로는 내가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할 일도 많아질 텐데 나도 더 늦기 전에 한국에 적응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좋아했던 음악인으로서의 커리어가 사라진다 해도 한국에 온 건 옳은 선택이었다. 물론 뉴욕에서 너무너무 즐거웠지만, 한국에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모험을 해보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다.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훨씬 다이내믹하지 않을까?


한국에 온 게 벌써 2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지금까지를 평가하자면, 별거 한 건 없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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