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보경 Jul 02. 2024

프로와 아마추어 (1)

실은 작년 10월부터 아마추어 실내악 팀을 가르치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 보면 실내악에 관한 글이 많고, 실내악 레슨 한다고도 써놓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실내악을 돈 주고 배운다는 개념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실내악은 그냥 자기네끼리 재미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은 듯) 실내악 레슨 문의가 와서 너무 기쁘면서도 의외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실내악은 안 될 장르구나 하고 마음을 접고 있다가 '응? 진짜로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있네??' 하면서 도대체 어떤 분들이려나 첫 만남이 무척 궁금하고 설렜었다.

각자 직업이 따로 있으신데 악기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음악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었고, 이분들을 만나고 나서 음악을 업으로 한다는 게 과연 뭘까 정말 많이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가치의 순수성을 지키기가 되려 어렵다. 좋아서 한 음악이지만 하면서 늘 행복한 것도 아니고, 아주 가끔은 돈 받은 만큼만 적당히 때워버릴까 싶은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프로페셔널 뮤지션보다 훨씬 더 음악에 진심이고 연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힐링이자 영감(inspiration)이어서 이 팀을 만나는 매주 토요일 아침이 즐거웠다.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ㅋ)

아마추어라 해서 전공자보다 덜 빡세게 가르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전공과 아마추어 사이에 facility(기술적 설비 / 수행 능력) 차이는 있겠지만 코칭에 대한 이해력, 응용력은 아마추어가 더 뛰어날 때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타협 없이 깐깐하게 가르쳤던 것 같다. 배움에 적극적이고 내 말을 찰떡같이 잘 알아듣는 학생들을 만나니 신이 나서 어떨 땐 (아마추어 레벨의) 선을 넘는(?) 이야기들을 했는데, 레슨 난이도가 너무 빡센가 싶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씀해 주시기는 하더라. 보통은 아마추어니까 “이 정도면 정말 잘하시는 거다”라고 칭찬받고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국에서 음악을 전공하면 행복하기는 좀 어렵다. 환경이 그렇다. 입시를 겨냥한 주입식 레슨이 많다 보니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억누르거나 잊어버리거나 하게 되고, 무표정의 완벽한 그림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다. 그렇게 자란 어른 뮤지션들도 자기표현을 억제하고 안전한 음악을 추구한다. 그래서 전공자의 음악은 행복하기보다는 뭔가 비장하고 전투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잘하는 연주는 많지만 감동적인 연주는 드문데, 아마추어에게는 프로 연주자들이 진작에 잃어버린 음악에 대한 애정, 열정이 있어서 오히려 더 감동적이고 살아있는 연주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레슨 했던 실내악 팀이 4월에 슈만 피아노 4중주 연주했던 영상이다. (네 명 중 나만 전공자임.) 실내악은 팀원끼리 서로 얼마나 들으며 밸런스를 맞추느냐가 관건인데 연주 내내 집중하며 잘 해낸 좋은 연주라고 생각한다. 오래간만에 다시 봐도 뿌듯하다 ^^



작가의 이전글 Hard work pays off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