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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인분공부 Jun 19. 2020

베스트셀러 기획하기

단행본 출판사의 편집자는 스스로 기획하고 편집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베스트셀러를 기획할 수 있을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월스트리트의 현인’으로 불린 나심 탈레브가 쓴 『블랙 스완』은 방대한 책 전체를 통해 극도의 예외적 현상이 전체에 큰 충격을 주는 현상을 파헤쳤다. 금융위기가 부정적인 검은 백조라면 역사상의 발견이나 발명, 히트 상품은 긍정적인 검은 백조다. 탈레브는 소설 판매부수에서 상위 0.1%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아마도 전체 이윤으로 보면 90% 정도를 차지할 것이며, 따라서 출판시장에서는 0.1%에 해당되는 예외가 전체를 지배한다고 했다. 즉, 출판산업은 극도의 예외적 현상이 전체 판을 좌우하는 극단의 왕국이라는 것이다.     


대형 베스트셀러, 0.1%의 예외는 예측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긍정적인 검은 백조의 출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능한 한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이다. 나심 탈레브가 주장하는 ‘바벨 전략’은 자산의 85~90%를 안전한 곳에 투자하고 10~15%는 다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를 출판에 적용하면 85~90%는 이익이 클 것 같지 않아도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아이템들에 투자하고 10~15%는 투자금이 높거나 인력, 제작 기간이 많이 투입되는 고위험 고수익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하라는 것이 된다. 투자금을 다 잃어도 된다. 그래도 회사가 망하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망하지 않을 정도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 기반을 확실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감당할 수 있는 손해를 미리 계산하고 감수하는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성공을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일 뿐이다. 자금력이 약한 출판사라면 10%의 금액이 너무 적을 수도 있으니 2~30%를 그렇게 던져도 좋을 것 같다.      

한편, 0.1%의 예외는 예측 불가능한 만큼 투입 비용이 적은 아이템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좀 더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에 손해를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를 하되, 투자금이 적은 투자처에도 골고루 씨앗을 뿌려야 한다.      


주식 투자에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개념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그런 얘기다. 투자의 귀재도 주식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워낙 변수도 많고 우연에 좌우되니까. 그래서 우량기업들을 골라 분산투자를 한다. 올림픽 유망주를 한 명만 키우지는 않는다. 여력이 되면 10명, 20명, 30명 키워 확률을 높여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기획편집자도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그렇게 관리해야 한다. 기름진 땅에 골고루 씨앗을 뿌리고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출판은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이다. 투자자의 안목도 필요하고 장인의 전문성도 필요하고 정확한 마케팅도 필요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하되, 하늘의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검은 백조의 출현을 연출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은 백조의 출현에 대비하고 끊임없이 시도한다면, 어느 날 호숫가에서 검은 백조를 마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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