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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오름 Mar 13. 2023

그대의 씀을 응원하며 책 한 권을 삽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중 책을 연간 1권 이상 읽은 사람은 반절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47.5%, 교과서·참고서 등 제외한 일반도서 기준) 책을 읽는 반절이 다독가이며, 보통 책을 구입할 열정과 재력이 충분한 사람들이라면 작가도 제법 먹고살만한 직업의 반열에 올랐겠지만,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한 씀쟁이 대부분은 쓰는 일 만으로 생계를 지탱하기 힘들 것이다.


<연중무휴의 사랑>, <우리 둘이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를 쓴 임지은 작가는 첫 책을 내고도 카페 알바를 계속했다고 한다. 인세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쓰면서 살기 위해 분투해야 했던 것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책을 살 여윳돈이 없어 도서관으로 향했을 때, 그녀는 책을 대출해 읽는 사람들을 보며 좌절했다고 한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들 책을 빌려 읽으면, 내 책은 영영 팔리지 않겠구나.’ 씀을 제1의 직업으로 택한 이들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일을 때려치우고 자유롭게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 매번 눈치를 보며 상사들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도 싫고, 식사 때마다 의전 서열을 생각해 자리를 골라 앉는 것도 피곤하며, 무엇보다 갑자기 현안이 쏟아져 ‘실수 없이, 빨리, 잘’을 해내야 하는 순간이면 몇 초만에 몇 달은 폭삭 늙는 기분이다. 선택한 시간에, 하고 싶은 말과 글을 온전히 내 뜻대로 분출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하지만 글 쓰는 일로 온 일상을 채울 자신은 없다. 쓰고 싶은 글 말고,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만한 글을 쓰리란 무척이나 어렵다. 글을 쓰면 누군가는 읽어주고 정성스레 댓글을 남겨주기도 하는 이 공간과 달리, 바깥세상 속 독자들은 내 글을 읽을 시간도, 돈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좋아하는 작가를 나열하는 것은 쉬워도, 다른 사람들도 재밌어야 할 만한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늘 어렵다. 글만 쓰겠다는 선택을 하는 건, 한 달 내내 밥을 반 공기로 줄여가며 반찬은 김치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각오가 필요한 것일 텐데, 고기와 술, 소금빵을 내려놓을 용기조차 없다.


비록 모든 책을 사진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에세이와 소설을 한 권씩 사 읽으며 씀을 업으로 택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씀이 좋아 배고픔과 일상의 불편함에 기꺼이 직면한 당신들이 부디 오래오래 글을 써주길 바라며,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산다. 이렇게 한 권씩 사서 읽으며 공덕을 쌓다 보면 나도 언젠가 책을 냈을 때 누군가 읽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쓰는 일을 택한 이들이 씀만으로도 일상을 영위하는 게 보통의 일이 되길 기원하며 서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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