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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17. 2019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 원~"

공짜는 없다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 원~"

개그프로에서 꽃거지가 하는 말이다.

꽃거지는 멀쩡하고 뻔뻔스럽다.

그런데 묘하게 세태를 반영한다.

궁금증을 푸는데도 돈이 드는 세상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자신이 알고자 하는 정보가 값이 나간다는 말도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꽃거지는 잘생긴 거지이다.

언변도 좋다.

그런데 빌어먹는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작은 것을 얻기 위해 치사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별로 밉지 않다.

왜일까?


보통 사람들은 체면치레를 하느라 솔직하게 행동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예의이니 교양이니 하는 말로 포장한다.

먹고 싶은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좋으면서도 무심한 척.

꺼려지는데도 흔쾌히 수긍하는 척.

불쾌한데도 다 이해하는 척.

못 알아들었는데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크고 작은 가식을 행하면서도 그것을 사회생활이라 둘러댄다.

그런데 꽃거지는 이런 가식을 부리지 않거나 과장해서 큰 허세를 부린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은 꽃거지를 어리석다 비웃으며 통쾌해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여운은 살짝 남는다.

나는 가식을 떨고 있지 않은가?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

우스꽝스럽고 별 볼 일 없는 꽃거지한테도 한방이 있다.

상대의 궁금증을 유발해서 뜬금없이 한방 먹인다.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 원~" 하며 손을 내민다.

맥락으로 보자면 그냥 대답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알고 싶으면 돈을 내놓으라'며 줄다리기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지 않으냐'며 묘하게 구걸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관객은 '과연 저 사람이 돈을 내고 궁금증을 풀 것인가?' 하고 지켜본다.

그러면서 같이 궁금해진다.

사실 별것도 아니거나 알든 모르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에도 말이다.

이렇듯 궁금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특성인 듯하다.

궁금증을 건드리면 살짝 조바심이 난다.


일상의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의문을 가지고 사는가?

호기심이 생겨서 궁금해할 때 정신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곧 지친다.

그래서 일단 해결된 것들은 정리를 해서 다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게끔 자동화한다.

이 과정에서 고정관념도 생기고 사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오류도 발생한다.


알지 못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르게 알고자 할 때 마음은 어떤 상태가 될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알고자 하는 마음은 정보에 열려 있고 정보를 끌어당긴다.

그런데 고정관념이 강하면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알고자 하지 않는다.

이때 '궁금하냐?'라고 물어주는 것은 사실상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상담에서 상담자는 내담자한테 질문을 많이 한다.

그 질문들은 내담자한테서 정보를 알아내고자 하는 것보다 내담자 자신의 궁금증을 일깨워주는 것이 더 많다.

상담자가 상담비를 받는 것은 당연할까?

만약 상담자의 질문이 내담자를 일깨우는데 실패한다면 꽃거지가 엉뚱하게 돈을 갈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기분 좋게 오백 원을 줄 수 있게끔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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