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책임성
남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면 억울하다.
자신을 탓하고 자책하면 괴롭다.
나의 행복과 불행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자업자득이라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
그런데 왜 탓을 하는가!
심리학에 귀인(歸因)이란 말이 있다.
원인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마음작용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 밖에서 원인을 찾는 것을 외부 귀인이라 하고, 안에서 찾는 것을 내부 귀인이라 한다.
귀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쉽게 우울해지는 사람들의 귀인 방식에 뚜렷한 특징이 있다.
그들은 좋은 일은 운이나 외부요인 때문에 생겼다고 외부 귀인을 한다.
좋지 않은 일은 자신의 행동이나 내부 요인 때문에 생겼다고 내부 귀인을 한다.
긍정보다는 부정에 민감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더라도 별 소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희만보다는 절망이 마음을 채운다.
우울해져서 안으로 파고들어버리는 사람들과 반대로 쉽게 공격성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충동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인데 이들은 우울한 사람들과 귀인을 반대방향으로 한다.
긍정보다는 부정하는데 더 민감한 것은 같으나 원인을 외부에서 착기 때문에 쉽게 화가 난다.
남 탓, 세상 탓을 습관처럼 하다 보니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원망, 억울함이 번갈아가며 분탕질을 한다.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늘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겪는 경험이 어떤 원인과 조건이 만나서 생기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우울이든 충동조절 장애이든 귀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착각에 빠져서 겪게 되는 고통일 뿐이다.
착각에서 벗어나 현상을 바로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말이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내 인생에 무엇을 심고 가꾸느냐에 따라서 얻게 될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누가 대신 살아 줄 수 없다.
내 배가 고픈데 누가 대신 먹어줄 수 없고, 내 목이 마른데 누가 대신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괴롭다면 그 원인을 안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분명한 점은 내 경험의 원인은 내 안에 있으며, 그것을 일으키는 조건은 외부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 경험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물론 외부 상황이나 조건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경험되는 것도 당연히 달라진다.
그렇지만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할 것인지는 온전히 자신한테 달려 있다.
'어쩔 수 없다.'라고 판단하는 밑바탕에도 이미 가지고 있던 기대나 선택이 깔려 있는 법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기대나 선택은 누가 한 것일까.
가만히 살펴보면 삶의 매 순간에 마주하는 갈림길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습관이 되어 자동으로 행동하는 경우에 자신이 선택한 것에 주의를 두지 않아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어떤 결과가 오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그에 맞는 결과가 돌아오는 것이다.
이를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한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겪는 경험의 원인을 우선 자신의 행동에서 찾아본다.
어떤 행동이 어떤 외부조건과 만나서 이런 결과로 돌아오는지 그 인과관계를 그대로 알아내려 마음을 쓴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이어간다.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갖고 있는 기대심리나 사고방식, 행동방식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고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행하는 과정을 거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곤 한다.
남 탓을 하거나 자책하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면서 실제로 변화를 경험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서 인생을 얼마든지 경영해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기 책임을 다하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자기 책임성은 무거운 짐이 아니다.
내 인생이 다른 어떤 것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실망하고 낙담해서 무겁게 가라앉거나 흥분하고 분노하면서 날뛰기 이전에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자.
지금 내 속에 어떤 마음이 이런 감정이나 생각을 일으키는지.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차분하게 자신을 살피는 그 순간에 잠시 잊었던 참 자기가 돌아온다.
참 자기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해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책임성이다.